꿈꾸면서 지치지 않는 법
유엔에 들어온 이후 제네바 안에서만 직장을 벌써 세 번 옮겼다. 그전에 일했던 곳들까지 합치면 지금 일하는 곳이 일곱 번째 직장이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사무국 안의 기관만 크고 작은 것을 합치면 내가 알기로는 열다섯 개가 조금 안 되는데, 그 안에서 세 번을 옮겼고 지금은 그중 가장 큰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제법 아는 사람도 꽤 많다. 지인을 마주치지 않고 카페테리아를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지어 회사 밖에서도 아는 얼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지금도 계속 지원하고 시험 보고 인터뷰 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 나를 보고,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 농담조로 물었다.
“도장깨기도 아니고, 이러다 정말 제네바에 있는 기관들 다 거치겠어?”
계속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알고 싶고, 좀 더 일을 배우고 싶고, 또 새로운 환경에서 일해보고 싶은 내 욕망? 소망?이 운 좋게도 여러 번 이직 기회를 잡도록 이끌었다.
하지만 그렇게 옮기기까지의 과정이 즐거웠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설레지만,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을 긴장과 준비 속에서 보내야 하기에 지칠 때가 많다.
유엔은 자동 승진이 없기에 어떤 포지션이든 무조건 서류 전형, 실기 시험, 그리고 인터뷰까지 치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원을 하면 시험 기회가 올 것인가 걱정하게 되고, 시험이 잡히면 그 준비로 정신없고, 시험을 보고 나면 인터뷰에 초대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인터뷰가 잡히면 또 그 준비로 바쁘고, 인터뷰가 끝나면 내가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했는지 자책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지원. 이 과정이 무한 반복이다.
최종 인터뷰까지 가서 2등으로 떨어진 적도 많았고, 인터뷰까지 통과했는데 펀딩부족으로 캔슬된 포지션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인터뷰에서 나와 헛소리를 하다 망치고는 그날 밤을 자책하며 보낸 날도 셀 수 없다. 다행히 시험에서 떨어진 적은 거의 없다. 딱 한 번, 전혀 모르는 분야의 기술적인 계산 문제가 나와서 제대로 풀지 못해 그 포지션은 인터뷰까지 가지 못했다.
가만히 지금 회사에서, 일도 편하고 팀도 좋은 상황에 만족하며 다니면 될 텐데 왜 나는 나 자신을 괴롭히는가 하는 질문을 가끔 한다. 살기 좋은 스위스에서 안정된 국제기구에 다니면서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다칠 일도 없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지금이 편하다고 해서 가만히 넋 놓고 있으면, 그것들이 쌓여 언젠가 내 뒤통수를 치는 순간이 있었고, 아니면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배로 노력해야 했다.
물론, 계속 변화를 주려는 과정 자체는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나에게는 제자리에 머물러 편한 것을 택하는 것보다 내 가치에 더 부합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 편이 내 마음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이뤄냈을 때 오는 기쁨, 그리고 새로운 자리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적응하는 그 과정이 나를 설레게 하는 꿈이기 때문이다.
지칠 때 나를 달래는 방법은, 결국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상기하고, 멀리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 표지사진은 오피스에서 찍은 풍경 - 날씨 좋을 때는 저 멀리 몽블랑이 보인다. 오픈스페이스라서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사람들은 거의 같은 곳에 앉는다. 나도 창가옆에 항상 앉는 자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