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꿈꾸는 자

by Melissa


시기마다 사람의 꿈은 변한다. 그리고 꿈의 형태와 개수, 의미도 끊임없이 바뀐다. 꿈이 가까이 느껴질 때가 있으며 한없이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8살 때쯤이다.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고 뚜렷한 꿈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막연히 바이올린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잘하는 편이 아닌 건 알고 있었는데 그거 말고는 딱히 내세울 꿈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러다가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온 후에는 여행가이드가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얘기한 적이 있다. 공항 가면 느끼는 그 부산함과 설렘, 그리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보니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고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단순하게 여행 가이드가 되면 세계 곳곳을 여행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이때부터 아마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말이다.


바이올린으로 예고입시를 떨어졌을 때 꿈이 부서졌다고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는데 그 책에 빠져 독일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다시 품게되었다. 특히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기존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구절은 당시의 내 상황과 맞물려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했다. 중국어와 독일어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중국어가 더 유용할 것을 알면서도 독일어를 선택했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독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독일어에 대한 나의 열정은 거기서 멈추었고 그 꿈 또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에는 꿈의 모양이 바뀌었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폭넓은 꿈이 아니라 직업 관련된 꿈으로 말이다. 좋게 말하면 구체적, 다르게 말하면 꿈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사실 꿈보다는 바램이나 타협에 가깝다고 해야 될 거 같다. 나에게 꿈은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인데 바램이라는 대체 단어는 나에게 감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는 나의 꿈 혹은 바램은 어떻게든 안정된 직장을 잡고 캐나다 사회에 잘 융화되어 평범하게 사는 것이 됐다. 그래서 전문직인 회계사가 되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원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가 되고 남들 보기 좋은 회사를 다니면서 편하게 살다 보니 나는 꿈을 이룬 거라고 착각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의 잊고 살던 오래된 꿈, 나도모르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꿈이 나를 다시 흔들어 깨웠다.


바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내가 가진 달란트로 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면서 살고 싶다는 것 말이다. 나 자신도 나의 꿈이 무엇인지 잊고 살고 있던 사이에 내 꿈은 무의식 속에서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뚜렷해졌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목표가 생겼고 그것을 위해 다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삶에 활기가 생겼고 설렜고, 불안과 두려움도 같이 찾아왔으며 긴장도 되었다.


꿈을 쫓다 보니 지금 나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에서 7년째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한번 꿈을 이루면 그다음 꿈은 탄력을 받아 형태가 다양해지고 커진다. 지금 무엇이 나를 가슴을 뛰게 하냐고 물으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배우면서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고 또 타인을 이해하는 역량이 큰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배움과 성장은 정해진 분량이나 기간이 없기에 지금 나의 꿈은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계속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에 설렌다. 그 꿈을 바라보고 가는 여정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소중하며 삶을 충만하게 해 준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당신은 꿈을 이뤘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때 유엔에 들어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돌아보니 직장은 내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 속 하나의 발판일 뿐, 나의 전부는 아니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꿈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더 본질적인 질문은 꿈의 성취 여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꿈을 등한시하게 되더라도, 한때 꿈을 품고 살던 시간을 기억하고 느끼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누군가는 이 글을 통해 잃어버린 꿈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꿈이 두려워 선뜻 다가가지 못한 마음에 작은 위안을 얻을 수도 있기를 바란다.



“The future belongs to those who believe in the beauty of their dreams.”
By Eleanor Roosev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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