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 수준이 되어버린 영화 감상 후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러빙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을 그려낸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영화.
이 영화에 나오는 그림은 전부 손으로 직접 그린 유화다. 영화 전체를 손 그림으로 채우다니... 1초당 12 프레임의 애니메이션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동원된 화가가 100명이 넘고, 그려진 그림은 6만 5천 장에 이르렀다. 제작 기간은 총 6년이 걸렸다고 한다. 얼마나 고된 작업이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힘든 방법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빈센트가 죽기 전 남긴 편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림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어.
(We cannot speak other than by our paintings)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반 고흐 미술 전시장에 온 것 같이 즐겁다. 영화 내내 고흐의 작품을 오마주로 한 장면을 찾는 재미가 있다. 또 오마주된 고흐 작품의 소재들(인물, 마차, 기차, 까마귀, 별 등등)은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을 유지하기 위해 원작의 계절과 시간을 바꾸어 재해석한 것도 있고, 영화 내용상 새롭게 고흐의 스타일로 그려낸 그림들은 마치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그의 새로운 작품을 찾아낸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지금까지 5번을 넘게 봤는데도, 앞으로도 몇번을 더 보게 될지 모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흐가 남부 프랑스 아를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냈던 우체부 조셉 룰랭(Joseph Roulin)이 아들 아르망에게 가상의 편지 심부름을 시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르망 룰랭은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던 이 화가 때문에 자기 가족마저 마을 사람들에게 비난받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는 영화 초반에는 빈센트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심부름에 대해 불평한다. 하지만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듣고 보게 되는 것들로 인해 결국에는 빈센트의 죽음에 무언가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공감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해 잘 알려진 공식적인 해석은 우울증에 시달리던 화가가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식적’이라 함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소재한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에서(반고흐 재단에서)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미술관은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이며 자신의 삼촌과 같은 이름을 가진 빈센트 반 고흐(동생 테오가 형의 이름을 따라지어 줌)의 공헌으로 세워졌는데, 당연히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고흐가 남긴 수많은 편지를 바탕으로 고흐의 그림과 삶에 대해 공식적인 해석을 내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 ‘공식적’인 사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나는 이 비공식적인 재해석 쪽에 마음이 간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를 “기어이 권총으로 자살한 정신병자”가 아니라 평생을 잘해보려 노력했지만 지독하게 외로웠던 평범한 사람, 그냥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는 빈센트에게 총을 쏜 것은 빈센트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그가 총을 쐈다는 장소에서 그의 그림과 소품이 발견되지 않았고, 총도 발견되지 않았고, 총상의 각도와 위치 등 여러 정황이 타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빈센트는 누구도 비난하려 하지 않고 그저 죽음을 받아들인다. 며칠 전 가셰 박사와의 말다툼 이후에 자신의 처지를 더욱 비관하게 된 그였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여운이 짙게 남는다. 한번 보고 또 보는 동안 짙은 여운은 더더욱 짙어져 나는 결국 고흐를 찾아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파리와 오베르 쉬르 우아즈.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프랑스 남녘의 아를과 생레미 정신병원. 가장 많은 고흐의 작품이 전시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텔로의 크뢸러뮐러 미술관까지. 모두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고흐의 작품이 남아 있는 곳,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숨을 거둔 곳. 반 고흐와 관련된 곳곳을 쫓아 떠났다. 꽤나 즉흥적으로.
그래서 이제부터 소개할 내용은 ‘반 고흐와 악수하러 유럽으로’ 떠났던 나의 여행기이자, 인간냄새 진하게 나는 고흐의 삶과 죽음과 그림의 이야기가 된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보통사람'인 내가 적을 이야기에는 고흐가 '보통사람 빈센트'였기를 바라는 내 바람과 믿음이 은연중 녹아들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분들에게는 딱 맞을 수도 있다.
1.러빙 빈센트를 감명 깊게 보신 분
2.가끔 예민할 때도 있지만 사랑이 많은 분
3.나이는 먹었지만 철이 안 드신 분(가끔 후배나 동생이 언니·오빠·누나·형처럼 느껴지는 분)
4.열심히 살았는데 잘 안 풀리는 것 같아 힘들었던 분
5.커피를 달고 사시는 분
6.위엣 분들 모두 빈센트 같은 성격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