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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연 Oct 27. 2022

2-1. 추천도서목록 수집하기

2부 : 다음에는 뭘 읽을까? - 모험하는 독서가들에게

모험하는 독서가는 다음에 읽을 책을 고민하는 독자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 자기에게 맞는 책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모험하는 독서가는 이제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펼쳐가보려 한다. 지금껏 관심을 가지던 영역을 벗어나, 좀 더 어려운, 낯선 장르 안으로 들어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험하는 독서가들에게는 '수집'을 권하고 싶다. 잠시 나가 있던 추천도서목록에게 이제는 들어오라고 말해도 된다. 



추천도서목록 수집하기


지금부터 소개할 것들은 독자에게 더 특별한 추천도서목록을 제공해주는 장소, 사람, 브랜드들이다. 나의 취향을 확장시키는 데에는 남의 추천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만큼 좋은 선택도 없는 듯하다. 

또한 모험하는 단계부터는 책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모습, 다른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목격할 기회가 많아진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으로는 역시 좋은 독자들을 만나는 게 제일이다. 좋은 독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또 말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1) 큐레이션 서점

큐레이션 서점이라는 말이 익숙지 않을 수 있겠다. 큐레이션 서점은 교보문고, 영풍문고처럼 거의 모든 책을 취급하는 대형서점과는 다르게 책방 주인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책방 주인이 고른 책들로 채워진 서점이다. 

대형서점에 들어섰을 때의 막막함을 떠올려본다. 매대에 올라가 있는 수많은 표지들과 제목을 훑어보면 스무 권에서 서른 권의 책들이 나를 골라달라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고, 책등만 보이게끔 꽂혀있는 책들은 셀 수가 없다. 눈길을 잡아 끄는 대형 광고들과 멋드러지게 쌓여 있는 굿즈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이거 저거 먹어보라고 숟가락을 들이미는 시식코너 직원 같다. 대형서점은 무엇이 좋은 책이다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무슨 책이든 많이 팔리게끔 만드는 게 대형서점의 목적이다. 때문에 이 책이 표지가 보이도록 매대에 올라와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광고나 상술, 인기에만 편승해 진열해놓은 것은 아닌지, 정말 독자에게 꼭 권해주고 싶어 보여주는 책이 맞는지 잘 알 수 없다.

한편 큐레이션 서점은 서점 주인이 고른 테마에 따라 꾸며져 있다. 광고비를 받으면 한 매대를 통째로 내어주는 대형서점과는 다르게 서점 주인의 철학과 고유한 관점, 취향이 묻어있고, 그렇기에 개성과 주제, 전문성이 엿보인다. 아무 기준 없이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몇 가지의 이유와 함께 조금씩 소개해주는 방식이 더 명쾌하고 따뜻하다는 걸 큐레이션 서점은 알려준다. 

큐레이션 서점은 '공간화된 추천'이다. 매대의 배치, 모여있는 책들의 간격, 색깔과 무드, 짤막하게 적힌 카피, 포장 등, 모든 게 독자들에게 어떤 책이 어울릴지 고민한 결과들이다. 독자를 향한 조그만, 그래서 더 포근한 환대가 기다리고 있다. 

큐레이션 서점을 찾으려면 ‘동네서점’ 사이트(https://www.bookshopmap.com/)를 이용해보자.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동네서점들을 알려준다. 특정한 장르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점도 있으니 입맛따라 골라가는 재미도 있다. 다만 이때 큐레이션 서점과 독립서점을 모두 독립서점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내가 방문하는 서점이 독립출판물만 판매하는 곳인지, 아닌지 잘 구분해 방문하자. (독립서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설명한다.)


2) 팟캐스트

책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날 기회는 슬프게도 흔치 않다.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음악을 주제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 “제일 좋아하는 유튜버 혹시 누구예요?” 라고 물어보고, “어 저도 좋아하는데!” 혹은 “오 어떤 영상 올리는 분이에요?” 라고 답하는 식의 스몰 토크가 가능하다. 그런데 책으로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상대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대뜸 “최근에 읽은 시집 중에 뭐가 제일 좋았나요?”,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신가요?” “이번에 누구 신작이 나왔는데 혹시 읽어보셨나요?” 등의 질문을 꺼내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여느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책읽기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 자기만의 방 안에서 음악을 듣고 유튜브를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고독 속에서 콘텐츠를 향유하며 즐거움을 느끼기도 있지만, 만약 운이 좋다면 나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누군가를 만나 실컷 수다를 떨 수도 있다. 내가 재밌게 본 책을 똑같이 재밌게 본 사람을 만나면 그 책의 의미는 더 입체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바뀐다. 그저 좋은 책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특별한 책으로 말이다.

당장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를 찾기 어려울 때, 도서 팟캐스트, 북튜브는 책에 기억과 감정, 의미를 더해주는 친구가 되어준다. 나의 독서가 그저 외딴 섬에서 이루어지는 고독한 행위가 아니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준다. 북 팟캐스트와 북튜브는 책을 읽지 않아도 책을 읽은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거나, 책의 핵심을 요약해주지 않는다. 북 팟캐스트와 북튜브는 책을 어려운 과제, 혹은 책무로 여기기보다 책을 즐기는, 가지고 노는 방식을 체현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책과 잘 어울린다. 팟캐스트는 오로지 목소리를 통해 만들어지고, 책은 말로 만들어지니까 말이다. 책을 소개하거나, 좋은 문장을 얘기할 때 청취자는 그 말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대부분의 도서 팟캐스트는 마치 살롱에 모여 옹기종기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 중에서 진행자들의 배합이 좋은 방송은 특별한 재미를 준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이 하나하나 고유하고, 서로의 케미가 유쾌함을 더하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는 대본이 있는 녹음된 방송이지만 유튜브처럼 역동적으로 편집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타이트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책은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응축하기 때문에 책 이야기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 멀리까지 이야기가 새어나가기도 한다. 새삼 책이 그냥 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겹쳐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팟캐스트는 흘려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팟캐스트에서 책 이야기를 들으면,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강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거나 산책과 같이 내 할 일을 하고 쉬면서 그저 흘러가는 식으로 듣게 된다. 내 일상에 책이 목소리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하고 싶다면 팟캐스트를 들어보자.


3) 북튜브

북튜브는 팟캐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맷이 더 다양하다. 추천하는 채널 언급을 최대한 피하려 했지만 북튜브를 이야기하려면 채널 ‘겨울서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겨울서점(2022년 10월 19일 기준 구독자 25만)의 주인장 김겨울은 북튜브라는 영역을 처음으로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이다. 김겨울은 저서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유유, 2019)에서 북튜브를 시작할 당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와 씨름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책을 보지 않아도 되게 도와주는 영상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는 김겨울은 첫 영상으로 ‘알라딘 굿즈’ 리뷰 영상을 올렸다. ([굿즈 리뷰] #1. 알라딘 굿즈 리뷰(북클러치, 책베개, 아코디언 북램프, 북커버, 북파우치, 머그컵, 담요, 에코백, 마스킹테이프, 달력) 2017년 1월 11일 업로드). 

김겨울은 "제가 판단하기에 가장 '유튜브스러운' 영상 주제였기 때문에 첫 영상으로 선택한" 거라고 말한다. 책을 많이 구입하는 독자 중 알라딘 굿즈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독자는 드물 것이다. 여느 쇼핑몰과 같이 알라딘도 책을 많이 구입하면 할수록, 더 많은, 더 희귀한 굿즈를 증정한다. 김겨울이 소통하기 원했던 시청자 집단은 자신과 같이 책을 '덕질'하는 사람들, 책과 여러 방식으로 관계맺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었던 셈이다. 이후 김겨울은 (물론 책 리뷰도 하지만) 책과 ‘연관 있는’ 것들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책에 무슨 밑줄을 치는지, 독서대는 무엇을 쓰는지, 북튜버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심지어는 2시간 동안의 책장 정리를 통째로 보여주기도 한다. 김겨울은 고전적인 책 소개/리뷰의 문법에서 벗어나 유튜브라는 시각 매체를 통해 ‘독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김겨울이라는 한 명의 독자를 보면서 독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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