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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연 Oct 27. 2022

부록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뭐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읽는 책>

부록에는 나의 추천도서 목록이 담겼다. 각 장의 이런저런 방법들을 소개하면서 예시가 될 수 있을 법한 책들을 따로 모아서 적는다.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문학 읽기에 편중된 독자이기 때문에 이 부록에 들어가있는 대부분의 책들은 문학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니 부록은 여러분에게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본문에 추천도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록의 의미는 지금까지 저의 글을 읽어준 독자님들과 미래에 마주쳤을 때, 혹시 나눌지도 모르는 책 이야기에 대비한 마중물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즐겁게 읽은 책을 당신도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청소년 도서

1) 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동은 작가가 쓴,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청소년 인문 시리즈 중 하나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출연자 중 하나인 단호박 과장님의 추천을 듣고 읽었다. 게임은 유해하다는 부당한 오해를 받는 콘텐츠 중 하나로 책의 '주적'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나는 게임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유용하고 재미있는 게임의 대한 얘기가 가득 채워져 있다.


2) 페인트

이희영 작가가 쓰고 창비에서 출간한 청소년 SF 소설이다. 페인트는 국가가 센터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가상미래를 설정하고, 아이가 입양하는 부모를 선택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시도한다. 캐릭터들간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3) 긴긴밤

루리 작가가 쓰고 그린,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그림책이다. 긴긴밤은 어린이문학으로 분류되지만 마음 같아서는 전 학년 교과서에 실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세상에 홀로 던져진 동물들이 함께 어딘가로 향해 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문장과 그림이 더 해져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4) 페미니즘 교실

청소년에게 페미니즘을 쉽고 알맞게 설명해주는, 돌베개에서 출간된 앤솔로지다. 만화 <며느라기>로 이름을 알린 수신지 작가가 표지 그림과 내부 일러스트를 맡았다. 페미니즘이 여성과 남성간의 싸움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청산하는 것부터 페미니즘이 왜 청소년 교육에 필요하고 또 긴요한지를 침착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5)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돌베개에서 출간된 퀴어 청소년 로맨스 소설 앤솔로지다. 퀴어문학을 아카이빙하는 문학 단체 '무지개책갈피'가 엮었다. 이 소설집은 퀴어 서사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커밍아웃의 아픔과 두려움, 주변의 혐오와 편견으로 인한 갈등보다 퀴어 청소년 간의 사랑하는 마음에 집중한다고 소개되어있다. 몽글몽글한 청소년 로맨스를 원한다면 더 없이 좋을 소설집이다.


인터뷰집 / 대본집 / 대담집   


1) 헤어질 결심 각본

설명이 굳이 필요할까 싶은,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헤어질 결심 각본>은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반필수적으로 읽어야하는(?) 책이다. 일단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이 영화를 연상시키게 아름답고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장면들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박찬욱의 시선보다 정서경의 정경을 느껴보고 싶다면 강추한다.   


2) 멋있으면 다 언니

황선우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여성 인터뷰를 엮어, 이봄 출판사에서 출간한 인터뷰집이다. 매거진 W에서 오랜 기간 에디터로 활동한 황선우 작가 (현 프리랜서)의 인터뷰어로서의 프로페셔널함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유라 피디, 김보라 감독, 이슬아 작가, 장혜영 의원, 손열음 피아니스트, 전주연 바리스타, 자야 작가, 재재, 이수정 교수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미 배부르다고 느낄 것이다.   


3)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에디터 유선애 작가가 엮고, 한겨레출판에서 출간한 90년대 여성 인터뷰집이다. <멋있으면 다 언니>와 비슷하게 최근 많은 영감과 용기를 준 여성 인물들을 인터뷰했지만 90년대생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4)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추천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법한 책이지만, 부러 소개하고 싶었다. 백세희 작가가 쓰고 독립출판으로 나왔다가 흔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은근히 저평가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선을 잡아 당기면서도 내용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제목부터 인상적이지만 이 책의 진가는 목차와 구성에 있다. 내담자로서의 본인의 이야기를 흔한 에세이 줄글로 말하지 않고 의사와의 대화를 재구성하여 수록한 아이디어는 간명하면서도 상당한 몰입감을 불러일으켰다.


5) 출판하는 마음

제철소에서 '일하는 마음' 시리즈로 만들고, 은유 작가가 엮은 <출판하는 마음>에는 출판업계의 직업인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하나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을 거쳐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자.  


시리즈   


1) 난다, '읽어본다'

난다는 김민정 (시인 겸) 편집자가 대표로 있는 문학동네 임프린트 출판사다. '읽어본다' 시리즈는 한 명 혹은 두 명의 출판, 문학 관련 직업인이 1년 동안 (번갈아) 쓴 독서 일기다. 한 페이지당 한 권의 책, 한 편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어 읽기 편하고 이 작가, 직업인들의 책 추천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요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강윤정, 장으뜸,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박혜진, 서효인,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2) 휴머니스트,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은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2030세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에세이 시리즈인데, 책들을 분야에 따라 나누어 예쁘게 소개하는 점이 가장 좋다. 이 시리즈는 브랜드를 하나의 집, 책들은 한 칸의 방으로 친다. 예를 들어 1관은 생활관으로 집, 옷장, 식사 등의 주제를 다룬다. 4관은 심신수련관으로 심리, 습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자기만의 방'은 노션 페이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으로 브랜드를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찾아보고 보고싶은 책부터 골라보자.         

최고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김진영, <우리는 아직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호소카와 텐텐, 미즈시마 히로코, <이대로 괜찮습니다>


3) 북저널리즘

북저널리즘은 지적 혁신을 꾀하는 사람들을 위한 웹진으로 책의 깊이와 언론의 시의성을 적절히 융합한 글들을 책으로 발행한다. 젊은 사업가, 혁신가들의 글, 그 인물들과 사업을 소개하기 때문에 빠르게 재밌게 읽기 좋다.         

조봉수, <미래의 교육, 올린>

전병근,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와 오드리 탕>

이승연,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4)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 '아무튼,'

아무튼 시리즈는 애호하는 대상을 하나 정해 이를 주제로 한 명의 작가가 쓴 에세이다. 나의 일상을 유지시켜주는 무조건적인 무언가, 아무튼 하게 되는, 아무튼 만나게 되는 무언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특이하게 세 출판사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가 번갈아가면서 시리즈를 발행하고, 키워드로 검색하기도 편해 찾아 읽기 좋다.        

황효진, <아무튼, 잡지>

정혜윤, <아무튼, 메모>

김한민, <아무튼, 비건>


5) 유유, '-의 말들'

작고 얇은 책들을 주로 발행하는 유유 출판사는 하나의 포맷을 정해두고 여러 주제를 바꾸어 시리즈로 만드는 데, 대표적인 시리즈 중 하나가 '-의 말들'이다. 왼쪽 장에는 작가가 다른 책에서 골라온 문장이 하나 써 있고 오른쪽 장에는 그 말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적는다. 좋은 문장들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배부른데, 작가가 문장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지켜볼 수 있어 배로 행복하다.         

은유, <쓰기의 말들>

엄지혜, <태도의 말들>

김겨울, <책의 말들>


추천도서목록 주는 곳   


1) 땡스북스

땡스북스는 합정의 큐레이션 서점이다. 땡스북스는 매달 한 권의 책을 정해서 전시회를 여는데, 한 책에 등장하는 여러 소품들을 창가 쪽과 서점 중앙 매대에 전시해 둔다. 땡스북스 홈페이지(http://www.thanksbooks.com/) 에는 이번주에 가장 많이 찾은 책들이 나와있고, 2011년부터 매달 추천한 땡스북스의 픽들이 전부 나와있다.   


2) 에그브랙

에그브랙은 매거진B 에디터가 발행하는 책 추천 뉴스레터다. 구독료는 무료이고 아카이빙 페이지(https://page.stibee.com/archives/61665)를 참고하면 이전에 발행된 뉴스레터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에그브랙의 추천도서가 노션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분야별로 태그를 지정해놓아 폼이 깔끔해 찾아보기 매우 편리하다. (https://www.notion.so/bd8d762fe460462da8921450c6738292)


북튜브/팟캐스트   


1) 민음사tv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출판사 유튜브 채널이다. 민음사tv는 초기에 한국문학 편집자 둘이 진행하는 '말줄임표'로 독자들이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법한 문학, 책에 관련한 이야기를 유튜브 문법에 맞추어 풀어냈다. 이후에는 출판 마케터들을 중심으로 여러 라이프스타일과 이벤트들을 주로 소개하는 등 책과 함께하는 다양한 일상들을 유튜브로 만들어내고 있다.    


2) 책읽아웃

책읽아웃은 인터넷 서점 yes24가 제작하는 도서 팟캐스트로 크게는 저자 인터뷰, 책 소개 코너로 양분되어 있다. 김하나 작가가 진행하는 작가 인터뷰 '김하나의 측면돌파', 오은 시인이 진행하는 '오은의 옹기종기'가 17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김하나의 측면돌파'는 2021년 9월부터 황정은 소설가('황정은의 야심한 책')로 진행자가 바뀌었다.

책읽아웃의 가장 좋은 점은 진행자가 작가와 유쾌하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 청취자들과의 소통이 유연하다는 것, 지금 독자들이 원하는 책들을 빠르게 찾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책 소개 코너에 오은, 황정은 작가와 함께 고정 출연하는 프랑소와엄, 캘리, 그냥, 단호박은 내적 친밀감을 진하게 형성하는 책이야기 '친구'들이다. (만약 이 책이 출간될 수 있다면... 책읽아웃에 나가고 싶어요...!)


앤솔로지   

1) 큐큐퀴어 단편선

큐큐 출판사의 퀴어소설집 시리즈이다. 2018년부터 출간되어 지금까지 5권이 나와있다. 문학동네, 현대문학 등 수상작품집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큐큐퀴어 단편선에는 상대적으로 잘 찾아보기 어려운 보물같은 작가들을 발견해낼 수도 있다.    


2) 나의 복숭아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자기만의 사소한 부끄러움, 결점을 솔직히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글 좀 쓴다! 하는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어 라인업만으로도 들뜬다. 이 작가들의 진지한 글들 속에 끼기에는 조금 애매한, 하지만 꺼내보고 싶은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을 살짝 느낄 수 있다.   


3)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창비가 만들고  추천 어플리케이션 '시요일' 엮은 시선집이다.  시선집은 '이별' 주제로 삼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읽을 때에  시들은 그저 사랑시로 읽혔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읽기를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다.  읽기가 쉬워지려면, 그냥 좋은 시를 많이 봐야 하는  같다.  시선집에는 백석부터 황인찬까지 시대두루 아우르는 시들이 담겨있다. 좋은 시를 읽고 싶다면  읽어보셨음 한다.


잡지   


1) 민음사 한국문학팀 릿터Littor

문예지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민음사가 1976년 창간한 문예지 <세계의 문학>은 줄어가는 관심 속에서 2015년에 폐간된다. 문학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문예지는 무겁고 어려운 말이 가득한 지루한 잡지일 뿐이었다.

2016년 10월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가 SNS를 타고 문학 작가들의 성폭력과 이를 방조하고 조장한 문단의 분위기가 널리 알려졌다.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독자들은 문단의 남성중심적 문화를 고치기 위해 여러가지 혁신을 시도했다. 그 중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었던 건 문예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문단 권력이었다. 문예지는 '무엇이 좋은 문학인지'를 결정하는 담론의 중심이었고 남성중심적 문화를 주도하는 문인들에 의해 기획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예지의 고루함에 대한 비판이 페미니즘 리부트의 물결과 만나 2016년 8월 민음사의 릿터Littor가 세상으로 나온다. (오해를 덜기 위해 덧붙이자면 릿터의 창간은 8월,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은 10월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운동은 들끓고 있는 문제의식이 임계점에 도달해 촉발된 것인 만큼 '릿터'의 사전 기획 단계에서 이런 부글거림을 포착하고 있었으리라 추측해본다).

릿터는 시인, 소설가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문예지 목차에 엽편 소설, 배우 인터뷰,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를 수록했다. 두께는 줄어들었고 판형은 길쭉해졌으며 디자인은 세련되어졌다. (문예지 혁신을 시도한 최초의 잡지는 아니지만) 릿터는 '커버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성실하게 소개한다. 2016년 10월, 2호에서는 '페미니즘', 2018년 6월에는 '선거', 2019년 10월에는 '노키즈?', 2021년 10월에는 '밈이 지나간 자리' 등등 화제가 되고 논의가 필요한 토픽들을 문학 출판사의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유달리 긴 설명 때문에 눈치채셨겠지만) 릿터는 가장 애정하는 잡지다. 릿터의 맥락과 만듦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릿터는 문예지 중에서 가장 독자와 가까운 자리에 있으려 하는 잡지이다. 약 5년간 38호까지 이어져온 릿터가 오래 멀리 가줬으면 한다. (여담. 릿터 1호는 현재 절판되어있는데 부산 손목서가에서 한 권 발견한 것 외에는 본 적이 없다. 너무 가지고 싶어).   


2) 프리즘오브Prismof

프리즘오브는 한 호당 하나의 영화를 주제로 하는 독립영화잡지이다. 씨네21, 혹은 FILO와 같이 여러 영화들에 대해 다루는 잡지와는 다르게 프리즘오브는 하나의 영화를 아주 깊게 파고든다. 영화 <Her>을 다룬 7호에서는 테어도르가 OS1을 구입했듯이 나 역시 OS1을 구입하기 적합한 사람인지를 테스트하는 장이 있고, 영화 잡지 편집인들이 <Her>에 대해 나눈 대담을 싣기도 한다. <Her>을 본 관객들의 지표를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등 영화를 다각적으로 즐기고 분석한다. 1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탤>부터 23호 <남매의 여름밤>까지 출간되어 있다. 주제로 삼은 영화 제목들을 둘러보시고 애정하는 영화가 있다면 한 권 골라보아도 좋을 것 같다.


3) 프리낫프리FreeNotFree

프리낫프리는 2018년 2월 출간된 프리랜서를 주제로 한 독립잡지이다. 1호의 제목은 '프리랜서도 프리랜서가 궁금하다'로 연결망이 빈약한 프리랜서들 간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쓰였다고 밝힌다. 프리랜서의 노동에 대한 에세이, 각 업종의 프리랜서들의 인터뷰까지 실질적으로 프리랜서로 생활하기 위한 실용성이 돋보이는 잡지다.

앞선 잡지들처럼 정기적인 간행주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2019년 10월에 2호, 2022년 9월 3호가 출간되는 등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회사의 자본에 기댈 수 없는 독립잡지는 존속 자체가 큰 도전이다. 프리낫프리의 지속가능성을 응원한다.


어쩌면 내 인생을 바꾸었을지도 모르는 책들


나는 책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책이 인생을 바꾼다면, 어제 먹은 두부도 내 인생을 바꾸었을 것이다. 책 한 권에, 책이라는 사물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매달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흐르는 방향을 바꾼 책들은 존재한다. 잊을 수 없는 문장을 준, 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지평을 넓혀준 책들은 있다. 그 책들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해둘 수 있을까? 이 책들이 나의 인생을 결정짓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책들 덕분에 활자를, 문장을, 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다.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으려 한다. 작가님들께 아득한 감사를 보낸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 (단편소설집)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인류학)

안미옥, <온> (시집)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2018> (에세이)

또하나의문화 2호, <열린 사회 자율적 여성> (간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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