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했을까?
송별회에 사람을 초대하라고 나에게 전달하고 나서는 거의 1주일 이상 송별회 관련해서 이야기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를 1주일 정도 남은 시간까지 별말이 없길래, 그냥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수의 인원과 하는 송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다.
마지막 출근일을 윗선에 전달했고, 인수인계를 언제 하라는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던 업무들을 문서로 정리해서,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남은 사항들을 정리하면, 인수 인계자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워낙 소수 인원의 회사이기 때문에 인수 인계받을 사람들은 뻔하겠지만, 일단 기다렸다. 인수인계 사항을 정리한 문서를 전달한 이후에도 아무런 지시가 없어서, 마음이 괜히 급해진 나는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오려고 했지만, 뒷말이 나오는 게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A 대표가 헤드, 나, 그리고 실무자 한 명을 불렀다. 영문도 모르고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대표가 실무자를 향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서향 씨가 퇴사한 이후에도 지금 그 업무는 계속 해 주기로 했어. 그러니까 서향 씨랑 일정 잘 상의해서 진행하면 돼." 실무자는 다행이라는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봤고, 그 말을 그곳에서 처음 들은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관련해서 일정이나 업무 내용을 확인한 후에 실무자가 자리로 돌아간 후에, A 대표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향 씨가 힘들어서 그만두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서향 씨가 나가면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좀 도와줘." 어차피 무료 봉사도 아니고, 시급으로 일하기로 구두로 말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그랬다. 그리고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이라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화제가 전환되었다. "다음 주 중에 한번, 오후에 디저트 뷔페 가보는 게 어때? 나랑 서향 씨랑, 헤드랑 한 명 정도 더 부를까?" 아, 드디어 송별회의 이야기구나. 내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그냥 적당히 생각해서 전달하는 것 같았다. 뭔가 할 말은 많았지만, 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뻔해서 괜히 힘 빼지 말자고 생각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이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시간도 정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대표는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점심을 먹고도 안 보이길래, 송별회는 없겠다고 내심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오후 3시 정도에 슬랙으로 대표에게 메시지가 왔다. "3시 30분에 뷔페 앞에서 봐요." 3시 30분 맞춰서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니, 같이 가는 두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 3명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사무실을 나왔다.
디저트 뷔페 앞에는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법인카드로 4명의 비용을 결제한 후, 뷔페 안으로 들어갔다. 디저트 뷔페는 메뉴가 많지 않았고, 보통 뷔페에 가면 있는 케이크 몇 종류와 과일이 있었다. 그나마 직접 구워서 먹을 수 있는 와플이 가장 좋아 보였다. 커피를 한 잔 받아서 자리에 놔두고, 와플을 구우러 갔다. 뷔페니까 먹을 것을 자주 가지러 가야 수다에 적당히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접시에 적은 양의 음식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 모인 4명은 나름 회사에서 핵심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라서 이야기가 그런 쪽으로 흘러갔다. 아, 물론 건설적인 업무 이야기라기 보다는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거나, 다른 직원들에 대한 험담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오랫동안 들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그들의 말에 수긍은 하지만, 동조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 속에서 몇몇 직원들에 대해서는 좋은 점도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들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생각했다. 아마 이들은 내가 떠난 후에는 나에 대해서도 꾸준히 이야깃거리로 삼을 거라고. 그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상관없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 중에 갑자기 대표가 나에게 퇴사 후 계획에 대해서 질문했다. 실제로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도 않기도 했지만, 있다고 해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전에 학원 강사 경험이 있다는 것은 이 회사도 알고 있으니, 그런 관련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임원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여행도 가실 거잖아요. 부러워요." 여행이 계획되어 있기는 하지만, 말한 적도 없고 말할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여행 간다고 하면, 구체적인 여행 날짜를 확인하고, 업무 관련해서 미뤄주느니 마느니 그런 이상한(?) 배려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퇴사한 이후에도 내 여행 날짜가 되면, "서향 씨, 지금 어디 어디 여행 중이니까 연락하지 마."라고 실무자에게 얘기하는 모습도 떠올랐다. 그동안 이곳의 프리랜서들에 대해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정말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왔다. "서향 씨, SNS 해? 알려줘." "저는 SNS 안 해요." 즉답이었고, 거짓말이었다. 퇴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전 몇 달 전부터 북스타그램을 하나 시작했고, 개인 기록을 남기는 계정은 꽤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친구랑만 팔로우하는 개인 계정이고, 그렇게 활발히 올리는 것도 아니었다.
"아, 안 해? 그러면 우리가 서향 씨의 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네?" 그 순간 소름이 끼쳤다. 퇴사한 사람의 소식을 알고 싶다고 SNS에 들어간다고? 백번 양보해서 업무를 부탁할지 말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공정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비슷한 이야기는 프리랜서 계약 때, 다른 대표와도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았다. 퇴사 후 내가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줘야, 본인들도 업무를 기획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도 내가 말했다. "저에게 업무를 맡기려고 하실 때는, 관련해서 일정이나 계획을 알려 주시면, 그때그때 판단해서 답변드릴게요. 저도 아직 제가 무엇을 하고 있을 지 모르겠어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SNS를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회사 사람들에게 내 개인 계정을 알려 주고 싶지도 않고, 그냥 앞으로는 계약서에 따라 공적인 관계로 나를 대해 주었으면 한다. 사실 카카오톡으로 연락받기로 했기 때문에, 카카오톡도 멀티 프로필로 바꿔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카톡 프로필은 거의 항상 '푸바오'여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강력하게 SNS를 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어찌저찌 이야기는 마무리되었지만, 지금도 약간 불안하다. 개인 계정으로는 회사의 SNS도 팔로잉하지 않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퇴사한 이후에도 SNS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북스타그래머라고는 하지만, 퇴사 이후에 읽은 책도 없어서 올릴 게 없던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책도 다시 읽고 다시 시작해야지.
그렇지만 정말 그들은 왜 퇴사한 사람의 SNS를 궁금해했을까. 이유를 들어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소름 끼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