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퇴사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퇴사를 결심했던 이유 중 하나가 체력이 떨어졌다는 점이었다. 퇴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주말만 되면 잠이 쏟아지거나, 머리가 심하게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퇴사하게 되면, 일단 출퇴근이나 업무 시간에 뺏기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으니까, 퇴사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회사에 뺏기는 에너지는 내 자신의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는 이유로 퇴사를 결정하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사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에만 졸음이 밀려왔는데, 퇴사했더니 매일이 졸음이 쏟아지는 상태가 되었다. 무언가를 하고자 결심했던 퇴사 전과는 달리, 회사에 다닐 때보다도 쉬는 날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충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잠만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오전 러닝을 30분 정도 진행하였고, 브런치 글을 쓰거나, 또는 오케스트라 합주를 위한 바이올린 연습도 했다. 그리고 5년 남짓 제대로 정리해 본 적 없던 방의 구조를 바꾸고, 책장, 옷장 등의 정리도 시도했다. 하지만 러닝을 하고 난 후에는 여전히 피로했고, 브런치 글에는 날카로움이 없었으며, 바이올린도 여전히 실수투성이였다. 방 정리도 더디었는데,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반영하는 듯 다양한 물건들을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구매한 기억이 없는 물건들도 다수 등장했다. 방 정리가 그동안의 나태했던 나의 삶을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앞에 적은 모든 일을 하는 동안 졸음이 쏟아지기 때문에, 항상 머리가 멍한 상태였다. 졸음을 쫓아내려고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했지만, 무엇을 해도 졸음이 쏟아졌다. 적절하게 낮잠을 자기도 했지만, 피곤한 상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두통까지 수반되는 경우도 생겼다. 찌르듯이 아픈 것이 아니라, 그냥 머리가 무겁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예를 들어서 책을 읽으면 눈으로는 책을 읽기는 하지만, 머릿속으로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두통이 조금 심하게 느껴지면 약을 먹기도 했는데,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은 없었다. 퇴사 이후 계획했던 일들이 잘 진행되지 않으니까 조급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이 모든 피로는 5년 남짓 소처럼 일했던 시간 동안 축적된 것이다. 그 회사에 다닐 때는 다른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에너지 소비가 심했다. 아무래도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해서 처음에는 에너지 소비가 심했고, 그다음에는 시시각각 바뀌는 대표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하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던 때도 주말에 이유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았고, 퇴근할 때는 에너지가 방전되어서 졸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거나, 심지어는 반대로 지하철을 타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많이 소진된 에너지가 하루아침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몸이 피곤하고 힘든 것 같다. 그래서 계획이 미뤄진다고 해서 짜증을 내는 것을 멈추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그 회사에서 일한 시간은 5년에서 조금 부족하다. 그리고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제대로 회복했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일 쉬었다고 해서 바로 좋은 몸 상태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억지로라도 에너지를 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하기에도 지금은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짜증이나 조급함을 버리고, 내 몸이 자연스럽게 힘을 낼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절히 운동하고 커피를 줄이고, 나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기 위해 일단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조금씩 머리나 힘을 쓰는 일을 하거나, 가끔은 과격한 운동을 짧게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를 늘려나가야 할 것 같다. 다행히 큰 병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조금만 신경 써서 노력하면 금방 내가 원하는 에너지 수준으로 퇴사 후 계획했던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