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이유

by 연희동 김작가

봄은 설렘의 계절이다. 지난겨울 영하의 땅 속에서 무사히 지냈는지 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 이불을 젖히고 "나 여기 있어요"라고 인사하는 새싹과 마주 할 때면 대견함과 반가움으로 마음속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올봄에는 작년에 친구네 텃밭에서 캐다 심은 머위가 싹을 틔우게 될지 기다려진다.


남이 가꿔놓은 정원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냄새를 맡으며 뜰 안에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며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 하는 게 좋아서 지금껏 주택살이를 고집하고 있다.


꽃이 피었으니 놀러 오라 하고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좋다고 글을 써대니 친구들도 나에게는 아파트가 편해서 좋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나에게 주는 기쁨이 크다 보니 작은 불편함쯤은 감내하고 살뿐이다.

지은 지 25년이 되는 우리 집도 최근에 조금씩 노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담장의 페인트야 다시 칠하면 되고 느슨해진 문짝은 조이면 되지만 가장 난감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탈이 날 때이다.

며칠 전, 집안의 벽을 타고 흐르는 촉촉한 물줄기를 발견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아래층 현관 입구에 물방울이 맺히는 걸로 보아 위층 어디에선가 누수가 생긴 게 틀림없다.


우리나라 주택의 난방구조는 바닥으로 온수를 흘려보내 난방이 유지되도록 되어있다. 보일러에서 데워진 온수가 관을 타고 흐르며 집안을 따뜻하게 해주는 집에 살면서 수맥 차단 운운하는 말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아무튼 문제는 고장 난 곳을 바로 찾아내지 못할 때의 답답함이다. 어디가 아픈지 진단을 내리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장비를 동원하여 미세한 공기가 세는 위치를 알아낸 곳이 2년 전 공사를 한 바로 그 자리였다.

그때 구멍 난 관을 때운 게 부실했던지 고친 자리가 도로 뚫린 것이다. 거실 마룻바닥을 걷어내고 시멘트를 부숴내자 축축하게 젖은 관이 나타났다.


"다시는 덧나지 않게 잘 고쳐주세요."


전처럼 구멍을 때우는 방식이 아니라 구멍 난 호스를 잘라내고 양쪽 관에 나사를 조여 호스를 잇는 방법으로 외과적 수술을 마쳤다.


'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삶'이라고 한 어느 건축가의 말이 생각난다.

가끔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조차 내 삶의 한축으로 이야깃거리가 되는 나의 집,

내가 아파했을 때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준 것처럼 내 집의 상처 또한 내가 어뤄만져 준다.


여름이면 모기가 제집처럼 드나들고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채 걷어들이지 못한 빨래가 흠뻑 젖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웃집의 낮은 지붕 위가 바로 하늘이어서 구름과 달과 해를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 비와 눈 그리고 바람을 내 집안으로 들여 촉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모두들 겨울이라고 여기는 지금 이 시기에 땅 속에서 솟는 봄의 기운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 나는 제일 먼저 뜰로 나간다. 흙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성근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도 참하다. 흙을 밟고 서 있는 나의 발끝에 햇살이 간지럽다.


해마다 봄이 되면 내 발끝에서는 잔뿌리가 돋고 나는 오래된 내 집 뜰에 더욱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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