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매~~~ 에에엠~~
일요일 미사 중에 매미울음소리를 들었다. 올여름 들어 처음 듣는 매미의 울음소리다. 마침 신부님의 강론이 막 끝나갈 무렵이었다.
수년간 땅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보니 웬걸? 세상은 하필 장마철 이었던게지. 비를 피해 어디선가 은신하고 있던 매미들이 비가 그치자 한꺼번에 일제히 쏟아져 나와서 울어 젖히는 모양이다. 성당 이층에서 울리는 성가대의 합창소리가 매미들의 울음소리와 뒤섞인다.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마치 내 잘못인 양 긴장을 할 때가... 미사 중에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렸을 때가 그랬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이면 전례의 진행자는 신자들에게 미사 중에 핸드폰이 울리지 않도록 당부를 한다. 그런데도 가끔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신자들 모두 소리가 난 쪽을 응시하고 멜로디의 주인은 허겁지겁 어쩔 줄 모른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더불어 당황한다. 어쩌다가 저지른 누군가의 실수가 미사의 분위기를 잠시 주춤하게 만든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미사 중에 갑자기 울린 멜로디에 대한 반응이 이럴진대...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에는 모두가 둔감하였다. 사람들은 매미의 울음소리에 초연한 듯 전례에 흐트러짐이 없다. 미사를 방해하는 소음으로 치면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훨씬 데시벨이 높은데 이렇듯이 관대한 이유가 뮐까,
기계음과 자연의 소리 차이일까? 아님 성경의 말씀에 근거하여 알고도 저지른 사람의 실수와 모르고 저지른 매미의 실수 차이인 걸까?
프랑스의 남쪽 프로방스 사람들은 매미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내가 그곳 '무스티에 생트 마리'라는 마을에 도착하였을 때는 막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 초순이었다. 그곳 주민들은 크리스마스에 트리를 꾸미듯 집집마다 매미의 조형물을 걸어두었고 기념품 가게에는 온통 매미의 그림으로 도배되었다. 매미모양의 초콜릿과 매미가 그려진 그릇. 앞치마와 식탁보, 엽서와 우표에도 매미가 그려졌다.
그토록 매미를 사랑하는 이유를 묻자 여름을 데려오는 매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매미의 울음소리를 '태양열 가득한 자연의 심포니'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매미 이전에 여름을 더 사랑했던 것이다.
올여름은 장마가 유난히 길었다. 비 오는 날의 운치 있는 정경을 좋아하던 나도 집중 폭우로 인한
피해가 생기고 눅눅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나중엔 빗소리가 지겹기까지 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오늘 날씨 맑음'을 예보한다. 프로방스에서는 여름을 알려주는 전령사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긴 장마가 끝났음을 알리는 힘찬 구호이기도 하다.
장마 끝.
사람들은 이제 우산을 쓰고 걷지 않아도 된다.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고 구름에서 벗어난 해는 젖어있는 세상을 뽀송뽀송하게 말려 줄 것이다. 굵은 빗줄기에서도 살아남은 작물들은 이제 토실하게 여물어 갈 일만 남았다.
아침에 우산을 쓰고 성당에 왔던 사람들은 모두 우산을 접고 집으로 간다.
"비가 그쳤네요 이제 장마가 끝나려나 봐요"
"그럼 무더위가 시작되겠죠"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비가 그쳐서 제일 신이 난 건 누구보다도 매미다. 저렇게 작은 몸통에서 어찌 저리도 큰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매미 울음소리가 없는 여름을 상상해 본다. 아마 더 지치고 더 덥고 장마보다 더 지루할 것이다.
매미야 울어라 실컷 울어라 지금부터는 너희들의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