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고 있는 꿈은 분명 현실의 힘듦을 암시하는 것일 겁니다. 나는 분명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는데 낯익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남편이었습니다. 꿈의 세계란 알 수가 없군요. 현재와 과거가 복합된 사차원의 세계에서 허둥대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새벽 두 시였습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혼자서 깨어있다는 건 고역이지요. 종착역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역에서 내려버린 내 잠은 졸지에 나그네가 되어 여기저기 서성거립니다. 혹시나 뒤이어 올지도 모를 수면기차를 기다려보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지고 있습니다.
불면의 밤은 상념의 시간입니다. 숱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온통 헤집고 다닙니다. 내리던 장맛비도 잠시 멈추었는지 간혹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더욱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군요.
이렇게 생각이 나를 짓누르는 날이면 나는 명상을 합니다. 명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유튜브에서 알려준 대로 조금씩 따라서하다 보니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 같았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관조나 사색과 달리 명상은 가장 먼저 생각을 멈춰야 한다는군요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숨 쉬는 일이 이렇듯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오직 숨에만 의미를 두고서 호흡을 하려니 마치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처럼 어색한 느낌이 들더군요.
코평수를 늘리고 아랫배를 부풀려서 크게 숨을 들입니다. 투명한 공기를 한껏 흡입하면 청량함이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되고 길게 내뱉는 날숨에는 잡념의 찌꺼기가 씻겨나가는 듯합니다.
"덜커덕"
내 갈비뼈 어느 한 곳에 걸려 있었거나 혹은 심장의 좌심방이나 우심방의 문틈사이에 끼어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머릿속 어딘가 구석진 틈새에 구겨져 있는 고약한 생각 하나 가 걸리적거립니다.
나는 더 깊게 숨을 내 쉽니다.
"괜찮아 잊어버려 몹쓸 생각들은 버려도 돼 "
어느 순간 인중 언저리를 스치는 공기의 촉감을 느낍니다.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가벼워진 빈 배는 바람이 이끄는 데로 잔잔한 호수 위를 두둥실 떠다닙니다.
생각을 잠시 비워냈을 뿐인데 머리가 맑아지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명상을 하면서 고질병인 두통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설마.. 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여깁니다.
명상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나는 고르게 숨을 쉬며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무거운 생각은 바로 폐기처분. 그리운 생각은 꼭 꼭 접어서 가슴 제일 밑바닥에. 즐겁고 기쁜 생각은 자주 꺼내 볼 수 있는 가까운 마음 한편에, 잊을 건 잊고 버릴 건 버리고 부드러운 숨결로 쓸고 닦습니다.
바람이 나를 흔들 때 조용히 몸을 맡기겠습니다. 힘을 주면 오히려 가지가 상할 것입니다.
오늘의 명상에서 얻은 마음의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