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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앗의 정원 Sep 12. 2021

엄마는 꿈이 뭐였어요? 그래도 주부가 꿈은 아니었겠죠?

다시 꾸는 꿈

"엄마, 엄마의 어린 시절 꿈은 뭐였어요?" 딸아이가 종종 물어옵니다. 

그 뒤에 조심스레 따라붙는 질문은 "그래도 주부가 꿈은 아니었겠지요?"입니다.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질문을 한 걸까?

열 살 딸아이는 '엄마도 무언가를 꿈꾸던 한 소녀'였다는 것을 알고 있나 봅니다. 

기특하기도 하지요. 


아이의 질문 덕분에 지금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39세, 주부,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텃밭 농부.


현재의 내 모습은 어린 시절 꿈꾸었던 삶과는 꽤나 다른 모습입니다. 

아니,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상을 살고 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퇴사를 할 생각은 없었기에 1년의 육아휴직 끝에 복직을 하고 1년가량 더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국 퇴사 후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지요. 

그것이 벌써 7년 전의 일입니다. 




사실, 퇴사 이후의 삶은 꽤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오롯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엄마가 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값진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과는 별개로, 아이가 자라날수록 나만의 커리어, 나만의 전문적인 영역을 쌓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에 우연히 텃밭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연과 가까이 자라면 좋겠다 싶어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텃밭에서의 경험은 나 자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시간이었습니다. 


농사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저는 농사를 지으면서 작물별 농사법과 텃밭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나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 사진과 글로 자세히 텃밭의 일상을 기록하곤 했는데, 이러한 기록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농사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텃밭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농업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농사에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 활동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도시농업에 대한 소식을 알리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농업에 대한 전문성을 조금 더 쌓은 후에는 텃밭 육아 에세이를 출간하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주부, 엄마, 텃밭 농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시민기자에까지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텃밭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가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텃밭은 나와 우리 가족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텃밭에 나가 흙을 밟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행위는 긴장된 몸과 마음을 금세 안정시켜줍니다. 

씨앗을 뿌려 올라오는 새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씨앗이 가진 그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흙, 바람, 하늘, 자연.

이들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느낍니다. 

작물을 기르며 생명의 탄생, 수확, 성장과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다 보면 없던 창의력도 생겨나는 기분이 듭니다. 




글 서두에 얘기했듯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은 어릴 적 꿈꾸던 모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의 질문에 솔직하고 당당하게 대답해주곤 합니다. 


"엄마의 꿈이 주부는 아니었어. 그렇지만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또 행복하단다.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꿈도 물론 소중했지만, 그보다 지금 너희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엄마에겐 무엇보다 소중해. 그리고 엄마는 지금도 꿈을 가지고 있거든! 그 꿈을 위해서 여전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다시 한번 내 안에 꿈을 심어준 주말농장 텃밭이 있어 오늘도 꽉 차게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이 글은 농촌진흥청과 네이버 FARM이 주최한 제4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가작' 수상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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