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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음 Apr 06. 2021

나는 결혼이 억울하다.

<결혼은 그냥, 버티는 거야>#9.

엄마, 난 너무 억울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어!”

“무슨 일 있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근데 나는 이 결혼이라는 거 자체가 너무 억울해”

“아이구, 원래가 그런 걸…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걸… 그거를 억울하다 그러면 어떡하니? 원래 여자는 아이 낳고, 그렇게 사는 거야. 신이 그렇게 만드신 걸! 그게 바로 Mother Nature (자연의 섭리) 아니겠니? 그건 네가 못 바꾸는 건데… 그게 억울하다고 하니 엄마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우리 딸 결혼 안 하고 살면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까?… 엄마가 유학 가더라도 꼭 결혼하라고 얘기를 해와서……”

“아니, 그게 아니고….”


난 뭔지 모르게 결혼 자체가 그렇게 억울했다. 엄마 탓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니다. 그냥 그랬다. 남편은 직장 생활하며 승진하고, 그나마 혼자 커피 마실 시간이 있을 때에, 나는 집에 아이들과 육아로 갇혀있는 생활. 그나마도 3년 터울씩 세명을 길러야 했으니, 내가 하는 일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공부하며, 남편과 싸우며 전쟁 같은 결혼생활을 해올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들 칭찬하면서 ‘억척 여사다’라는 말도 동시에 듣곤 했다. (물론 남편도 끊임없이 일하고, 집에 오면 육아에 쉴틈 없이 우리부부는 외국 땅에서 둘이 그렇게 지냈다.)


 세상 많은 남편들은 아내와 딸린 식구들 위해 희생을 하고, 끝없는 책임감으로 사표를 품에 안고 산다고들 한다. 하지만,  수많은 여자들이 가족과 육아로 사표를   없이 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도  희생이면서 그녀들의 평생의 한이 된다.


음악인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이라는 특성상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가정생활에 도움이 되긴커녕, 오히려 방해꾼 노릇을 하고 있었다. 어쩔 때는 아예 놓아야 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해  결혼에 대한 억울함이 배가 되었고,  꿈을 이루는 속도가 늦추어질 때는 조급함이 나를 조여왔다. 꿈의 방향을 수정해야 했을 때는 원 꿈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한없이 되뇌곤 했다.


 그렇다고 가족을 버리고 내 평생의 꿈을 좇을 만큼의 대담한 용기는 있었을까? 그건 또 아니었다. 그렇게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동안 나의 결혼 생활 16년이 지나갔다.


*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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