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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음 Apr 08. 2021

'포기' 말고 '포용'

<결혼은 그냥, 버티는 거야>#10.

어느 주말, 남편과 미술관을 같이 가고 싶은 아내가 투덜거린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와 미식축구를 보러 가고 싶은 모양이다. 뾰투룽 하더니 둘이서 전쟁이 났다. 이럴 때 꼭 아내에게 다른 여자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화음씨, 굳이 뭘 같이 하려고 하니? 그냥 냅둬.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  


뭘 포기하라는 걸까? 주말을 잘 보내고자  내 시간과 노력 들여 남편을 설득해보려는 내 마음을 포기하라는 걸까? 미술관 가고 싶은 내 마음 자체를 포기하라는 걸까? 아니면 남편이 미술관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포기? 아니면 둘이 같이 하는 걸 포기하고 오늘은 각각? 


물론 이건 아주 소소한 예이다. 하지만 수많은 점이 만나 선이 되듯, 이런 소소한 일상의 반복이 ‘결혼생활’이라는 선을 만들기 때문에, ‘포기하면’이라는 말이 쉽지만 매번 실행해 옮기기는 마음같이 쉽지는 않다. 


김환기 화백의 '우주'라는 작품이 있다. 푸르른 점과 동심원이 수도 없이 모여 큰 우주를 이루는데,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오늘도 한 점 찍고, 내일도 한 점 찍어 수많은 점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작품이 탄생한다. 그 ‘인생’이라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나의 ‘결혼생활’은 무수히 많은 점을 찍을 것이다. 


그런데 쬐금 살아보니, 알겠더라. 그 많은 점들을 찍어 가기 위해서는 ‘포기’라는 말 보다 ‘포용’이라는 말이 더 내 삶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을. 


목적어가 무엇이 되었건, 그 무엇을 '포기'하는 것에는 꼭 아쉬움과 불만이 섞여져 나온다. 대신 '포용'이라고 하면, ‘내가 드넓은 아량과 사랑으로 당신의 관심사까지 이해하고 기꺼이 같이 즐거워해 주며, 수용할게.’라는 긍정적인 나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해봤자 안되니까 '포기'하는 대신, '포용'해보자. 그 '포용'의 시작이 외려 당신의 작았던 세계관을 넓혀주고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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