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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음 Apr 05. 2021

결혼의 정의

<결혼은 그냥, 버티는 거야>#8.


대부분의 우리는 사랑의 결실로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인정하고, 그 틀 안에 들어가 산다. 결혼의 특성을 영어로는 commitment [커밋 먼트]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한데, 내가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니 그냥 그 약속을 지킨다는 뜻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목적이 이혼한 사람들을 나무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내 결혼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나 자신 또한 예전에 이혼 변호사를 만났을 만큼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이혼한 사람들의 심정을 다는 아니어도 조금은 이해할 수는 있기에, 나의 글은 그만큼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막내가 어느 정도 큰 요즘은, 전쟁 같았던 결혼생활의 휴전기를 거치고 있기에, 그저 예전의 나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의 나처럼 결혼생활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시절이 올 수도 있다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어느 강연에서 들었다. 결혼은 하나의 혼돈이 다른 혼돈을 만나 커다란 혼돈을 만드는 것이라고.

시간이 지나 그 한 혼돈의 우주가 깨어지고 다른 혼돈의 우주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 했다. 또, 가수 윤종신이 어떤 프로에서 그랬나? 결혼은 문화충돌이라고.


   서로의 다른 세계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세계가 우리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만들어지는데, 부부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게 아니니(어쩌면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일 지라도 다른 세계관이 생길 수도 있다), 당연히 다른 세계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다른 둘이 만났으니, 정말 시시하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이혼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알고 있는  가지 예를 소개하자면, 어느 신혼부부가 결혼상담을 하러 왔단다. 여행을 갔는데, 남편이 이불을  펴더란다. 그래서 아내가


 ”왜 이부자리를 안 펴?”

 “응?? 우리 집은 엄마가 늘 이부자리를 폈는데? 네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우리 집은 우리 아빠가 늘 하셨어. 당신이 해”


 그렇게 하다가 언쟁이 생겨 이혼 상담받으러 왔다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 집은 어느 날 부부가 감자를 삶아 같이 간식으로 먹으려는데  남편이


"고추장 좀 가져다 줄래?”


그랬단다.


   그래서 아내가


“으으으응?? 고추장? 에이~ 세상에 누가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 설탕이나 소금이지~”

“그러면, 고추장을 찍어 먹는 우리 집이 이상한 거니????”


라고 하며 언성이 높아졌단다. 그게 시작이 되어 싸움이 커졌단다.


    더 웃기는 사실은 이 이야기를 신혼 초에 내가 남편에게 전할 때였다.


“자기야, 글쎄 이런 걸로도 싸운대. 글쎄,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집도 있나 봐~ "

“어?????우리 집. 우리 집은 원래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

“으으응? 아 그래?? 몰랐네.;;”


알고 보니, 부모님이 강원도 출신이신 남편은 진짜로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당연했는데, 나는 그것도 몰랐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거기에 '하기로 정했으니 그냥 최선을 다해 지키는 것'이 더해진 게  결혼이 아닐까?



*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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