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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음 Apr 03. 2021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결혼은 그냥, 버티는 거야>#6.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고, 기분이 나빠져도 금방 풀리는 편이다. 남편은 혼자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말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결혼 초에는 이 타이밍이 너무 괴로웠다. 나는 빨리 사과하는 편인데, 남편은 그 사과마저 받아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힘들어했다.


   그에 따르면, 나는 다른 사람의 상태를 존중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했다. 난생처음 들었다. 이기적이라는 말.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달랐다. 화가 나고, 풀리는 그 시간도 달랐고 서로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도 달랐다. 난 그제서야, 내가 사랑하는 방법이 상대방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게리 채프만(Gary Chapman)의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The 5 Love Languages)에 따르면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는


1.인정하는 말

2.함께하는 시간

3.선물

4.봉사

5.스킨십


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단다. 아, 보통 다르단다. 그럴 경우엔 서로 소통을 통해, 대화를 통해 나는 무엇이 좋고, 나는 어떨 때에 더 사랑받는다고 느껴진다고 상대방에게 알려주면 된단다.


   그런데 문제는 이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배우지 않은 상태의  같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은 주로 본인이 사랑받기 원하는 방식의 사랑의 언어를 상대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주로 내가 받기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상대에게 베풀지만, 상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라는 것이다. 아! 아주 좋은 예가 생각났다.


   엊그제는 퇴근하려고 차를 탔더니, 큰 딸이 전화를 했다. 우리 집 뒤뜰에 큰 새가 떨어졌는지 몇 시간째 가만히 앉아있다고…. 집에 도착해서 동물 보호센터에 전화도 해봤지만 전화연결이 잘 안 되어 그저 지켜보았다. 그런데 한참 뒤. 그 새가 살짝 점프해 난간에 앉았다. 기특하다. 아픈 거 같은데, 어쩌나. 물이라도 줘야 하나? 배고프진 않으려나?


   안 되겠다. 집에 있던 잣 몇 알을 주려고 문을 스르륵 열었더니, 글쎄 다리가 ‘툭’ 하고 떨궈진 채로 날아갔다. 해치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걱정되고 안쓰럽고, 잘해주려고 했는데.... 너는 무서웠을 수도 있었겠구나. 그냥 가만히 둘걸...


   그날 저녁 내내 나의 목구멍 너머 가슴 안쪽에 자꾸만 뭐가 지나가듯 찡했다.  그저 그 새를 돌봐주고 싶었던 마음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일이 흘러갔다.


   또 한 번 되새겼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나만의 사랑의 방식을 제공하지 말고, 그들이 원하는 사랑의 필요를 먼저 알아줘야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도 넌지시,  하지만 분명히 알아듣도록 이야기 다시 해야겠다.



*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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