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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n 09. 2023

[초등교사의 그림책 추천]단점은 고쳐야 할까?

그림책 : 기린은 너무해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또 조리 존 작가의 작품이다.

(이쯤 되면 "또"리 존 작가가 아닌가 싶겠지만, 이 작가가 너무 내 스타일이라 어쩔 수 없다.)


"기린은 너무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 : 고치고 싶은 단점이 있는 사람



기린은 자신의 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길어도 적당히 길어야지 원, 불편할 때가 많다.



기린은 어떻게든 긴 목을 숨기고 싶다. 덤불 속에도 숨어 보고 도랑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것도 기린의 목을 숨겨주기엔 역부족이다.



기린은 친구들의 목을 보며 부러워한다.

내 목은 이렇게 긴데 얼룩말의 목은 길이도 적당하고 예쁜 얼룩무늬까지 있네!



기린은 하루종일 다른 동물들을 부러워하다가 거북이를 만난다.

거북이는 기린과 정반대의 목을 가졌는데, 그 역시 기린처럼 불만이 많다.

거북이는 목이 너무 짧아서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목을 쭉 뻗을 수 없다.

가끔은 두껍고 짧은 목 때문에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린은 나무가 높아 목이 닿지 않는 거북이에게 자신의 긴 목을 이용해 바나나를 따준다.

거북이는 "넌 참 쉽게 따는구나!"라고 말하며 기린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에드워드, 네 목은 참 대단해. 놀라운 일을 해내잖아."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장점이 되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끈기가 없다는 단점도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끈기가 없는 사람은 어딘가에 관심을 가졌다가도 금방 사그라 들어서 쉽사리 중독되지 않는다. 안 되면 다른 거 하지 뭐, 하고 칠렐레 팔렐레 재밌는 것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어떤 사악한 것(?)에도 중독은 어림도 없다. (물론 도파민 중독자들은 예외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쉽고 빠르게 도전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한다. 반대로 내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단점이 될 때도 있다. 무엇이든 하나를 끝까지 파는 성격이 내 장점이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우물 안의 개구리였나 싶은 순간도 생긴다.


영원한 장점도, 영원한 단점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나누어 장점은 더 키우고, 단점은 개선하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구분하면 나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반대다. 오히려 내가 단점이라고 분류해 놓은 특성 때문에 나를 잘 모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린에게 불편했던 긴 목이 거북이에게는 장점이 되었던 것처럼, 내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상황에 처하냐에 따라 내 단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과연 당신이 분류해 놓은 단점이 진짜 단점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내 단점은 나라는 정체성을 형성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병치레가 잦았다고 한다. 그는 남들보다 허약하다는 것을 콤플렉스로 여겨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었다. 지금 그는 마라톤을 나갈 정도로 튼튼한 심장과 다리를 가지게 되었으며 동년배보다 훨씬 건강하다. 그에게 약한 신체는 오히려 장점이다. 약한 체력은 하루키에게 달리기라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었으며, 달리기는 그의 글쓰기 작업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그의 단점이 결국 하루키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준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기린처럼, 거북이처럼 단점을 꽁꽁 숨기고 싶어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단점과 장점은 언제나 공존하는 것이며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인데, 무언가에 단점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그건 정말로 "끔찍"해진다. 나 자신이 구제 불능으로 보이고 그 단점 때문에 내 삶이 엉망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물품 분류할 때나 쓰는 라벨링은 이제 멈추자. 나라는 존재를 이것저것 재밌고 혼란스러운 것으로 뭉쳐진 찰흙 덩어리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게으른 것도, 부지런한 것도,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다 일장 일단이 있다 생각하고 인정해 주자. 이런 면을 별로니까 개선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그것이 내게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야 단점 같아도 이게 좋을 때도 있다? 하는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물론 심각한 단점 (폭력.. 도박.. 등등..)은 예외다.


+그리고 거북이 같은 사람을 옆에 두었으면 좋겠다.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장점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


❤️ 총평


흥미 ⭐⭐⭐


교훈⭐⭐⭐⭐⭐


수업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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