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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이후 남편은 꾸밈없고 솔직하게 고백을 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는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과연 연애 경험이 없을까 의아했지만 곧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남고-공대-남초직장이라는 완벽한 이성 차단 루트를 거쳐왔기에 연애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도 연애할 사람은 다 한다는데 자기는 도저히 안 되더라는 것이다. 주변에서 하도 연애를 안 하니 사람들이 동아리든 신입사원 연수원이든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아보라고 성화였지만, 그는 일하면 일하는 거지 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나를 만났을 때만큼의 끌림을 느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자기 스스로 기준이 아주 높은 탓에 열심히 체를 걸렀더니 모두가 걸러졌다고 했다. (나는 거기다가 대고 오빠가 걸러진 것 아니냐고 물었었다ㅋㅋㅋㅋ)
남편과 나는 매일매일 만났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는 언제나 나를 만나러 왔다. 우리는 20살 대학생처럼 설레는 연애를 했다. 그와 하는 모든 일이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만 같았다. 아무리 많은 대화를 해도 부족했고,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중간에 그가 신입사원 연수를 진행하러 연수원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만나지 얼마 안 돼서 이렇게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그는 더욱더 내게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바쁜 와중에도 내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연락하고, 아침저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를 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이라도 비는 날에는 나를 보러 와주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의 연수원 생활이 끝나고 남편과 나는 근교의 작은 카페에 놀러 갔다. 건물은 아담했지만 마당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카페였다. 우리는 음료를 시켜 테라스에 앉았다. 넓은 잔디밭에 삼삼오오 가족들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아한 엄마와 자상한 아빠가 귀여운 딸을 놀아주고 있었다. 햇볕 아래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났다. 남편도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는 가만히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고 싶어. 행복할 것 같아. 너는 어때?"
"나도 당연히 하고 싶지. 그럼 결혼을 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나는 기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 짧더라도 확신이 있다면. 넌?"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결혼을 해도 괜찮을까?
"그럼 우리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그때 나는 아주 복잡한 생각을 거쳐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다. 이렇게 우리가 잘 맞고 행복한데, 앞으로의 삶은 어떨까? 이 사람도 나와 계속 함께 하고 싶은 걸까. 어쩌면 나는 그의 사랑의 깊이가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차고 넘치게 나를 사랑해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내가 그간 이야기하지 못한 게 있어. 네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던 이유가 있는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뭘 말하려고 하는 걸까? 혹시 결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걸까?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