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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n 19. 2024

상여자의 청혼 방식

*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각색은 거의 없습니다 :)


"사실 내가 그간 이야기하지 못한 게 있어. 네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던 이유가 있는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뭘 말하려고 하는 걸까? 혹시 결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걸까?


"너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이렇게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면 내가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어."


그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와의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재밌겠다' 였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와 함께라면 꽤 재밌을 것 같아. 너랑 있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물 흐르듯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말을 꾸며내거나 괜한 허세를 부려 환심을 사려는 사람도 아니었다. 책임지지 못할 말도 하지 않았다.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을 하니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뢰가 갈 수밖에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난 오빠라면 믿고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또 목표가 생기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사람들이잖아. 추진력 좋고, 행동력 좋고... 우리가 닮아 있어서 참 좋아."


"그래서 재밌을 것 같아. 생각할수록 너무 설레는데?"


그가 검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와 함께라면, 이 남자가 나의 남편이 된다면... 나는 상상할 겨를이 없었다. 나에게 이미 이 남자는 정답이었다.


"그럼 이번 주 주말에 예식장 알아보러 가보는 건 어때? 요즘 예약이 많이 힘들어서 1년 전부터 해야 한다는데."


"진짜?"


나의 못 말리는 추진력에 남편이 빵 터져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상여자야."


남편은 나의 거침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상여자라며 놀렸었다. 그리고 매력 있다며 어찌나 좋아했었는지. 이 남자는 내가 뭘 해도 좋아하는 남자다. 남들이 봤으면 조심 좀 하라고 등짝 때릴 일도 남편은 항상 귀여워했다. 그는 내가 여행 가서 길도 모르면서 따라오라고 앞장설 때도 틀린 줄 알면서도 귀여워서 찔레 찔레 따라왔다고도 했다. 그는 나에게 한 번도 고쳐달라거나 변해야 한다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기다려 줄줄 아는 남자였다.


"그래, 그럼 내일 당장 알아보러 가자."


남편이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우리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만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여행 3일 전에 갑자기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떠났었으니 알만하지 않는가. 그 와중에 한 번을 안 싸우고 꺄르륵 거리며 일본 시내를 휘젓고 다녔었던 우리다. 뭔가 재밌다 싶으면 무조건 하고 보는 우리 커플에게 결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우리에게도 결혼의 과정이 쉬운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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