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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n 20. 2024

결혼해도 괜찮은 거 맞아?

*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각색은 거의 없습니다 :)


나는 얼마 전까지 소개팅남이었던 남자와 결혼을 하게 생겼다. 결혼을 저녁 식사 메뉴 고르듯이 뚝딱 결정해도 되는 걸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가 결혼이라는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남들이 슬슬 결혼하는 나이라고 하지만 나도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었다. 나는 불안한 눈초리로 남편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평온한 얼굴이다. 부산 남자는 원래 이렇게 상남자들인가?


"잠깐, 오빠. 근데 괜찮을까? 너무 갑자기 결정했나?"

"그럴 리가 없어. 모두가 우리 결혼을 응원해."

"엥, 왜?"


남편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우리 지난번에 00이 만났던 거 기억해? 우리 만난 지 2주도 안 돼서 내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잖아."

"아 그렇지 집들이하러! 그런데 왜?"

"다음날 회사에서 00 이가 우리 보고 곧 결혼할 것 같다고 식장 잡으라 그랬어."


나는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우리의 결혼을 예견한 사람이 있다고?


"뭐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대?"

"그냥 느낌이 좋았다나? 말로 설명할 수 없대. 그리고 00 이는 내가 연애하는 게 너무 신기했나 봐. 우리 동기들 있는 단톡에다가 00형 여자 친구 생겼다고 난리 난리를 쳤대."

"오빠는 그 단톡에 없어?"

"응. 너무 시끄럽고 알림이 많이 와서? 별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회사 메신저방이면 충분하지 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남편답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군더더기 없는 사람이다. 일, 집, 일, 집 밖에 모르고 그다지 꽂혀 있는 취미 생활도 없는데 남들 이야기에도 별 관심이 없다. 나는 단톡에서 수다 떠느라 바쁜 사람인데 이 남자는 심지어 동기들이 있는 단톡도 나갔다.


"아니 뭐 내가 새우를 10마리 넘게 까다가 바쳤다는 둥... 만나는 내내 손잡고 아주 닭살 돋아 죽는 줄 알았다는 둥... 동기들이랑 친구들이 여자 친구 보여달라고 난리야. 내가 연애하는 게 거의 특종감이라니까."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나는 왠지 화제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여자 친구 생겼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의 사람이라니, 이 사람은 얼마나 연애를 안 한 거야? 나는 상장이라도 받은 듯 기분이 좋았다. 나는 또 한 번 이 순수한 남정네를 놓아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니까 걱정 마. 주변 사람도 우리 결혼을 예견했잖아."

"너무 재밌다. 아무튼 우리 좋아 보이나 봐. 00 씨도 결혼 예견까지 하고. 근데 그거 알아?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결혼할 줄 알고 있었다고?"


남편이 자세를 고쳐 잡으며 물었다.


"우리 소개팅 두 번째 만남 때 되게 늦은 시간에 헤어졌잖아. 집에 가는 길에 친구한테 전화를 했어. 이상하게 나 막 결혼할 것 같다고 그랬거든."

"정말? 재밌다. 그때부터 느꼈구나."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온다더니 진짜더라고. 오빠는 어땠어?"


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뭔가 진지하고 엄청난 이유가 있으니 이런 결정을 한 게 아닐까?


(다음 편에서)


✨덧 : 그 당시 내 전화를 받은 친구는 아직도 자기는 그럴 줄 알았다며 즐거워한다. 사진 보자마자 내 취향을 거의 99 퍼 반영한 남자라고 호들갑을 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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