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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n 17. 2024

마음에 들면 재지 않는다

*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각색은 거의 없습니다 :)


나와 소개팅남은 우여곡절 끝에 식당에 도착해 테이블에 앉았다. 날이 어찌나 덥던지 에어컨이 빵빵한 식당 안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우리는 대충 메뉴를 주문하고 그제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시간이 생겼다. 소개팅남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말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세요. 아 그, 사진도 당연히 예뻤는데.."

"아! 감사합니다. 00 씨도 실물이 훨씬 잘생기셨어요. 배우 닮은 것 같아요.. 그 이진욱?"

"엇 이진욱이요..?"


소개팅남은 핸드폰으로 이진욱 사진을 찾더니 나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전혀 안 닮았어요. 하하하. 너무 좋게 봐주셨는데요.."


역시 최고의 남자는 잘생겼는데 본인이 잘생긴 줄 모르는 남자라더니, 나는 속으로 한 번 더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내가 바라던 남자가 바로 이런 남자야! 잘생기고 겸손한 남자!'


우리는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자긍심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라 자신이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결국 하고 마는 뚝심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내 예상과 달리 술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 때 동기들과 한창 어울릴 때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집에서 보내는 사람 같았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갑자기 소개팅남이 나의 이상형을 물었다.


"음... 저는 쌍꺼풀이 없는 남자가 좋아요. 너무 진하면 부담스러워요."


그러자 소개팅남이 황급히 자기 눈을 손으로 더듬더니 물어보았다.


"어.. 어, 저 쌍꺼풀 없죠?? 있나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라니! 자신의 마음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사람을 얼마 만에 만났는지 모른다. 매번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나를 재보던 약삭빠른 남자들만 보다가 투명한 사람을 보니까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의 마음은 투명한 어항 같았다. 나는 그의 눈과 표정에서 진심을 보았다. 자꾸 배시시 웃고 부끄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설렜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카페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카페는 모두 문을 닫았고,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차를 어디에 댔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우리는 차량 GPS 정보에 의존하며 하염없이 길을 걸었다. 더운 날이었지만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다. 그와의 대화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웃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걷는 이 길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는 차에 도착할 때쯤 약속한 듯 걸음 속도를 늦췄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우리 둘 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돌아가서 공원에 가지 않을래요?"


소개팅남이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는 소개팅남 근처의 공원에 도착했다. 선선한 바람에 여름 냄새가 물씬 났다. 나뭇잎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바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실려왔다. 무덥고 소란스러웠던 낮과 달리 저녁의 공원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어디선가 음악소리와 함께 쏴-아 하는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때마침 음악 분수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음악 분수가 잘 보이는 계단에 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계단에 앉아 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경쾌한 음악이 리듬에 맞춰 연주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만히 함께 앉아 음악 분수를 보았다. 형형색색의 물줄기들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내려왔다를 반복했다. 작은 물줄기들이 마치 합창을 하듯 큰 물줄기를 에워싸고 있었다.


"00 씨 옆에 있으면 긴장이 돼요. 괜히 실수할까 봐 두렵고,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는 그런 모습이 좋아요. 진실되고 솔직해 보여요. 그리고 실수하면 어때요, 저는 그게 더 자연스러워서 좋아요."


그가 씩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가만히 미래의 남편이 될 그 사람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저는 00 씨가 말하는 방식이 좋아요."

"저도 그래요."

"우리 내일도 보지 않을래요?"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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