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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Aug 21. 2024

상남자가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

*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 외에 각색은 거의 없습니다 :)

* 그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제 다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내 남편은 자칭 타칭 상남자다. 나도 과연 그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그는 내가 본 남자 중에 가장 시원시원하고 남자다운 사람이다. 요즘 세상에 남자 답다는 말은 지극히 성차별적인 발언이기는 하다만, 달리 그 말 말고는 그를 설명할만한 단어가 없다. 그는 매사 시원시원하며 정의롭다. 솔직하고 진실되었으며 비겁한 짓을 하지 않는다. 또 짜증 한 번 내지 않을 정도의 거의 완벽한 심리적 평정심을 갖추고 있으며, 징징거리지도 않는다. 결단력이 있으며 변덕이 없고, 마음먹은 것은 꼭 이뤄내는 실행력까지 갖췄다. 강인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능력도 있는 내 남편은 내게 있어 완벽한 상남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이었다. 전 편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그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연애 경험이 거의 전무한 남자였다. 일단 남편은 속된 말로 눈이 "오지게" 높았다. 보통 소개팅 나가서 말 몇 마디 나눠 보면 각이 나오는데, 나 말고는 각이 나오는(?) 괜찮은 여자가 없었다고 했다. 본인만의 외적 기준도 상당히 높아서 대부분의 여자들은 외모에서 이미 컷(그의 표현에 따르면)이었다고 한다. (좀 재수 없긴 하지만 내가 봐도 그는 잘생겼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단 오해하지 말라, 내 눈에만 잘생긴 남자다.)


그렇게 여자를 만나지 않은 기간이 아주 길어지다 보니, 남편은 자기도 모르게 연애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에는 굳이 왜 여자의 비위를 맞춰 주며 연애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고 했다. 여자 마음 하나 얻어 보겠다고 여미새 짓을 하며 나대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나. 여자친구 데려다주고 데려다 오고, 화 풀어주고, 비위 맞춰주는 모든 일들이 남편에겐 한심하게 느껴지는 종류의 일이었다. 그에게는 그것이 상남자의 자존심과 같은 사고방식이었다. 어디 내가 굽힐쏘냐, 뭐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드디어 제 짝을 만나게 되었다. 그게 바로 나다!


남편은 그 즉시 상남자의 자존심을 저 멀리 뻥! 차버렸다. 매일 같이 나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기 시작했다.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회식 장소에까지 나타나 나를 태워주려고 한참을 기다리고는 했다. 내 무거운 짐을 옮겨 주겠다며 우리 집까지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줬는지 모른다. 남편은 언젠가 자신의 모습이 웃기다고 했다. 나랑 만나기 전에는 남자가 여자친구의 기사 노릇하는 게 한심해 보였는데, 막상 여자친구가 생기니 자신이 제일 열심히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 안 그럴 수가 없다나.


어디 그뿐이랴. 남편은 내가 조금만 표정이 안 좋아져도 안절부절못하며 내 기분을 풀어주려 애를 쓴다. 걱정 있어? 무슨 일 있어? 내가 무슨 잘못했어? 라며 온갖 질문을 쏟아 낸다. 요즘은 내가 한숨만 쉬어도 저 멀리서 "왜! 여보 무슨 일이야!" 하면서 쪼르르 달려온다. 얼마나 귀여운지. 남편은 어쩌다 싸울 때도 먼저 사과하려고 한다. 나는 내가 세상 최고 먼저 사과하기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빨리 사과하는 남자를 만나니 얼떨떨하긴 하다. 


그는 나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분명 남편 친구 커플과 더블데이트를 할 때만 해도 프러포즈 안 하냐는 상대 커플의 질문에 굳이 해야 되냐는 식으로 답했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고급 호텔에서 깜짝 프러포즈를 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는지, 그 뒤에도 그는 여러 차례 나에게 깜짝 이벤트를 열어주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이벤트를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는 변함없이 나를 보좌(?)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상남자의 면모를 발휘해, 나에게 그 어떤 힘듦도 용납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하다. 내 여자에게 무조건 맛있는 것을 먹이겠다는 신념하에 그는 나를 주방에서 몰아내고 모든 요리를 자신이 직접 한다. 내가 뭐라도 만들어 볼까 싶어 서성이면 가서 tv나 보라며 밀어낸다. 또 청소 좀 해볼까 싶으면 고생하지 말라며 로봇청소기, 자동 고양이 화장실, 식세기 등등으로 손 갈 일 없게 만들어버린다.


내 남편은 이 세상에 다시없을 상남자다. 밖에서는 남자다운 강인함으로 사회생활을 척척해내고, 안에서는 내 여자 내가 지키리라는 기사도 정신(?)으로 아내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는 상남자다. 강하고 따뜻하고 똑똑한 내 남편은 진정으로 내가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몇몇 사람들은 내게 더 살아봐라, 애 낳으면 싸운다, 그게 얼마나 가겠냐며 괜히 초를 치는 말을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내 남편을 매도하고 싶지 않다. 한결 같이 멋진 내 남편 덕분에 나는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세상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의 내 결혼 생활은 지상 낙원이나 다름이 없다. 부족한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내게 최선을 다하는 내 남편에게 깊이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남편더러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잘해줘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시어머니께도 감사하다. 남편한테 때때로 전화해서 00이 고생시키지 마라, 00이 운전하다 딱지 떼온다고 뭐라 하면 안 된다, 00이 맛있는 거 먹이고 있니 등등 잔소리해주시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또 한 번 행복하다. 나 또한 상남자에 걸맞은 멋진 상여자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내 남편이 나를 여왕 대접해 주는 만큼 나도 내 남편을 왕 대접 해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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