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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쌤 Jul 27. 2024

잘생긴 남자와 결혼하면 행복할까?

* 모든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남편과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그의 미모이다.


지금은 나와 함께 저녁마다 치킨을 먹는 탓에 살이 올랐지만, 결혼 전만 하더라도 날렵한 턱선과 눈부신 이목구비를 자랑하던 남자였다. 결혼 전 모바일 청첩장 사진을 본 지인들은 남편 잘생겼다, 선남선녀다 입을 모아 칭찬을 했었다. 결혼식날 지인들에게 남편 잘생겼다는 말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지금도 조금 살이 올랐을 뿐이지 잘생긴 건 여전하다. 귀여움이 한 스푼 추가된 정도랄까?


그럼 나만 덕을 보는 것이냐.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내 남편도 나를 매우 예뻐한다. 그는 나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3초 만에 고백-결혼 결심을 했다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 줄은 모르겠으나 흡족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아무리 꾀죄죄하게 머리도 안 감고 퍼질러 있어도 항상 예뻐죽겠다며 뽀뽀 세례를 퍼붓는 남편 덕분에 나는 내가 아주 예쁜 줄 아는 여자다. 따지고 보면 서로의 이상형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랄까.


남편이 잘생겨서 좋은 점은 참 많다. 일단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내 이상형의 얼굴을 하루종일, 그것도 무상으로 평생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살이 찌거나 늙어도 괜찮다. 그의 이목구비 배열 자체가 나에겐 짜릿한 감동이다. 어디 좋은 여행지를 가지 않더라도 집 소파에 함께 안고 누워 있으면 그게 곧 행복이다. 사랑이 식을 새가 없다. 매번 볼 때마다 이 남자 왜 이렇게 귀엽고 잘생겼지,라는 마음이 샘솟기 때문이다. 싸워도 금방 풀린다. 싸우다 얼굴 봤는데 잘생겨서 화가 가라앉은 적도 있다.


유전적으로도 좋다. 우리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특히 딸의 얼굴이 너무 기대된다. 남편을 닮은 딸이라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그렇게 까지 특정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의 유전자가 아까워서라도 (물론 행복해서 그런 게 훨씬 크지만) 물려줘야겠다 싶다. (나는 종종 남편에게 "여보의 유전자가 탐나."라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이 섬뜩해하는 게 웃기다. 남편의 이러려고 나를 만났냐는 말에 나는 당당히 응!이라고 하는 편이다.)


어른들은 얼굴 뜯어먹으면서 살 거냐며 외모는 결혼 생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 엄마는 살아봐야 다 거기서 거기라며 얼굴 말고 다른 걸 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타고나길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나에게 외모를 보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타고난 심미안을 고쳐보고자 여러 시도(?)를 해보았으나 먹히지 않았다. 내 스타일이 아닌데 돈만 많다던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성격은 좋다던가. 그런 것들은 모두 깨어지기 쉬운 조건들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 아닌가. 돈이 없거나 사이가 틀어지면 그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조건 보고 결혼했는데 조건이 사라지면 무슨 힘으로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이 들면 외모도 사라진다고? 천만의 말씀. 내 자식이 그 잘생긴 얼굴을 물려받는다.


만약 내가 잘생긴 남편을 만나겠다는 욕구를 무시하고 다른 조건을 쫓아 결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나는 행복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나는 내 욕구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 욕구를 무시한 채 평생 살 수 없다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른 가변적인 조건들에 이끌려 내 욕구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욕구를 무시하고 꿩 대신 닭을 선택하면 언젠가는 피를 본다. 결혼 상대를 찾다 찾다 정 안 되니까 외모를 내려놓아야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외모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면 괜찮다. 하지만 나처럼 잘생긴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외모를 내려놓는다? 그럼 이제 문제가 심각해진다. 외모 포기하고 돈 많은 거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돈 없어지면 "못생겼는데 돈까지 못 벌어오네."가 된다. 외모 포기하고 착한 거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화나게 하면 "못생긴 게 화나게 하네."가 된다. 못생겼지만 나만 바라봐서 결혼했는데 바람피우면 진짜 꼴값이라 열받는다. 


꿩 대신 닭 같은 것은 없다.
꿩은 꿩이고 닭은 닭이지 닭으로 꿩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꿩의 빈자리만 크게 느껴질 뿐이다.


사람을 만날 때 억지로 포기하는 무언가가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무도 안 만나는 게 낫다. 내 딴에는 희생이지만 남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선택 후에는 차가운 결과만 남을 뿐이다. 애초에 만족하지 못할 만한 사람을 만나고 왜 너는 그런 사람이 안 되냐고 들들 볶아봤자 소용없다. 관계만 나빠질 뿐이다. 내가 눈에 차지 않는 사람을 만난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날만한 선택도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게 명확하다면 그걸 쟁취하기 위해 후회 없이 노력해 보는 게 맞다. 적당한 선에서 포기해 버리면 영영 미련이 되어 날 따라올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려 내 욕구를 포기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노력하고, 쟁취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결혼이든 일이든 뭐든 말이다.


*여담 : 잘생기면 얼굴값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경험상 그건 잘생김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 문제다. 아무리 잘생겨도 자존감 낮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있고, 아무리 외적으로 평범해도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사르트르도 키 160에 사팔뜨기였지만 엄청난 여성 편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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