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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서 김태림 Jan 12. 2021

“Employee referral”임직원 추천제도

임직원 추천제도: 그것은 낙하산 제도가 아니다

운 좋은 친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인복에 대한 중요성과 여유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여유 있는 삶을 산다는 것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고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능력이었다.  채용 업무를 하면서 인맥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 맞았다. 지금 주어진 업무가 힘들고, 일이 힘들 때 과거에 같이 일했던 동료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 일지도 모른다.


“Employee referral” ‘임직원 추천제도’  재직 중인 임직원이 주변 지인을 회사에 추천하는 제도이다. 실질적으로 미국에서는 흔한 채용 방식 중에 하나이며 추천한 지인이 채용되었을 경우 많은 회사들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회사들은 그 직원이 6개월 이상, 1년 이상 근무했을 때, 추가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  

주로 경력직에서 많이 일어나는 경우지만 임직원, 채용자 모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졸업 후 처음 리쿠르터라는 타이틀을 갖고 채용 업무를 했을 때  “Employee referral”, (임직원 추천제도)를 선호하지 않았다.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겐 이 제도가 ‘그들만의 리그’로 보였고, 이 제도로 들어온 사람들이 일명 ‘낙하산’처럼 보였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90년대생으로 나는 지금까지 공정한 제도 속에서 경쟁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 했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오리가 무수히 많은 발길질을 하면서 백조 옆에 있었던 것처럼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혼자 내 힘으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인가를 얻었을 때는 희열도 느꼈고, 나 자체에도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쉽게 phone screen 절차 ( 1차 인터뷰) 를 통과하고 바로 면접으로 가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듯이, 실질적으로 employee referral  방식으로 들어온 직원들의 레쥬메(이력서)가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눈에 띈 경우도 있었고, 가장 큰 장점으로는 사내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쉽게 적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 미국법인 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employee referral” 제도를 통해 입사 한 분들이 몇 분 계셨다. 낙하산이라 일을 잘 못할 것이고, 무엇인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편견이었다. 오히려 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계셔서 그런지 팀 내에서의 적응도가 다른 신규 직원에 비해서 빨랐고, 유사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업무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셨다. 모든 채용과 직무를 다 이 전형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급하게 경력직을 구해야 할 때 인사팀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결국 채용은 지원자의 실력과 운 그리고 회사와의 합이 맞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회사가 원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충족하고 난 뒤에는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면접 때 예감이 좋았고, 주변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인턴십에서 안된 경험이 있다. 전년도 인턴이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그 친구를 나 대신 쓰겠다는 것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우스갯소리로 “인재를 놓쳤네”라고  웃어넘겼지만 그 회사와의 인연은 거기까지 였다.


 채용 업무를 맞게 되었을 때 제일 어렵다고 느꼈던 순간은 아쉽게 탈락하신 분들에게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할까 였다. 인사업무 소프트웨어에 형식적인 예시 템플렛이 있지만 뭔가 형식적으로 보이는 그 느낌이 싫었다. 어떻게 하면 인생사 ‘새옹지마’를 영어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이 기회를 놓친 것이 절대 당신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기회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줄 또 다른 기회를 준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결국 생각했던 나만의 템플릿은 만들지 못하고 퇴사했지만 언젠가 또 그런 이메일을 써야 될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꼭 적용시키고 싶다. 어쩌면 employee referral (임직원 추천 전형) 은 준비된 자들을 위한 선물 같은 전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올 미래의 기회를 잡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 온 그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노력을 알아본 그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이 전형을 악용했을 때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폐쇄적인 조직이 되는 것이지 잘 활용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언젠가 올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꾸준히 지금 눈 앞에 있는 일들부터 끝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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