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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잎새 병상일지 44일 차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병동에서)

by Yong Ho Lee


제44일 차 : 2016년 10월 31일 (월요일)

초록잎새의 몸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본인은 온몸이 망신창이가 되었다고 투덜 대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지금껏 똑바로 밖에 눕지 못했던 몸이 지난밤엔 옆으로도 눕는다.

작은 기침에도 등짝이 울리고 가슴이 뻐근하다고는 하나

어제 5층 옥상 산책 중엔 자신도 모르게 터저나온 재채기에

화들짝 놀랄 정도의 통증도 웃으며 참을 수 있을 만큼 호전되었다.


그래 그런가?

그간 허벅지의 깊은 상처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딱정이에 물 묻히는 게 두려워 씻기를 망설였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 목욕을 하시겠단다.

꼬렉~!!!!

모든 준비 완료.

이날 병실의 화장실 개수구가 안 막힌 게 이상했다.

ㅋㅋㅋ

아직 허벅지의 상처 딱정이를 못 떼어낸 것만 빼고

다 볏겨 내 그런가 초록잎새 기분이 최고로 좋다.


점심식사 후.

전문의가 찾아와 이젠 방을 빼란다.

파업 중이라 정상적인 진료가 안되니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데 우리가 머문 15층만 남고 다른 병동은

이미 폐쇄되었단다.

다른 병원을 가려면 의료 전향서가 필요하다.

그걸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안중례님이 찾아오셨다.

초록잎새가 반가움에 표정이 아주 밝다.

오늘 때 빼고 광을 내서 그런지 오늘은 완전 가리환자 같다.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이번엔 주주의 인삼일재님이 바쁜 신 중에 오셨으나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가시고 곧이어 고교 선배님인

전진달 부부님이 다녀 가셨다.

어찌나 감사하고 죄송스럽던지...


오후 3시.

의료 전향서가 아직 안 되었다.

퇴원하는 환자가 한꺼번에 몰려 그런 건지?

간호사실에 서류 재촉을 한 후 병실로 돌아오자 마누라님

여고 동창생 명애 씨가 잠깐 들른 후 한송이 누님이 오셔서 한참

정담을 나누다 돌아가셨다.

그 덕분인지 오늘은 그나마 짧아진 하루가 그냥 지났다.

당연 의료 전향서를 들고 병원을 알아보긴 늦었다.


저녁시간.

한송이 님이 놓고 간 간식을 먹고 나자

저녁 생각은 없으나 마누라님 약을 먹이려고

억지로 드는 시늉만 했다.

그런 후...

내일 퇴원 후 재활 치료에 대한

상의를 하는데 초록잎새가 애원을 한다.

더 이상 병원에 있으면 미칠 것 같으니 집으로 가잔다.


간호사실에 가서 의견을 듣고 상의 끝에

매일 저녁에 따로 복용할 진통제를 추가로 주고

2주 치 약을 받아 간 후 외래 진료 예약을 해 놓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마눌님과는 매일 한방병원으로 통원치료를 하며

집안일은 일체 관여 않는 조건으로 일단 집으로 가는 것으로 했다.


처음 중환자실 입원 시 6개월 입원 예상에서

중증환자실로 옮길 때 의료진은 3개월로 줄여 말을 했었다.

그런데...

일반병실로 옮긴 후 정확히 3개월에서 그 반을 줄여

1개월 반 만에 우린 드디어 내일이면 입원실을 탈출하게 된다.

아직 후유증을 치료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이 또한 슬기롭게 극복할 거다.

이 모든 게 지독한 고통을 견뎌 낸 초록잎새와 한없는 사랑으로

우리 부부를 격려해 주신 지인들 덕분임에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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