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g Ho Lee Sep 15. 2024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제8편

(O서킷 트래킹 5일 차 : 그레이~파이네~그란데 산장)



배낭여행 제8일 차

산행일 :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산행지 : O서킷 트레일 5일 차 (그레이산장~파이네 그란데 산장)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그레이 산장 09:04 출발

파이네 그란데 산장 13:04 도착

산행거리 : 11.43km 산행시간 : 05:00 (오룩스맵에서 기록된 산행 정보로 표기)


(산행지도)


오늘 산행거리는 짧다.

그러니 서둘러 떠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산장에 죽치고 있을 순 없었던 우린



7시를 넘겼어도 일어날 줄 모르고 꿀잠에 빠진

룸메이트 여성들을 위해 조용히 배낭을 꾸려 복도에 배낭을 두고



카약 하는 곳까지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오늘은 산행도 짧고 시간이 많아 카약을 하려 했는데

내가 썩 내켜하지 않자 전날 예약을 하려던 석민씨도 포기를 했었다.

카약은 물 건너갔지만 우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 궁금해 찾아가는 길에 바라본



널찍한 야영장엔 밤사이 비가 제법 내린 듯 텐트가 젖어 있다.



카약킹을 하는 해안가엔 인적이 끊겼다.



우린 그곳을 산책하며 빙하에서 떨어져 흘러온 얼음 하나를 건져 사진도 찍고



맛도 보며 해변을 거닐다




카약킹 삼실에 들렸다.

이제 이곳은 비수기라 그런가?

찾아오는 사람도 없지만 우리가 와도 반겨하는 이도 없었는데



그곳 사무실 한편에 걸려 있던 사진 하나만 유독 우리의 시선을 끈다.

바로 기온 온난화로 인해 급격히 녹아내리는 빙하를 시대별로 찍은 사진이다.

저 사진을 보니 온난화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진다.



산책을 다녀온 우린 곧바로 배낭을 메고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향했다.



그레이 산장을 뒤로 보낸 얼마 후...

등로의 이정목엔 w트레일의 전체 지도와 함께



오늘 우리가 걷게 될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상세하게 그려놓은 지도가 오늘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초반의 등로는 호수를 끼고 계속된 내리막 길이다.

그 길을 걷노라니 흐린 하늘에선 기어이 여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만난 상흔들...

자연 발화인지 인간의 실수인지?

수백 수십 년의 거목들이 불에 검게 탄 흔적들로 처참하다.



등로는 걷기 편안한 산책로 수준으로 좌측엔 설산이



그리고 우측엔 그레이 호수가 걷는 내내 우리의 시선을 즐겁게 한다.



그 길을 걷노라면 마주 오는 트래커를 자주 만난다.

W트레일을 걷는 트래커들이다.



그들은 마주치고 스쳐 지날 때마다

안녕이란 인사말로 올라~ 내지는 감사하다는 뜻의 그라시아스를 외친다.

때론 우리가 걸어온 등로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기도....



우린 한동안 천년 세월을 거처 바람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산하를 올려보고 내려보며 때론 등 떠미는

바람에 밀리고 때론 바람과 힘겹게 맞서며 무상무념으로 바람처럼 바람결에 걸었다.

그러다 지치고 힘들 땐 조망 좋은 자릴 골라 이렇게 멍~을 때린다.

그래도 좋을 만큼 오늘은 여유로운 일정였다.



우리가 쉬는 동안 저 멀리엔 여객선 한 척이 지나고 있다.

저 선실의 객실엔 W트레일을 걷기 위해 찾아오는 트래커가 대다수 일 듯....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가까워질수록

반대편에서 오는 트래커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다 배낭 커버를 했다.

아마도 그쪽엔 비가 많이 내렸나 보다.



한동안 걷기 편안했던 산책로 수준의 등로가

내리막길로 이어지자 그간 잘 참아준 하늘에선 기어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껏 느긋하게 이어오던 우리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우린 오늘 실컷 놀며 쉬며 걸어보려 했는뎅~!

에휴~!



우리가 그란데 산장 가까이에 이르자 조그만 건물이 먼저 반긴다.

이곳은 바로 여객선 매표소란다.



매표소 입구엔 9월에서 4월까지 운행하는

여객선 시간표와 요금이 적힌 안내문이 유리문에 부착돼 있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자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보인다.



산장엔 너무 일찍 도착했다.

여긴 오후 2시에 입실을 할 수 있어 우린 산장 매점에서

콜라를 구입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산장의 처마 끝 쉼터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풀었다.



이곳 산장의 식당에선 점심을 사 먹을 수도 있었지만

싸 온 도시락이 있으니 우린 그냥 이곳에 앉아 꾸역꾸역 썩 내키지 않던 빵을 목구멍에 밀어 넣고 있었는데



요것 봐라~?

그런 우리에게 좀 나눠 달라는 듯 참새들이 모여든다.

이놈들 아주 횡재를 만났다.

참새들은 우리가 던저준 빵쪼가리를 향해 달려드는데

소심한 녀석은 그림의 떡이나 이렇게 용감한 녀석은 배 부를 만큼 먹이를 물어 달아난다.


잠시 후...

오후 2시를 넘겨 우린 4인실 산장을 배정받았다.

룸메이트는 일본 청년 한 명과 계속 우리와 인연이 닿았던 영국 여성였다.

그란데 산장은 우리가 묵었던 산장 중 최고의 시설이다.

저녁 식사의 질도 좋았다.

여긴 뷔페식으로 맘껏 갔다 먹을 수 있어 더 좋다.

이곳에선 뜻밖에도 배낭여행 중인 미국 교포들을 만났다.

나이 지긋한 70대 남성 2분과 60대 여성 한분으로 스케줄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우수아이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길래 석민씨가 자세히 알려줬다.

그러자 그들은 즉석에서 행선지를 그곳으로 정해 떠난다며 고급 정보를 알려줘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한 후 오후의 여객선으로 그란데 산장을 떠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