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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Sep 27. 2024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제10편

(O서킷 트레일 7일 차 프란세스 산장~ 칠리노 산장)


배낭여행 제11일 차

산행일 :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산행지 : O서킷 트레일 7일 차 (프란세스 산장~칠레노 산장)

누구랑 : 산찾사 & 오석민

프란세스 산장 : 08:08 출발

로스 쿠에르노스 산장

양갈래 갈림길에서 좌측길

칠레노 산장 : 14:22 도착

산행거리 : 15.8km 산행시간 : 06:14 (오룩스맵에서 기록된 산행 정보로 표기)


(산행지도)


프란세스 산장에 날이 밝아온다.

잠시 물멍을 하며 일출을 기다려 보지만

헐~!

세찬 바람에 졸라게 춥다.



일출이고 뭐고 얼른 식당으로 직행....

산장의 아침은 어디든 간단하다.

난 요구르트에 시리얼을 듬뿍 넣어 먹는 걸 선호한다.

반면 석민 씨는 식빵이나 통밀빵에 햄이나 치즈 또는 딸기잼 등등

소스를 듬뿍 넣어 커피와 함께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각자 나름대로 우린 양껏 칼로리를 보충한 후 식당을 나섰다.



아침의 신선한 바람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어느새 우린 프란세스 산장을 발아래 둔 언덕에 올라섰다.



걷는 내내 진행방향 우측엔 노르덴스크홀드 호수가 우릴 맞아주고



좌측엔 병풍처럼 둘러친 아름다운 설산이 우릴 내려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걷는 발걸음엔 흥이 실린다.



때론 전날 내린 비에 등로는 질퍽대고 웅덩이를 만날 땐 성가심도 있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등로는 한차레 해안가로 이어지다



숲 속을 파고들더니



트리 하우스가 먼저 우릴 반긴 로스 쿠에르노스 산장을 만났다.

예전 석민 씨가 w트레일을 완주할 땐 이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 했다.



이곳 산장은 겉모습만 봐도 시설이 아주 좋을 듯하다.



쿠르노스 산장의 이정목엔 칠레노 산장까진 11km를 가리키고 있다.



그곳을 향해 힘 한번 불끈 주자

방금 머물던 산장이 발아래에 놓였고 그 뒤편엔

새하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쿠에노스 봉오리들이 보였다.



걷는 내내 우측엔 청록색 파스텔로 곱게 그려 넣은듯한 호수가

그림이 되고 눈앞에는 저 멀리 하얀 설산의 안데스 자락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참으로 여유로운 걸음이다.

우린 바람에 업혀온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은 암릉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후 배낭을 열어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러자...

어떻게 알고 어디서 날아드는지?

어김없이 참새떼가 우리 곁을 찾아들었고

우린 또 빵쪼가리를 던져 줌으로 그들의 바램을 충족시켜 주었다.



파타고니아의 길은 바람이 내준 길이다 보니

바람처럼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는 트래커가 무수히 많았지만

그중엔 각별한 인연을 잊지 못해 이렇게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잡아채는 여인들이 있다.

이 여인들은 그레이 산장에서 하룻밤을 함께 했던 룸메이트다.

그날밤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休足(휴족) 파스 하나를 석민 씨가 준 적이 있는데

그녀는 그걸 무쟈게 고마워했고 그런 우릴 다시 만나게 되자 어찌나 호들갑을 떨며 반가워하던지?

가식이 아닌 진심이 느껴진 만남이라 우리 또한 마음이 훈훈해졌는데 그녀는 배낭을 열어

맛을 보라며 우리에게 초콜릿을 주고 사라졌다.

따스한 情...

한국인 특유의 情문화가 외국의 처자들에게도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마음만 열면 나라 민족 인종 구분 없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의 바람은 변덕스럽다.

잔잔하다가 느닷없이 바람에 실려 날아갈 정도의 바람이 때때로 분다.

사실 이곳은 그런 맛에 걸어야 한다.

오롯이 바람에 몸을 기대어 발 끝 가볍게 걷던 우린

이렇게 조망 좋은 암릉을 만나면 어김없이 엉덩일 내려놓았다.

이쯤에서 그간 먹통였던 핸드폰이 터졌다.

지금 이곳과 한국의 시착은 딱 12시간이라 거긴 한밤중이다.

마눌님은 깊은 잠에 빠졌겠지만 네이버 웹툰 작가로

연재를 끝낸 후 휴양차 잠시 귀향한 막내는 깨어 있음이 분명하다.

내 예상대로 막내는 즉각 전화를 받았고 그간 내 전화가 없어 마눌님이

걱정하고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나는 그간 잘 먹고 잘 싸며 또한 잘 걷고 있음을 전했다.



등로는 한차레 내림길로 이어지다



계곡을 넘기는 구름다리를 지나며 한차레 경사를 올린다.



그러다 만난 갈림길에서 석민 씨가 주춤댄다.

그런 후...

오룩스맵의 지도를 확인한 후에야 진행방향 좌측으로 향했다.



사실 이곳 갈림길은 양 방향 어디를 택하든 칠레노 산장으로 갈 수 있는 길였다.

참고로 우리가 택한 등로는 아래 지도에 표기한 노란색 실선 뱡향였고

탁월한 선택덕에 거리는 좀 단축 됐으며 조망은 월~ 좋았다.



우리가 택한 방향으로 걸어 올라서자

넓은 초원엔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그 풍광에 그만 뿅~!!!! 가버린 석민 씨...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초원의 언덕에서 그를 기다리던 나를 두 연인의 트래커가 스쳐 지나고



또 한 무리의 트래커가 지나고 나서야 석민 씨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 후...

초원의 오름길 고갯마루에서 토레스 산장으로 향한 갈림길에서 직진길을 택하자

등로는 능선 사면으로 이어진 비탈길인데 그 길은 아센시오 계곡 아래로 떨어진다.



아센시오 계곡으로 내려서자 원목다리를 만났는데



그 다리를 넘어서자

짜잔~!

마침내 우리의 안식처가 될 줄 칠레노 산장 반긴다.



산장은 어디든 절차가 똑같다.

우린 여권번호,이름.경로등을 적은 후 방배정을 받았다.



그런 우릴 발견한 미국인 부부가 환호성으로 우릴 반긴다.



만나면 항상 진심으로 대해 준 미국인 부부는 함께 O서킷 트레일

완주를 위한 마지막 일정도 같은 산장에 묵게 된 걸 보고 그렇게 좋았나 보다.

온몸으로 우릴 반갑게 맞아준 이들 부부가 우리에게 기념 촬영을 요구한다.

그래줌 우리가 더 고맙지용~



칠레노 산장에선 6인실에 4인이 배정받았다.

내일은 새벽 산행으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랜드마크인 삼봉을 올라야 한다.

그래서 이날 우린 다른 날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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