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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5. 2024

뉴질랜드 배낭여행 제9편

(밀포드 트래킹 제1일 차)


10일 차 : 2017년 3월 12일 (일요일)

 (밀포드 트래킹 1일 차)

- YHA 숙소 출발 : 06:30

- Fiordland National Park Visitor Centre  09:17~12:15

- Te Anau Downs 12:40 ~13:00   

- Glade Wharf 14:05             

- Fragile Area 지역 경유 15:15~15:20     

- Clinton Hut 도착 15:50            


드디어...

나의 버켓 리스트 완성을 위한 출발을 준비한다.

이른 새벽에 기상하여 짐을 꾸리고 공동 식당에서 

전날 저녁에 준비한 샌드위치로 간단한 식사를 하는데 구름님이 빵을 못 마땅해한다. 

아직 약속된 버스 시간이 넉넉하다. 

완전 조선의 입맛에 길들여진 몇 분을 위해 나는 카고백을 풀어 장 칼국수 라면을 찾아 끓였다.

먼 길 가는데 입맛에 맞게 든든하게 채우면 좋다.

나와 마누라님은 그냥 좋아하는 빵으로...

식사를 끝낸 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숙소 밖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얼마 후...

명단을  들고 우리를 찾아온 버스 기사가 확인절차를 거친 후 버스에 승차시킨다.

버스는 그렇게 시내 곳곳을 돌며 숙소마다 예약된 승객을 찾아 승차시킨 후 키위 여행사에 잠깐 들렀다. 

그때 우린 얼른 내려가 키위 여행사 창고에 짐을 맡길 수 있었다.

관광버스가 아직 어둠에 싸인 퀸즈타운을 벗어나 와카티푸(Wakatipu) 호수 곁을 달린다.

그런데...

새벽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진다.

트래킹 첫날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은근 걱정스럽다.



이 길은 직접 운전해 가는 것도 좋지만

비 오는 날엔 이렇게 편안한 버스 이동이  좋다.

더구나 오늘은 제일 앞 좌석에 자리를 잡아 풍광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이미 이곳 퀸즈타운에서 테아나우까지 왕복으로 운전했던 난 아주 익숙한 길이다.

오늘은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어 그런지 주위의 풍광들이 속속 들어온다.

아름다운 풍광에 빠진 나와 달리 이른 아침 서둘러 나온 것도 있고 

숙소의 불편함도 있어 그런지 우리 일행은 모두 곤한 잠에 빠저 있다.



그렇게 달리던 버스가 테아나우를 조금 지나

밀포드 사운드로 향하던 중 갑자기 버스기사가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밀포드 트래킹팀은 여기서 내리라며 가야 할 장소를 알려준다..

차에 그대로 있던 사람들은 시닉 크루즈 관광객였다.

어쩐지...

복장이 단순하고 간단하여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었다.

버스가 떠난 후....

바람 불고 비 내리는 심란한 포장도로를 조금 걸어 내려가자

(Fiordland National Park Visitor Centre)라 쓰인 간판이 보인다.

이곳은 이를테면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탐방소 지원센터라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일단 건물 밖에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의를 벗어 배낭과 함께 쌓아 놓은 다음 피오르랜드 내셔날 파크 비지터 센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후...

구름님이 사무실 담당자에게 키위 여행사의 밀포드 트래킹 예약증을 보여주고

이곳에서 산장 숙박 허가증과 배 승선표를 받아 설명을 듣는 사이 우리는 삼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기념품 매장을 겸한 사무실엔 이 지역의 트레일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팸플릿과 책자 그리고 컴퓨터에 가득 차고 넘친다.

이곳 사무실 벽면엔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적인 3대 트래킹 코스를 알리는.

밀포드와 케플러 그리고 루트번의 광고용 포스터가 차지하고 있다

루트번은 여기 올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곳이라 이미 내 머릿속엔 정보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케플러 트레일은 정보가 취약했던 곳이다.

팸플릿에 소개된 사진과 지도를 보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케플러는 이곳 방문자 센터에서  원점휘귀를 할 수 있는 등로다.

정말로 산악 등반만을 원하는 산꾼이라면 퀸즈타운에서 테아나우에 입성하여

케플러 트레일을 산행하고 난 다음 배를 타고 들어가 밀포드 트래킹을 끝내고 

테아나우로 나와 숙소를 잡아 하루쯤 쉬던가 아님 그냥 곧바로 

밀포드 사운드에서 테아나우로 향한 길목에 자리한 루트번 초입의 디바이드에서 

루트번 쉘터까지 완주 후 곧바로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퀸즈타운으로 아웃하면 

이동 동선이 겹치지 않고 뉴질랜드 남섬의 3대 트래킹 코스를 

완벽하게 한 번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훗날...

마음과 뜻이 맞는 산우들이 나서 준다면 

난 이곳 뉴질랜드의 자랑 거리인  3대 트래킹 코스 걷고 싶다.

아울러 북섬의 통가리 국립공원을 횡단하는 일주 트래킹 코스도 함께 넣어서.....



키위 여행사의 버스가 이 지역의 

여행객을 한 번에 이송시키다 보니 아무래도 우린 시간이 남아돈다.

테아나우 다운스 (Te Anau Downs)에서 밀포드가 시작되는 글레이드 와프( Glade Wharf)까지

운행하는 뱃시간까지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우린 지루하게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그 뱃시간에 맞춰 Te Anau Downs까지 우릴 이송시켜 줄 봉고차가 왔다.

봉고차의 기사가 유쾌하게 30여분 이동하며 열심히 무슨 말을 하는데

우린 모두 꿀 먹은 벙어리...

겨우 알아듣고 대답한 게 겨우 어디서 왔냐에 싸우스 코리아가 전부였다.

ㅋㅋㅋ



Te Anau Downs 주차장에 도착하자 

어디서 들 몰려드는지 밀포드를 향한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배에 승선하기 전 일단 기념사진 먼저 박은 후...



Glade Wharf까지 우릴 실어다 줄 여객선에 승차를 한 우리에게



선사 직원이 배낭을 갑판 한 곳에 

쌓아놓게 하더니 젖지 않게 방수천으로 감아 꽁꽁 묶어맨다.



드디어....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출발하기 시작한 배는 90분간을 이동한다.



어느덧 배꼽시계 알람이 작동한다.

우린 전날 부지런한 여인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로 한 끼를 때웠다.

이곳 선실에선 우유와 질 좋은 뜨거운 커피를 무한 제공한다.

샌드위치와 궁합이 맞는 뜨거운 커피가 식사의 질을 높여 줘 그나마 다행이다.



배가 운행하는 동안 계속 안내방송이 나온다.

가는 곳곳 명소에 대한 설명이다.

그 안내 방송을 하는 기관실의 선장을 어느 틈에 사귀어 놓았는지?

구름님이 나를 불러 찾아갔더니 기념사진을 박아 달랜다.



선장뿐인가?

서양의 글래머 여인들은 혜숙 씨 눈치가 보여 그랬는지

나이 먹은 아줌씨와 새로운 작업을 거는 구름님이 왠지 오늘따라 부럽다.

젊었을 때 나도 영어나 좀 제대로 배워둘걸...

그러나...

예전에 보면 만보님은 세계의 언어 보디랭귀지 하나만으로 

충분하고 부족함 없이 저런 여인들과 소통하고 즐긴다.

그런 걸 보면 저것도 다 성격이다.



가끔씩 비가 뜸해지면 우린 선실의 지루함에 

갑판으로 나가 구름이 벗겨질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긴다.



1시간 30분 만에 밀포드 트래킹의 출발점 

글레이드 와프( Glade Wharf)에 도착한 배에서 우린 하선을 준비한다.



막상 배에서 내리려니 비가 더 거세진다.

그래도 어쩌랴~!

그냥 내려야징~!



그런데...

밀포드의 땅을 밟기 전 의례행사가 있었다.

선등자들의 후기에 꼭 나오던 사진 속의 그 장면을 우리도 시행했다.

혹시 등산화에 묻혀 올지 모를 외래종의 씨앗이나 병균을 방역하기 위해

등산화를 신을 채 그들이 준비한 통에 들어갔다 나와야만 비로소 상륙이 허가된다.

이들의 자연유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순간 부럽게 느껴진다.



 (밀포드 트래킹 개념도)



등로 초입....

막상 가려니 초록잎새는 싫은가 보다.

낙석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초록잎새는 이후....

그날처럼 비 오는 날 산행은 죽어도 안 하겠다 했는데 어쩌냐?

ㅋㅋㅋ.

 


한꺼번에 내린 수많은 인파가 

쏟아지는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밀포드 트래킹이 시작되는 

간판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한 노력들로 6.25 난리는 난리가 아닐 정도로 혼잡하다.

우리들만의 기념사진?

어림도 없다.

할 수 없다.

그냥 껴들면 껴든 대로 찍는 수밖에..

사실...

이런 사진들이 오히려 더 기념으로 남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떻게 여길 왔는데~?

그냥 가긴 서운한 우리 부부가 기념 증명사진을 담으려 선택한 곳은 길 이정표였다.

이정표엔 글레이드 하우스 20분 그리고 클린턴 헛 1시간 30분이라 표기돼 있다.

 


우리 부부가 기념사진을 찍은 이정표에 

가이드 투어 숙소는 하우스로 비가이드 투어엔 헛이라 쓰여있다.

무엇이 다를까?

쩐~이다.

가이드 투어는 호텔 수준의 숙소에 질 좋은 식사가 제공되며

트래킹을 하는 동안엔 가이드가 선두, 중간, 후미에서 아주 친절하게 

명소 곳곳을 영어로 설명해 주는데 사실 무식한 나에겐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걸 선호하는 사람들은 저질체력으로 갈아입을 옷만 준비하면 된다.

반면 비가이드 투어는 좀 열악한 숙소(?)

그리고...

침낭은 물로 음식물과 쓰레기까지 수거해 나와야 하는데

그 대신 비용이 가이드 투어에 비해 껌값 수준으로 아주 저렴하다...



울울창창 원시림은 온통 초록융단이다.

그 원시림 한가운데를 고속도로 마냥 넓은 

등로에 첫발을 디딘 순간 밀포드는 우리에게 접수되었다.



우르르르~!

한차레 건각들이 우리를 제키고 앞서 걷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은 아주 짧게 걷는 1일 차라 시간이 남아돈다.

그러니 빨리 걸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우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해찰을 떨며 걸었어도

이정표의 시각보다 좀 이르게 가이드 투어 트래커의 1일 차 숙박지 Giade House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바쁘게 걷던 모든 사람들이

가이드 투어의 숙소로 들어가 버리고 우리 일행만 그곳을 스쳐 지난다.



우린 그곳을 지나자마자 만난 쉼터에서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무엇보다 극성스럽게 달겨붙던 샌드 플라이 때문에 기피제를 바르고 걷기로 했다.

한국의 하루살이처럼 아주 작은놈이 샌드 플라이란 해충인데 이놈이 참 독하다.

한번 물리면 무쟈게 가렵고 붓고 나중에 피부가 곪는다.

귀국한 지 2주째가 된 지금에서야 난 물린 자리에 딱정이가 앉았다.

 


글레이드 하우스에서부터 이어진 초원이

클린톤 다리를 지나며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의 밀림숲으로 등로가 바뀐다.




길은 외길이며 널찍하고 구배가 전혀 없는 평탄한 숲 속길이다.

배에서 함께 내린 트래커 단체들은 가이드 투어 숙소로 들어가 그런지

숲 속길은 한산하고 호젓하여 우리들 뿐이라 더없이 좋다. 

이젠 빗줄기도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그래 그런지 점점 더 선두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오늘 산행거리가 5km라 아주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끝이다.

일찍 산장에 도착해야 마땅히 할 일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오버 페이스는 안된다.

장기 산행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팀워크이다.

그중 한 사람이라도 도중 부상 또는 체력저하로 낙오자가 생기면 팀 전체의 위기다.

산행 대장의 역할은 그래서 산행속도에 대한 팀의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

각자 능력껏 걷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엔 팀원 전체가 풍부한 산행 경험자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걸을 수 있는 능력자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초보자는 그게 어렵다.

그뿐인가?

좀 쉬어야 할 순간에도 자신은 체력이 안되니 

오로지 남들 쉴 때 조금이라도 더 걸어야겠다는 일념뿐이라 오버 페이스는 당연하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구름님은 선두를 맡을 건지 후미를 볼건지를 나에게 물었다.

밀포드 트레일은 일방 통행로라 길 잃을 염려가 전혀 없는 평범한 오솔길이다.

독도법이 전혀 필요 없는 이런 곳엔 후미에서 모든 대원들을 추스르며 가야 하는 후미대장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당연 나는 몇 명 되지도 않는 일행의 뒤를 봐주기로 했다.

처음부터 나는 가능한 체력이 제일 낮은 사람을 기준에 맞추기로 한다.



잠시 뒤에서 떨어져 걷다 보니 앞선 일행들이 갈림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냥 직진하는걸 여기도 가보자며 금숙님이 구름님을 잡았다고 했다.

이정표엔 Fragile area라 돼 있다.

단어의 뜻으로 유추해 보면 훼손이 우려되는 곳이니 조심해 달라는 지역으로 생각된다.



갖은 게 시간뿐이니 들려야 한다.

그곳을 향한 등로는 걷기 좋게 원목데크를 깔았다.



원목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아주 두꺼운 이끼류가 차지한 지역을

그냥 빙 돌아 나오게 돼 있는데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키위란 새도 보고 이젠 시들어 떨어진 야생화만 확인한 채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놀며 쉬며 걸었어도  

해가 중천인 한낮에 우린 밀포드의 첫밤을 보낼 산장에 도착했다.



Clinton Hut....

첫 느낌이 아주 썰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정없이 달라붙는 샌드 플라이에 우린 기겁했다.

큰일 났다.

우찌 여기서 하룻밤을 자냐~?



일찍 온 탓에 숙소는 우리 맘대로 골라 골라 잡았다.

일단 짐을 풀어놓고 산장의 보드판에 침상 번호와 각자의 이름을 

적어 놓는 것으로 잠자리를 먼저 찜 해 놓은 우리는 허술하게 아침과 점심을 때운 

공복감을 채우려 좀 이른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공동주방엔 가스레인지와 개수대 그리고 식탁이 

마련 돼 있어 우린 그곳 시설을 이용해 밀포드의 입성을 자축하는 파티를 준비했다.

일단 퀸즈타운에서 준비한 싱싱하고 질 좋은 쇠고기를 굽고

알파미를 불려 밥을 해 한국에서부터 공수해 온 이슬이와 캔맥주를 酒님으로 모셨다.



고추장과 깻잎 그리고 김치만 있어도 쇠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는 이게 전문이라 자청한 구름님이 비빔밥을 만들어 줘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우린 세상 남 부럽지 않을  풍성한 식탁에서 

酒님을 모시자 마음들이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한다.

일행들 모두가 기분이 좋은 때쯤 구름님이 이런 말을 하신다.

우리 팀엔 확실하게 계획하여 진행하는 자신이 있고

힘 좋은 산찾사가 보필하니 밀포드 트래킹은 걱정을 하지 마라고.....

당연하다.

더구나 우리 일행은 다들 성격만큼은 최상이다.

특히 간호대학 동기동창인 언니들은 몇 번을 말해도 최상이다.



깊은 밤....

한밤중 양철 지붕을 때리던 빗방울 소리에 잠이 깬다.

아~!

더 이상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2층의 침상아래를 살며시 내려보니 다행히 초록잎새가 숙면에 든 것 같다.

사고 이후 회복되기 시작한 체력을 막바지까지 끌어올리려 

매일같이 헬스장의 트레밀을 올라타며 밀포드는 꼭 가야겠다던 나의 아내가 떠올려진다.

지금껏 노력의 결과로 아무 탈 없이 잘 따라주고 견뎌내는 아내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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