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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Ho Lee Apr 05. 2024

뉴질랜드 배낭여행 제10편

(밀포드 트래킹 2일 차)


11일 차 : 2017년 3월 13일 (월요일)

 (밀포드 트래킹 2일 차)

- Clinton Hut : 08:20

- 첫 번째 화장실 09:30~09:35

- Hirere Shelter  10:58~11:05

- Hidden Lake 11:30~11:42

- Prairie Shelter에서 중식 12:20~13:03

- Bus Stop 13:25

- Mintaro Hut 15:30


(밀포드 트래킹 개념도)


실컷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어제 처음 찾아들 땐 삭막하고 황량한데 샌드 플라이까지 

달려들 땐 정말 악몽처럼 느껴지던 클린턴 헛도 이젠 적응되고 익숙해 지자 정이 들었나?

막상 떠나려니 섭섭하다.

다른 분들은 이미 다 배낭이 꾸려진 상태라 바로 떠난다.

그럼 난?

전날 저녁식사로 무게가 줄었다고는 하나 

줄어든 부피만큼 초록잎새 배낭의 물건을 빼서 내 배낭에 넣다 보니

설거지가 끝날 때를 기다려 대형 코펠 안까지 차곡하게 채워 넣어야 배낭이 정리된다.

이미 동료들이 다 떠난 뒤까지 배낭을 정리해야 했던 나는 뒤늦게 앞선 산우들을 좇아 뛰었다.



나 홀로 열심히 쌍방울을 울리며 부지런히 따라가자 

열심히 걷고 있던 우리 팀을 겨우 만났다.




얼마 후 발 빠른 구름님과 성수 형님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행히  이슬비가 그쳐

나와 함께 걷던 여인들에게 복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계속된 걸음....

각자 자기 페이스를 유지시키려



여인들에겐 풍광 좋은 곳마다 

걸음을 멈추게 하곤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래도 안될 땐 어제처럼 일찍 도착하여 샌드 플라이에게 

우리의 신선한 피로 회식을 시키고 싶음 빨리 가셔도 된다고 공갈 엄포도 놓았다.




다행히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금숙님은 내 말을 잘 이해하고 따른다.

반면...

이런 트래킹 경험이 전혀 없다는 순춘 님은 쉬지 않고 서둔다.

그녀에겐 자신으로 인해 일행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느껴진다.

사실 또 일행 중 그녀의 체력이 제일 션찮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마음뿐으로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땐 일행 전체를 곤란에 빠트릴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진행속도를 순춘 님에게 맞춰 잡아 보폭을 조절해 걸었다.

그래도 자꾸만 서두는 순춘 님껜  아무래도 자꾸 내가 얘기를 하는 것보다 

친구가 좋을 것 같아 금숙님께 당신께 맞춰서 걸을 테니 절대 오버 페이스 하지 말고

본인이 쉬고 싶으때 쉬면 함께 쉴 테니 편하게 걸으란 얘기를 해주며 심신을 안정시켜 주라 부탁했다.



아름다운 숲 속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풍성한 초록빛을 띤 싱싱한 나뭇잎이 무성하고

성인 몇 명이 감싸 안아야 할 만큼 두툼한 고목나무 둥치의 

거친 껍질엔 깊숙한 주름이 구불텅 대고  불끈 거리는 힘줄이 수천 년 세월의 흔적을 말해 준다.




등로 양편... 

축축 늘어진 이끼류와 양치식물이 열대우림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의 나무와 식생들은 예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찾았을 때 그 느낌과 같은데

다만 그  풍성함은 절대 비교 불가의 풍경이다.

참으로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이런 밀림엔 반지의 제왕에서 본 숲 속의 요정 아르윈이 우리 일행을 반겨 줄 것 같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은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레드우드 숲에서 촬영했다니 그래서 이런 느낌이 드나 보다.

걷다 보니 그 영화에서 듣던 음악도 생각난다.

Enya란 가수가 불렀던 May it be는 그 이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다.

그 노래나 연주를 듣다 보면 나는 반지의 제왕에서 인간을 사랑했던 

숲 속의 요정 아르윈이 저절로 떠 올려진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던 숲 속의 요정 아르윈)


그런데...

그 여인이 나올 것 만 같던 그곳에서 툭 튀어나온 여인이 있었다.

아이~!

깜짝이야~!

숲 속의 요정 아르윈 대신 금숙이 언니다.

ㅋㅋㅋ



얼마 후...

시야에서 사라진 선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곳은 피오르랜드 내셔날 파크 비지터 센터에서 준 상세지도에 5번 

지역으로 분류 돼 있고 Mountain Buttercup can be seen in this area란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길게 쉬었던 이곳은 첫 번째로 만난 화장실이다.

볼일도 보고 복장도 새롭게 정리하며 초콜릿과 연양갱으로 간식을 하는 동안에

우리와 한방에 머물던 서양의 트래커 한분이 지나다가 나를 보더니 배낭 커버를 건네준다.

얼마나 고맙던지....

사실 얼마쯤 왔을 때 그걸 놓고 온 걸 알았는데 돌아가기 귀찮아 포기했었다.

그분은 전날 나의 침상과 중복되게 신청한 분이라 양해를 구해 

옆 침상으로 옮긴 분인데 그래서 나를 쉽게 기억하고 물건을 전해 주신 터라 더 감사했다.



흥겨움이 가득한 걸음이다.

새록새록 가슴엔 기쁨이 차 오른다.

이만함 우린 축복받은 일행으로 감사한 일정이다.



온통 초록빛....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와 

옷깃을 스치며 바람이 전하는 숲 속의 향기에 취해 걷고 있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저만치서 나를 향해 손짓으로 화답하는 여인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을 여태껏 간직한 게 신기한 여인들이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혜숙 씨는 초록잎새가 아파할 때

아무 사심 없이 시간과 정성을 선물한 우리 부부에겐 참으로 소중한 여인이다.

가슴은 또 어찌나 따스한지?

예전 함께 비박후 집에 들렀을 때 뭐든 주고 싶어서

텃밭에 들어가 고추 하나라도 더 따서 보내 주려던 그 마음씨를 잊을 수 없다.

그런 혜숙 씨의 소중한 고향친구고 대학 동기생들이니 오죽하랴~!

그래서 얼마 전까지 부상으로 누워있던 초록잎새를 그녀들은 친동생처럼 

알뜰살뜰 일정 내내 보살펴 준 게 얼마나 고마웠던지 지금도 마누라님은 그 언니들을 고마워한다.




푹신한 융단 같은 이끼가 가득한 숲 속...

햇살이 드는 곳엔 장난기 가득한 프로도와 배긴스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고

햇살 한 줌 들어오지 못한 음지엔 그 음산한 기운에 어디선가 숨어 있던 그 흉측한 몰골의 

스미골 골룸이 우리를 엿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우리의 걸음은 저절로 빨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걸어가던 우리 눈앞엔

운무가 살짝 걷히며 다는 보여주지 않던 하이레어리 폭포 (Hirere Falls)가 선을 보였다.

와우~!

좀 더 비가 내렸더라면 장관였을 텐데 수량이 좀 아쉽다.




그리고 곧....

우린 하이레어리 쉘터를 지나





10분 거리의 Hidden Lake 갈림길과 마주했다.

당연히 다녀와야 한다.

삼거리의 이정표 앞에 우린 배낭을 풀어놓고 빈 몸으로 그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Hidden Lake엔  

졸졸 흐르는 폭포의 물을 담아낸 아름다운 호수가 우릴 맞아 주었다. 



왔으니 우린 단체사진으로 증거를 남긴다.



그리고....

대학 동기동창 모임도 만들어 주었는데 내가 편을 갈랐다.

얼굴이 큰 두 여인과 얼굴이 작은 두 여인으로...

ㅋㅋㅋ







걷는 속도가 참 좋다.

이렇게만 걸어주면 저질체력도 별 문제없어 보인다.

우린 정확히 12시 20분에 Prairie Shelter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하기에 아주 적당한 시간이다.

이곳에서 알파미 두 개를 까 넣고 라면 6개를 끓였는데 다들 어찌나 맛나게 드셔 주는지?




식사 후 배가 불러 느린 걸음을 걸었어도 Bus Stop엔 금방 도착했다.

이곳 이름이 참 특이하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빠질 때까지 이곳에 기다리란 의미로 그런 이름을 붙였단다.

기다려도 빠질 기미가 없을 땐 관리공단에서 헬기로 이송을 시켜 준다고 한다.

그래서 가이드 투어를 했던 선등자들의 후기를 보면 이곳 투어를 계약할 땐 

헬기 이송비로 90불을 예치해 두고 만약 아무 일 없으면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글을 보았다.





Bus Stop 지역의 강을 건넌 얼마 후...

가이드 투어의 숙소 Pompolonl Lodge를 지났다.

우리들의 비가이투 투어 숙소 Mintaro Hut 까지는 1시간 30분을 더 걸어야 한다고 이정표가 알린다.


 



후반부에 이르자

순춘 씨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속도를 더 늦추고 자주 쉬어가며 수시로 영양보충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린 맑은 물이 흐르던 

개울에선 양말을 벗어던지고 탁족을 하는 여유도 부렸다.

발은 참 시원했지만 덕분에 샌드 플라이한테 많이도 당했다.

이놈은 살살 만 움직여도 괜찮은데 멈춰 있으면 사정없이 달려든다.





이젠 숙소가 가깝다.

그 숙소를 앞두고 마지막 비경이 선을 보였다.

이정표에 보면 폭포의 길이가 230m라 돼 있는  Quintin Falls다.


 


오랜만에 우리 팀 8명 모두가 

Quintin 폭포를 배경으로 셀프를 이용한 증명사진을 담은 후...




무사히 Mintaro Hut에 

안착하며 2일 차 트래킹을 끝냈다.





그런데....

숙소를 향한 야트막한 계단을 오르던 순춘 씨가 갑자기 고통을 호소한다.

종아리에 쥐가 나려고 한단다.

마라톤 경기 때 쥐가 날 때 쓰던 처치 방법을 하려는데 가만 내두란다.

본인이 방법을 알고 있다며...

순간 그녀는 의료분야의 전문가란 생각이 퍼뜩 든다.

한편..

은근히 걱정이 든다.

내일은 가파른 언덕을 치고 올라 Mackinnon Pass를 넘겨야 한다.

체력안배를 해가며 그렇게 해찰을 떨며 걸어왔는데도 저 정도의 체력이면

문제가 될 것 같다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날밤....

역시 그녀들은 평생 의료계에 몸담았던 

전문가들 답게 한밤중에 근육 이완제는 물론 각가지 약 처방을 한 후엔 

무언가를 잔뜩 처 바르고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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