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카키 호수 & 대카포 하이킹)
14일 차 : 2017년 3월 16일 (목요일)
- 퀸즈타운 공항에서 렌터카 계약하고 차량인수
- 숙소 출발 11:03
- 마트에서 장보기
- 애로우 타운 경유
- 송어장 경유 푸카키 호수에서 중식
- 데카포 숙소 도착 18:00
- 양치기 개동상 산책
모처럼 늦잠에 깨어나 여유로운 아침을 맞는다.
이젠 귀국하는 여정만 남아 있어 다들 느긋한 가운데
구름님과 난 렌터카를 인수하러 퀸즈타운 공항까지 택시를 대절하여 가긴 갔는데....
이걸 어쩌냐~?
내가 그만 라이선스 운전 면허증을 놓고 국제면허만 가지고 나와 차량 인수를 못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숙소의 김성수 형님께 면허증을 찾아오시게 하여 계약을 했는데....
이번엔 돈을 더 들여 보험을 제일 비싼 걸로 했다.
일명 Stress Free...
모든 걸 다 보험회사에서 책임지는 보험이다.
차가 찌그러지던 부서지던 잃어버리든 상관없는
보험 덕분에 진짜 난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운전으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차량이 있으니 자유로운 영혼의 우리가 못 갈 곳이 없다.
우린 바로 짐을 꾸려 퀸즈타운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ㅋㅋㅋ
구름님이 들릴 데가 있단다.
번지점프를 했던 곳을 우린 다시 찾았다.
유튜브에서 돈을 주고 다운을 받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번거로울 것 같아
직접 다시 가서 다운로드하고 싶어 한 구름님이 잠시 후 돌아왔는데 나에게 CD를 건넨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 회원들과 상의해서 회비로 번지점프 동영상을 구입해 선물로 주기로 했단다.
흐미~!
너무 감사하다.
참으로 난 복이 많은 놈이다.
첫 번째 볼일을 끝낸 우리가 이번엔 가던 길에 와이너리 농장을 들렸다.
와이너리 농장 시음회장...
맛보기 행사장에서 우린 병아리 오줌만큼의 각종 와인을 맛본다.
맛~?
운짱이라 내가 마시면 클난다.
대신 맛을 음미하던 초록잎새가 그런다.
"찔끔대고 마신 것도 자꾸 마시니 취하네~!"
그렇게 맛을 보고 난 후...
몇몇 분이 선물로 와인을 구입하셨다.
와이러니 농장을 나오다
그곳 행사장의 모델들과 기념사진까지 남긴 우린
이번엔 귀국 선물 구입을 위해 또다시 애로우 타운을 들린 것을 마지막으로
데카포 호수를 향한 머나먼 여정에 든다.
광활한 초원을 가르며 달리던 차량 안에서
숙달된 베스트 드라이 버을 믿고 이젠 아주 편안하게
끄덕끄덕 졸던 일행들이 어느 순간 탄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푸카키 호수의 물빛에 내지른 감탄이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호수의 물빛을 더 보기 위해 우린 푸카키 호수공원에 들렀다.
마침 식사 시간도 되어 그곳에서
해결하려던 우린 태양의 강렬한 햇살이 곤혹스러워 포기했다.
그래도 일행들은 물빛이 아름다운 푸카키 호수를 금방 떠나기 아쉬워 미적댄다.
그사이...
이곳 공원 매점을 들린 누군가가 연어를 사 오셨다.
그것마저 맛보기엔 햇살이 뜨거워 우린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푸카키 호수공원 인근 물가에
자리를 잡은 우리들은 먼저 연어맛을 보았다.
다들 맛있다 난리다.
평소 연어를 좋아하지 않던 나도 호기심에 맛을 보았다.
그런데...
이건 내가 알던 연어맛이 아니다.
뒷맛이 얼마나 고소하던지~!!!
쇠고기를 구워 밥과 함께 배를 불린 우린
맛보기로 먹어본 연어맛을 잊을 수 없어 직접 연어 양식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왔던 길을 한참 걸려 되돌아 찾아간 연어 양식장에서
우린 일행 모두 양껏 먹을 만큼 구입을 했는데
야~!
값도 얼마나 저렴하던지
푸카키 호수공원 매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퀸즈타운에서 데카포로 이동을 끝낸 우린 예약된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데카포 호수가 내려 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다들 감동의 도가니....
그냥 며칠 더 머물고 싶어 안달이 날 만큼 숙소가 훌륭하다.
각자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고 나자
산책을 가기로 했는데 초록잎새는 이곳 베란다에서 그냥 풍광이나 보며 쉬겠단다.
꼬렉~?
그럼 집이나 잘 지켜~!
데카포는 아주 작은 소도시라 크게 둘러볼 건 없을 것 같다.
이곳에서 별들을 관찰하는 투어가 있긴 한데 밤하늘의 별이야
아무 데서 보면 어떻냐며 다들 관심밖이다.
예전 여행으로
이곳을 스쳐 지났던 혜숙 씨가 이곳엔 양치기 개 동상이
아주 유명하다 하여 그곳까지 가보기로 한 우리 일행이 그곳 가까이 갔을 땐
이미 태양도 기운을 다해 스러지기 일보 직전였다.
푸르디푸른 호수의 맑은 물에
아슴푸레한 햇살을 받은 산들이 비친 호수가 향수를 자아내게 만든다.
풍광은 시시각각 그 색감이 변모해 간다.
그 느낌 또한 미세하게 감정선을 건들기 시작하는데
문득 아득하기만 하던 고향은 물론 그 시절의 친구들이 떠올려지고 그리워짐은 왜일까?
일행들과 다 함께
다리를 건너 이번엔 데카포 호숫가의 성당을 찾아갔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넘어간 서쪽 하늘엔
연분홍빛 너울을 씌운 듯 우아하고 아름다운 노을이 강물에 어린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붉은빛의 하늘엔 어디론가 부지런히 날아가는 철새가 내 시선을 고정시킨다.
너희들은 어디로 여행을 가니?
데카포의 풍경이 이렇게 서럽도록 아름다워
나라면 잠시 날갯짓을 멈추련만....
교회 앞엔 수많은 여행객들이
핸드폰과 디카를 이용하여 일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일몰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더 어둡기 전 양치기 개동상을 찾았다.
뉴질랜드는 목축업이 주업이다 보니 양치기 개가 아주 중요한 건 뻔한 터....
아마도 그 고마움의 표현이 저 동상이 아닐는지~?
되돌아가던 길...
초록잎새 홀로 있을 숙소를 올려다보니 환한 불이 켜져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만찬을 준비하는 초록잎새가 연어를 손질한다.
"뭐 해~?"
"사랑하는 서방님 생일상 준비해요~!"
우리의 대화를 듣던 정아 언니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
"어머머~!"
"재들 잘들 노네 그랴~!"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있던 내 생일이다.
다들 주부 30년을 넘긴 달인 수준의 요리솜씨가 빛은 뿜어낸다.
마침내 차려낸 생일상을 맞은 산찾사....
내 생전에 이런 호화로운 상을 받아보긴 처음인지라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와이너리에서 사 온 귀한 와인의 뚜껑이 열리고
맥주와 소주가 덩달아 합세를 하니 酒님은 죄다 다 모셨다.
행복에 겨운 타국의 밤은 깊어 가고 오늘따라 밤 풍경은 더 아름답다.
누구는 한낮이 저절로 가는 게 낮술이라 하던데
그날 난 몇 잔의 술잔에 누군가 업어다 파묻어도 모를 잠에 빠저
그날밤 그 아름답던 밤을 도둑맞았다.
그냥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지?
함께 축하해 주신 산우님이 너무나 고마운 이 밤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한번 이 글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