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2024년, 새해가 밝았지만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 최저시급은 올랐지만 내 월급은 그대로였다. 3월이면 오를 거라던 기대는 무참히 깨졌고, 나는 여전히 '세후 190 인간'이었다. 10만 원. 누군가에겐 푼돈일지 모르지만, 내겐 희망이었고, 절망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내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얼마나 참담했는지. 아마 내가 퇴사를 선언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내 마음을 헤아려 주겠지. 씁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실망감에 밤잠을 설쳤지만, 아침이 오면 나는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속에서 나는 문득 우리 모두가 짐짝처럼 느껴진다. 이건 사람이 타는 칸이 아니라, 마치 화물칸 같다. 끊임없이 실려 나르는 사람들을 보며, 삶의 무게와 슬픔에 잠기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짐짝처럼 실려가는 삶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애쓰며.
오늘도 난 짐짝처럼 지하철에 실려 출근하지만, 마음속엔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언젠가 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난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
삶은 고단하고 때로는 잔인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늘 존재한다. 우리는 짐짝이 아니다. 각자의 삶을 묵묵히 헤엄쳐 나가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