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밝아오면서 사무실에 묘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월급 인상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10만 원이라는 숫자는 내게 작은 희망처럼 다가왔다. 세후 199만 원. 여전히 빠듯한 살림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고, 경직된 취업 시장은 희망의 싹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결국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의 직장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월급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월급날이 왔다. 하지만 통장에 찍힌 숫자는 변함이 없었다. 약속했던 10만 원은 온데간데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잘못 들었던 걸까? 아니면 회사가 마음을 바꾼 걸까? 혹시 착오가 생긴 건 아닐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월급에 대해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사무실 특성상 1, 2월에는 작년 수준의 월급이 지급된다"는 것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이었지만, 나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10만 원. 누군가에게는 푼돈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그 10만 원이 사라진 지금, 나는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휩싸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의 가치를 따지고, 남과 비교하며 살아온 내 모습이 떠올랐다. 10만 원짜리 슬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감정에 가격표가 붙여진 것만 같았다.
이 슬픔은 언제쯤 휘발될까. 10만 원을 벌면 사라질까. 아니면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여전히 '세후 190 인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언젠가는 나도 10만 원짜리 슬픔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10만 원짜리 슬픔을 가슴에 품고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