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 밝혔듯 홍보 업무를 위해 작년부터 사진을 찍었다. 말 그대로 30년 가까이 음식이나 풍경 사진은 물론, 셀카 사진을 찍지 않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마침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나서 바로 프로젝트를 맡았고 현장에서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당시 사진 촬영에 대한 긴장감에 행사 전날 밤샌 기억이 난다.
작년에 진행한 행사 현장 사진. 보도자료 첨부를 위한 사진이다.
이 외에도 회사 비품 카메라 NIKON D700을 챙겨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타 팀의 프로젝트에 자진해서 나간 적도 있다. 그만큼 절박했다. 여기에 유수의 기업에서 홍보팀을 이끈 상사의 말에 따라 매뉴얼로 촬영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재미를 느껴 더욱 잘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 확산으로 현장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말았다. 이에 카메라를 꺼낼 기회가 줄어 회사 비품 카메라는 먼지만 쌓이기 시작했다. 나름 발품 팔아 구한 건데, 여러 모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사진 촬영 기술 향상을 목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 받았으나 아무래도 회사 비품이라 함부로 다루기 어려웠다. 또한 나조차도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Nikon D800 바디와 탐론 28-300 렌즈. 카메라 가방은 DOMKE F-3X Super Compact.
4월 중순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한 상황에 마음먹고 상사에게 추천받은 카메라 바디를 중고로 구매했다. 회사 비품인 니콘 D700을 구매할 때 신도림과 용산 등지에서 고생한 터라 이름 있는 중고샵에서 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신성카메라에 중고매물이 막 나온 참이라 상태를 보고 즉시 현금결제 했다. 렌즈는 상사가 축하(?)의 의미로 입문용을 하나 기증해주었다.
살면서, DSLR 카메라를 구매할 줄 상상 못했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DSLR 카메라가 있고 그것을 담을 가방은 전무한 상황. 품이 넉넉하고 저렴한 니콘 카메라 가방을 구해도 무방했지만 가방도 새롭게 하나 구하고 싶어 찾아보았다. 그렇게 주변의 평이 좋은 돔케 카메라 가방을 손에 넣고 출사 준비를 마쳤다.
출사 장소로 여러 곳을 추천 받았다. 그 중 하나가 문래창작촌이었다. 우선 전날 기자 미팅이 있어 피로감이 여전했고 당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멀리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에 거주지인 신림에서 가까운 문래창작촌으로 결정해 어렵사리 첫 발걸음을 떼었다.
문래창작촌 초입의 사진. 첫 출사, 첫 사진이다.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일요일 오후의 문래창작촌. 아기자기한 소품과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문래창작촌에 들어서 닥치는대로 찍기 시작했다. 그동안 업무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실력을 십분 발휘(?)해 사진을 쌓아갔다. 말 그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여러 군데 찍느라 정작 문래창작촌의 분위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기대한 만큼 유쾌하지 않았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마구잡이로 촬영한 문래창작촌의 모습.
우중충한 골목의 분위기를 한껏 밝혀주는 신선한 디자인의 벽화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츰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조금 여유를 가지기 시작하니 보다 많은 것을 담게 됐다. 문래창작촌 내 유명한 식당에 들려 허기라도 채웠다면 좋았으련만. 다음날인 월요일 출근에 대한 부담감에 사진만 급하게 찍고 돌아오느라 아쉬웠다.
각자 개성을 지닌 음식점과 펍. 정작 여기서 배를 채우지 못했다.
그 덕분에 사진의 구도는 다채롭지 않았고 마치 '보여주기'식의 사진만 한가득 채운 기분이었다. 첫 출사라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지도 모른다.
카페 가는 길에 보았던 풍경들.
문래창작존 카페 가는 길에 보았던 풍경들.
문래창작존 내 카페서 촬영.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더 있어보인다.
잠시 카페에서 한숨 돌린 후 밖으로 나와보니 강아지 한 마리가 골목 한복판에 드러누워 있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꼭 문래창작촌의 터줏대감 같았다.
지나가는 행인의 시선이나 사진 촬영에 익숙한 듯 그대로 자세를 잡아주기도 했다. 나는 오기가 생겨 더욱 가까이 다가가 문래창작촌의 '셀럽'을 귀찮게 만들었다.
행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이름모를 댕댕이.
어지간히 귀찮기는 했나보다. 한동안 사진 촬영에도 미동도 않더니 킁킁거리며 자리를 떴다. 덕분에 문래창작촌의 마지막 사진은 무명의 강아지 덕을 보았다.
우수에 젖은 그 눈빛에 반하지 않을 자 있을까?
첫 출사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때 부담감이 굉장했던 것 같다. 우선 홍보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했다는 것. 그리고 개인용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출사를 나온 점.
특히 SNS 활동을 일절 하지 않다가 이것을 업로드 할 생각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치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