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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응민 Dec 19. 2020

[서울대공원] 동물원 가는 길은 언제나 맑음(2)

출사 여덟 번째 이야기 : 동물원 반쪽 탐방기

동물원을 대표하는 사자, 코끼리 등 유명 동물에 사람이 몰리는 편이다. 그러나 사람이 몰리는 데 비해 인기가 많지 않다. 동물원에 왔으니 한번은 보고 가야겠다 싶은 마음에 들려보지만 정작 가보면 사자와 코끼리는 미동이 없다. 그렇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질리고 만다.


각종(?) 동물원을 방문한 결과, '역동성'을 가진 동물이 인기가 많다. 즉 풍부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이목을 끌기 마련인데 돌고래 등 이벤트에 참가하는 동물을 제외하고는 미어캣, 프레리도그(혹은 땅다람쥐)가 주목을 받고는 했다. 귀여운 외형에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인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멸종 위기 동물 보호 관련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물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멸종 위기 동물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도 사막여우와 미어캣이 큰 인기를 끌었다. 새삼 행동이 풍부한 소동물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나의 지론(?)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실내 전시관 운영이 중단돼 관람 코스를 다소 수정했다. 기존에 식물원이 위치한 정상에서 내려오며 관람하던 코스와 달리 한곳한곳 훑어보며 정상까지 오르기로 했다. 특히 사람이 몰리는 사자, 코끼리 등이 위치한 코스는 최대한 지양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기린. 쾌청한 하늘에 잘 어울린다.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새김질 하는 기린이 눈에 들어왔다. 득도의 자세란 이런 것일까. 기린을 보기 위한 별도의 간이 전망대도 있지만 그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다행히 울타리 부근에서 풀을 뜯고 있는 기린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다.


유리막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아도 귀여움을 숨길 수 없는 미어캣. 오늘은 성체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 미어캣들이 서로 그루밍을 해주거나 낮잠을 자고 있다.


곧 이어 미어캣을 보러 갔다. 역시 그 진가를 알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미어캣의 경우, 대형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람 코너가 소외받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미어캣 같은 소동물은 고가이긴 하지만 반려동물로 기를 수도 있어 굳이 동물원이 아니어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나 코끼리처럼 동물원 아니면 다큐멘터리 같은 이분법적인 만남은 없는 것. 그러나 이 귀여움은 대표적인 동물들을 충분히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기온도 낮아지고 정오 즈음이 되어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어린 미어캣이기도 하고 계절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낮잠 자는 모습마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미어캣에 대한 찬사를 속으로 되뇌이며 바로 인근에 위치한 프레리도그를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귀여운 프레리도그! 낮잠을 자거나 건초를 씹으며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사실 프레리도그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막여우가 인기가 많다. 그러나 사막여우는 야행성이므로 대부분 낮잠을 자고 있다. 이에 반해 프레리도그는 주행성인데다가 단체 행동을 해서 무척이나 귀엽다. 이제 겨울이 곧 다가오고 있어 털갈이를 하는 녀석도 있었다.

다만 여기도 성체가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그 와중에 꼬리와 함께 체형을 살펴보니 혹시 '리처드슨 땅다람쥐'를 '검은 꼬리 프레리도그'로 소개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두 종은 외형은 얼추 비슷하지만 크기와 수명, 성격이 다르다. 

지금은 프레리도그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꽤 늘었고 특히 국내에서 프레리도그 번식에 성공한 사람도 생긴 만큼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초기에 '리처드슨 땅다람쥐'를 프레리도그로 소개해 판매했던 업자들이 많았던 만큼 헷갈리기 쉽상이다. 


물론, 전문 사육사를 갖춘 동물원이 그러한 점을 착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나는 소동물 관련한 전문가도 아니고. 어쨌든 귀여우면 됐다! 이 정도로 마무리했다.

낮잠을 자는 사막여우를 보고 낮잠을 자고 싶어지는 낮이었다.

사막여우는 모조리 낮잠을 자고 있어 다음 코스로 움직였다. 딱히 마음에 드는 동물이 없었다. 특히 앞서 밝힌대로 인기 동물에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되도록 피해서 관람했다. 여기에 사막여우의 건강 상태가 당시 좋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이와 별개로 사자 우리 앞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바로 전망대 부근에 카페를 설치한 까닭이다. 이른 바 '라이언 뷰' 카페랄까. 물론 동물원 관람객이 동물 윤리에 대해 논하기 쉽지 않지만 너무하지 않은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숫사자들도 쭉 낮잠을 자고 있어 흥미를 가지기 어려웠다.

차라리 관람객도 없어 한산한 초식동물 구경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풀을 되새기는 모습에서 굳은 결의(?)가 느껴진다. 충분히 먹고 자겠다는 의지 말이다.


아메리칸 들소, 백코뿔소를 지나 각종 산양을 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나 같은 초보를 위해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자세를 잡아주기도 해서 고마웠다. 몇몇은 흙바닥을 구르며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노곤하니 기분 좋아 보였다. 멍하니 서 있다가 흙바닥에 구르고 풀을 뜯고, 가끔은 높은 곳에 올라 망을 본다. 여태 나는 평온함을 말로만 배운 게 아닐까 반성했다.

조류관 앞에서 자유를 누리는 까치


그렇게 보고 싶은 동물을 다 보고 나서 잠깐 쉬고 있는 찰나, 까치가 다가와 사진에 담았다. 나야말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위풍당당한 자세다. 조류관을 대강 둘러보고 까치 사진을 마지막으로 반쪽짜리 동물원 탐방을 마무리했다.

사람이 붐비고 있어 다소 우려스럽기도 했지만 곳곳에 손소독제 등이 비치되어 있고 실내관을 폐쇄하는 등 방역 실천에 노력하고 있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다소 나은 편이지만 지역 동물원의 경우,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폐사 또는 안락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코로나 확산으로 동물도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코로나 속에서 사람도 동물도 건강하게 올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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