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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Dec 18. 2023

감사: 당연하다는 건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아는 지혜

감사한 일이란 무엇일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예상치 못한 선물 받는 일일까? 예를 들어 갑자기 놀이동산에 간다던가, 별 이유도 없이 갖고 싶던 선물을 받는 그런 것?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기는 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좋은 것들을 준다면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솟아 나오기는 할 것 같아.


밋밋한 일상에 그런 특별한 선물 같은 순간들이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일 거야. 그런데 왠지 그런 특별함과 비교하자면 평범함이란 비교적 지루하고 무료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어른들도 부지런히 어떻게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고 어떻게 특별한 하루를 보낼까 궁리하는 걸 보면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이런 평범한 하루, 당연한 것들이 바로 감사할 일들이더라. 누워서 쉴 수 있는 집이란 공간이 있다는 것, 입이 심심할 때 과자를 사 먹을 용돈이 있다는 것, 시간이 되면 엄마나 아빠가 알아서 식사를 준비해 주는 그 모든 것들이 감사한 일인거지. 어쩌면 진부한 도덕책의 내용 같기도 하지만, 아빠의 나이정도 되니까 이런 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느껴지더라.


어린 시절은 소유를 점진적으로 경험하고 집착해 가는 시기인 것 같아. 태어나는 순간 너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엄마만이 세상의 전부였겠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며 언젠가부터 "내 거야!"라는 말을 하게 되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누가 만지면 참을 수 없게 되지. 그러다가 나보다 설날에 용돈을 더 많이 받은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왜 나는 그만큼 용돈을 못 받는 건지 불만이 생기기도 하고, 친구네 집에 갔다가 TV가 큰걸 보고 우리도 사자고 조르기도 하기도 할 거야. 어른이 되면 더 할 수도 있어. 차나 집 같은 걸로도 비교하니까. 내가 이미 소유하고 있거나 당연하게 된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고, 가지지 못한 특별함이 불만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아. 


기대 - 현실 = 불만


하지만 그 불만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감사할 일이 많다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 불만은 결국 '기대 - 현실'이라는 공식의 결과거든.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클수록 불만이 많아지는 거지. 반대로 기대가 적은데 현실 만족도가 높으면 불만이 적어지는 거야. 기대가 매우 적었다면 심지어 행복할 수도 있어.


불만이 잦다는 거는 결국 기대가 높았던 적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높다는 얘기는 내 삶에서 기대할 만큼의 무언가를 꽤 자주 충족받아 왔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에 대한 충족이 적었다면 오히려 기대감은 진작에 소멸되어 갈 거야. 예를 들어서 항상 생일날 선물을 챙겨 주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어느 해에 갑자기 생일 선물을 받지 못한다면 엄마 아빠가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도 당연하고 생각할 거야. 부모님 마저도 그걸 미안해할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애초에 생일을 특별하게 챙기지 않는 가정에서 오래 자라왔다면 별 기대를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당연하게 많고 불만이 많다면 감사할 만한 일이 많은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당연한 그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표현을 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감사도 습관이라 감사를 표현해보지 않으면 감사가 갈수록 어려울 거야. 그리고 감사를 표현할수록 삶은 그 감사를 기억했다가 그다음 감사할 더 일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아.


아빠도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삶을 경험하다 보면 당연한 것을 잃는 경험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더라고. 아주 작은 것부터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까지도. 사실, 감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매우 지혜로운 사람인 것 같아. 그만큼 아무나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해. 잃어보지 않았을 때 이미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그런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아빠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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