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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Dec 25. 2023

돈: 나를 찾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

돈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돈. 너희가 아직 어리지만 돈이 좋다는 걸 알 거야. 편의점에서 마음대로 간식을 사 먹거나 장난감을 살 수 있으니까. 어른들도 돈을 많이 갖고 싶어 하지.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할 거야. 대놓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삶의 목표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많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게 좋은 생각일까? 아빠는 원래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어.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도 많은데 그런 것들을 소홀히 하면서 돈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이 속물 같아 보이기도 했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이런저런 문제들을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 보였거든. 특히나 돈 때문에 사람을 희생시키는 그런 일들이 정말 다양하게 일어나는 것을 뉴스에서 보면 가슴이 아팠어. 돈이 악의 근원 같다는 느낌도 들고.


돈이 중요한 이유

지금도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살아야 된다고는 하지는 않지만, 돈을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게 인정하게 됐어. 많이 벌면 좋겠다 생각도 해. 그 이유는, 우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는 기본적인 수단이 돈이기 때문이야. 건강을 챙기거나, 교육을 받거나, 다른 사람과 교제하거나, 욕심이 아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돈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돈의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다가 보니 이런 돈의 기본적인 성격마저도 외면해 왔던 것 같아. 외면한다고 해서 본질이 변하지는 않더라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다른 이유는, 사실 이 이유가 더 중요한데, 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이 되어봐야 진정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기 쉬운 세상이 돼서 보다 보면 돈을 많이 벌게 된 사람들은 그다음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 찾게 되거나,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행하게 되는 것 같더라. 돈을 버는 의도가 순수했던, 아니면 단순히 돈 자체가 목적이 되었던, 의도치 않게 돈이 벌어졌던 차이는 없는 편인 것 같아. 물론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난 후에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다 다르긴 한 것 같아. 누군가는 더 큰 소비와 사치를 즐기고, 누군가는 생전 처음 사람을 돕는 일에 눈의 뜨기도 하더라고.  


아빠도 그게 궁금해. 내가 과연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하루 일과 중에 돈을 버느라고 들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면 무얼 하고 싶어 할까? 지금도 나름 상황에 만족하려고 살아가려고 하고 감사한 일도 많지만, 완전한 경제적인 자유가 주어진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삶의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아빠는 내가 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를 인생의 숙제 중 하나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돈을 다스리는 사람

아빠가 했던 착각 중에 하나는 돈에 자유롭기 위해서는 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였어.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모든 게 다 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건 줄 알았어. 그래서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정신력이 약하고 마음이 텅 빈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어. 만약에 아빠도 결혼도 안 하고 혼자서 살았다면 이 생각이 조금 더 오래갔을 수도 있어. 그런데 결혼도 너희도 낳고 보니 돈은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기본 수단이더라고. 


아빠가 자랄 때 돈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이나 종교적인 이유 때문인지, 돈을 좇는 걸 저급하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조심했는데 그만큼 돈과의 심리적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 그런데 그 태도가 나 자신을 오히려 돈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게 된 듯해. 


어릴 때 부모는 아이들에게 칼이나 불에 손을 데지 못하게 하잖아. 분명 다칠 거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고 혼자 살게 되면 꼭 요리를 해 먹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칼이나 불을 다를 줄 알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베이거나 데이는 경험을 꼭 하게 될 거야. 아니면 스스로 요리를 해 먹을 수가 없어. 이것처럼 돈도 피하지 않고 실수를 하더라도 다뤄봐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하다가 마치 욕심에 잡아 먹힐 것처럼 겁을 낸 게 아닐까 싶어.


아빠는 그래서 너희는 돈을 잘 알고 다스릴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어. 돈의 힘을 인정하고 위험성도 알아서 올바르게 벌고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 그러기 위해 선행될 것은 사실 아빠가 돈 배우는 거긴 할 거야. 이제라도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어.


돈을 버는 기본 공식

아빠를 비롯한 보통의 사람은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면서 회사의 돈을 벌어주고 그 돈의 일부를 나눠 받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직접 돈을 버는 사람도 있어. 두 가지가 다른 점이 있지만 공통점은 다른 사람의 필요나 욕구를 충족해 준다는 점이야. 배가 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예뻐지고 싶은 사람이 살을 빼도록 도와주고, 영어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잘하는 방법을 전수해 주거나, 심심한 사람에게 웃긴 영상을 만들어서 주듯이 정말 다양한 사람의 필요를 알아내고 그걸 만족시킬 방법을 알고 제공해 준다면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돈으로 돌려주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뭔가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나 물건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어. 예를 들어서 피아노를 잘 치면 피아노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영어를 잘하면 영어가 될 수 있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좋은 습관을 들이거나 동기부여를 하는 것까지도 도와줄 수 있어. 만약에 내가 남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걸 빌려줄 수도 있지. 한강에서 돗자리를 빌려주거나, 자전거를 빌려주고, 크게 생각하면 차나 집을 빌려주기도 해. 너네도 펜션 가봐서 알지?


지금으로서 아빠가 잘 몰라서 정말 알고 싶은 것이 어떻게 내가 제공할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느냐는 거야.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쉽고 안정적이지 않나 싶기는 해.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공간의 제약이 없이 내가 제공하는 걸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어. 상세한 방법에 대해서는 아빠가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히 느끼는 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지인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나와 닿을 수 있는 접점을 늘려야 하는 거지.



아빠는 너희에게 어떤 직업을 가지라고 싶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 그만큼 오래 하고 실력이 늘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해. 그만큼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고 그 가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기꺼이 너희를 찾아올 거야. 바라기로는 기왕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뭐라도 전문성을 쌓아서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어. 그 방법을 찾는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돈도 많이 벌어서 너희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았으면 좋겠고, 선한 곳에 영향력을 흘려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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