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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아저씨 Jan 08. 2024

계획: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계획은...

못 지켜서 그렇지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짜기 바쁘지. 너희들은 어떤 계획을 세웠니? 아직 어려서 특별한 계획을 세워 본 적이 없을 것도 같은데, 너희들 나름 있으려나? 아빠도 언제 처음으로 그런 계획을 짰었는지 한 번 뒤돌아 보는데 정확히 언제부터 짰는지 모르겠어. 확실한 건 언제부턴가 계획쟁이가 되어 있더라.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면 계획은 틈만 나면 세우는데 계획만 계속 세우고 있더라고. 계획을 거의 이뤄내지는 못 하고 맨날 다시 짜는 데에만 정신과 시간을 쏟아부어 왔던 것 같아. 계획하는 것 자체를 즐겼다고 해야 하나. 결국에는 계획쟁이 기도 하지만 실패쟁이가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 맨날 지키지도 못할 계획만 짜니까. 언제부턴가는 계획 짜는 내 모습 자체가 우스워 보이고,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


언젠가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봤어. 왜 아빠의 계획들은 지켜지지 못하는지. 나의 의지를 가장 먼저 탓하게 되더라. 그런데 계획을 지켜내는 사람은 아빠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의지가 강한 사람들일까? 초인적인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런 측면도 있을 수는 있어.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아빠가 나름 계획된 것들을 조금씩 해 나가고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모든 게 의지의 문제는 아니라고. 


내 계획이 항상 실패한 이유

아빠는 이상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 같아. 세상에 대한 기대치도,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편인 것 같아.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 아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그래서 세상이나 타인 대해서는 불만도 많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큰 꿈을 꿔왔던 것 같아. 아빠의 계획이 꾸준히 실패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를 잡으려 한 것 같아.


목표나 꿈을 작게 잡으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야. 아빠는 오히려 너희에게 멋지고 큰 꿈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 이 세상 그 누가 비판하고 비웃더라도 말이야. 그런데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는 뭐냐고?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시간을 꼭 염두에 둬야 하더라. 이뤄내지 못할 꿈은 없지만 내가 생각한 시간 내에는 안될 수 있는 거더라. 계획을 세울 때 시간으로 범하는 가장 큰 오류 두 가지가 첫째는 너무 무리한 시간 안에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것, 두 번째는 시간 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는 것이야. 


너무 무리한 계획

너희 때의 교육은 조금 다를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는 생각해), 우리는 시험 중심적인 삶을 살았어.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이 우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부여해 주는 것만 같았어. 그래서 시험 기간만 되면 부담감을 느끼고 공부를 잘하는 애든 못 하는 애든 성적을 잘 받으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 사실 공부라는 게 며칠 바짝 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좋지 않은 삶의 패턴을 졸업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나도 모르게 훈련받아 온 것 같아. 


해야 할 공부 분량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으면 밤을 새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웃긴 건 딱히 공부를 열심히 안 하고 밤만 새도 공부를 많이 한 것처럼 뿌듯해하게 되더라. 무리를 하는 게 열심히 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태도가 무의식 중에 생긴 거야. 어른이 돼서도 매번 계획을 세울 때도 그런 식으로 계획을 세워 버리는 실수가 반복됐어. ‘닭가슴살만 먹고, 운동 맨날 두세 시간씩 해서 살을 쫙 빼야지’, ‘매일 3시간씩 공부해서 최대한 빨리 자격증 따야지' 이런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무리한 계획을 이어갈 수가 없더라. 나이가 들어서 힘든 것도 있고.


시간에 흩어져 가는 계획 붙잡기

계획을 실패하는 다른 큰 원인 중 하나는 계획이 중간에 사라진다는 거야. 사람은 누구나 계획을 짤 때는 열정 가득한 뜨거운 상태라고 생각해.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내 꿈을 이룰 멋지고 큰 목표를 세우지. 그런데 한 달 뒤, 일 년 뒤, 그 꿈은 어디로 갔을까? 아, 꿈은 그래도 흔적처럼 남아 있는 것 같아. 달라지는 게 있다면 열정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과 함께 계획이 스르륵 증발되는 경험을 아빠는 너무 많이 했어.


그렇다면 계획을 세울 때의 마음은 도대체 뭘까? 순간 오버한 걸까? 아니면 가짜였던 건가? 아니야. 그때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거야. 아니라면 계획을 세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니까. 그런데, 계획을 세우는 것과 지켜내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열정으로 하되 한 스푼의 이성을 사용해서 무리하지 않게 세우고, 계획을 지켜낼 때에는 굳이 열정을 개입시키지 않아도 돼. 그냥 하는 거야. 나의 상태와 기분에 상관없이. 정해진 기간 동안 규칙적으로. 그러면 사라져 가는 계획을 잡아둘 수 있더라. 매일 눈도장을 찍는 거지.




아빠는 정말 계획과 너무 오랜 씨름을 해 온 것 같아. 성인이 되고 너희를 낳고 기르는 동안도 정말 많은 실패를 통해 자책을 해 온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도 계획을 세우고 이루어 나가는 것에 대한 아빠 나름대로의 방법과 규칙을 터득한 것 같아. 결국 모든 실패 경험은 무언가 성취하고 나면 그것의 좋은 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실패를 신나게 모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재미도 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너희도 계획 많이 세워보고 원하는 그곳에 도달했으면 좋겠어. 아빠가 옆에서 열심히 구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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