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아저씨 Jan 22. 2024

언어: 새로운 세계로의 입장권

언어는 배워 둘 만한 가치가 있다

얼마 전에 우리 딸이 일본어가 궁금하다고 했지? 정말 들었던 얘기 중 너무 반가운 소리였어. 아빠가 종종 말하지만 아빠는 우리 아이들이 살면서 꼭 배웠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 언어고 다른 한 가지가 운동이야. 어떤 언어라도 상관은 없는데, 아빠가 어른이 되어서 보니 언어라는 게 갖고 있는 의미와 힘이 엄청 크더라고. 


언어가 가진 능력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능력이 있지. 숫자를 잘 다루는 능력,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하는 능력, 돈을 버는 능력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저마다 그 능력을 갖게 됐을 때 좋은 점들이 있을 거야. 그중 아빠가 깨달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더라. 


세계를 확장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마음만 먹으면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요즘은 하늘 길이 다 열려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어. 가까운 일본부터 먼 미국, 몇 번 갈아타면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까지도 갈 수 있을 거야. 우리의 몸은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우리의 마음이 모든 곳에서 편하지는 않을 거야.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건

여행을 가는 경우만 해도 그래. 아빠는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몇 년 미국에서 살았었어. 덕분에 감사하게도 영어를 원어민처럼은 아니더라도 큰 부담감 없이는 할 수 있는 것 같아. 이제는 영어를 안 쓰고 산 시간이 늘어가는 만큼 실력이 줄어서 더 어설프겠지만, 그래도 영어로 말하는 게 망설여지지는 않아. 그래서 아빠는 외국에 여행을 가게 되면 걱정을 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거든. 사실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렇지 않았더라. 언어를 하게 되면 그만큼 마음이 더 편해서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만 언어를 배우라고 말하기에는 동의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도 생각해. 지금 나이 같아서는 어차피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어른이 되면 분명 여행을 못 가서 안달이 날 거야) 사실 여행은 오히려 언어가 줄 수 있는 유익의 일부에 불과해. 언어를 할 수 있게 되면 너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거야.


여행을 가서 발견한 세상을 더 알고 싶어질 때도 있을 거야. 다른 문화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싫은 점을 너무 잘 보완해 준다거나, 그 나라의 자연이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름답고 흥미로워서 그 일부가 되어보고 싶을 수도 있어. 그리고 생각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가 모두 우리말로 되어 있지 않더라. 더 중요한 지식일수록 영어로 먼저 기록되고 영어로 전파되더라고. 특정한 나라에서 특정 지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그 나라 언어로 가장 먼저 기록될 때도 있어. 이렇게 내가 원하는 곳에 살아보거나 머물거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도 언어가 중요해.


세계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을 도와주는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도 같아. 아빠도 회사에서 외국인과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처럼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더라고. 아빠의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아빠가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 그런데 희한하게 있잖아, 이런 회의를 마치고 나면 큰 성취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 심지어 아빠가 원래 하는 일을 했을 때보다도 그 크기가 큰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단기간에 노력으로 해낼 수 없는 능력을 이용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한 샘이니까 아빠가 그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 스스로 감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게 느껴지더라고. 이렇게 중간에서 소통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게 너무 가치 있는 역할이더라.


언어를 배우는 시기의 애매함

그런데 언어란 게 참 그래. 그 가치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 쓸모를 느끼기는 어려운 것 같아. 내가 그 필요성을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배우려고 하다 보면 또 하나의 공부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 같아. 아빠 같은 경우도 영어를 어릴 때 잘한 게 수능 공부를 할 때 영어 공부에는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도 돼서 큰 도움이 되기는 했는데, 그 정도의 가치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


그래서 아빠는 우리 딸이 일본어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너무 반가웠어. 관심이라는 게 생각으로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사실 언어뿐만 아니라 뭐가 됐든 간에 관심이 생기면 바로 해보는 건 좋은 것 같아. 큰 쓸모를 지금 찾을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사용하게 되는 순간 분명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야. 언어라는 게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막상 언어를 배울 이유를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으로 시작하더라고.


혹시 그런 순간이 온다고 해서 아쉽고 끝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때도 절대 늦은 게 아니야.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온 것만 해도 큰 축복이니 ‘나는 갓난아기야’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배워 봐. 언어는 절대 교과목이 아니야. 단순히 나를 똑똑함을 뽐내기 위한 지식도 아니고, 다른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고,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이야. 너무 공부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나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는 그 나라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틀리고 어설퍼도 되니까 즐겁게 그러나 잘하고 싶은 약간의 가벼운 욕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 더 많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길 바라.

이전 06화 공부: 공부를 꼭 해야 되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