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지하주차장 있는 집에 살고 있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고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직장어린이집에 함께 출퇴근하기 위함이었다.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에 버스를 갈아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그것도 사람이 가득한 출퇴근 시간에_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둥이 치나 벼락이 치나 어린이집과 회사를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귀여운 자가용을 타고 가야 한다.
아기띠를 매고, 유모차를 끌며, 뚜벅이로 지내온 1년여의 삶이 너무 고달팠기에, 운전을 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고난과 위기 없이 아이와 평온한 출퇴근길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왜냐면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곧 불혹을 앞둔, 지하주차장이 없는 낡은 구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다. 하지만 비가 내린다고 회사를 안 갈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지하주차장이 없기에, 우리 차는 항상 야외에 주차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차에 태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젖든, 내가 젖든 아니면 둘 다 모두 홀딱 젖어야만 차에 탈 수 있다. (게다가 올여름 다는 발가락 골절을 당해 깁스까지 한 상황이었다.)
여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이번 겨울에는 왜 이리 눈이 많이 오는지, 그래 그래도 눈 맞는 게 비 맞는 것보다는 낫지라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오산이다.
왜냐면 눈이 차와 주차장에 고스란히 쌓여있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출근시간에 (아이와 함께 있으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엄청나게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은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첫눈이 왔을 때는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해 맨손으로 차에 눈을 긁어내고 퉁퉁 불은 손으로 출근하였다.(심지어 그날 제설 당번 당첨)
다행히 쓰리잘비라는 도구를 장착한 이후 조금 나아졌지만, 이 쓰리잘비 조차 올해와 같은 폭설에 바닥에 쌓인 눈을 치우는것은 역부족 이며, 눈이 얼음으로 엉겨 차에 붙어버리면 손을 쓸 수가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딱 한번 그랬다.)
눈과 비가 오는 날이면 정말 고통스럽고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이뿐 아니라 야외주자창에 주차되어 있는 차는 여름에는 끓는 한증막으로, 여름에는 꽁꽁 언 냉장고가 되어 핸들을 잡는 것조차 괴로울 지경이다. (여름엔 뜨겁고 겨울엔 너무 차갑다.)
아. 나도 지하주차장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