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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퍼도 꾸준히 Jun 29. 2020

탈샴푸 도전 2 - 소프넛으로 머리 감기

탈샴푸에는 노오력이 필요하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에서 출발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씩 범위가 늘었다.

카페에서 텀블러 이용하기.

장 보면서 비닐이나 플라스틱에 담긴 것 피하기.

반찬통 들고 가서 고기 사기.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샴푸 자체도 환경에 좋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샴푸 통을 매번 버린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바디워시는 원래 쓰지 않았다.

비누면 충분했다.

샴푸는 비누로는 부족했다.


소프넛이라는 열매로 세탁을 한다는 말을 듣고

일단 소프넛을 샀다.

세탁세제 사둔 것이 아직 남아있어

방치되던 소프넛으로

머리를 감아보기로 했다.

소프넛으로 머리 감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글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정착한 방법

0. 미리 통에 소프넛을 몇알(대강 한 줌, 다섯알 조금 더 된다.)을 넣고

    물을 부어 소프넛물을 만들어둔다.

1. 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머리를 충분히 적신다.

   머릿기름을 샴푸 없이 녹이려면 따뜻한 물이 필수다.

2. 물을 버리고 빈 세숫대야에 소프넛 우린 물을 1/3 정도 담는다.

3. 샤워기로 2에 따뜻한 물을 담으면 물살에 거품이 인다.

   물론 이 거품은 순식간에 없어진다.

4. 머리를 소프넛 물에 담그고 열심히 문지른다.

    이때, 머릿기름을 녹여줄 도구가 있으면 좋은데

    면장갑을 낀 손으로 두피를 문지르거나

    다이*등에 파는 실리콘 빗(?) 등으로 두피를 문질러주는 것이

    손보다 결과가 좋다.

5. 충분히 두피를 문질렀다면 따뜻한 물로 몇 번 헹구어낸다.


장점 : 머릿결이 부드러워진다. 머리칼이 덜 빠진다. 머리가 덜 가렵다.

단점 : 기름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열심히 감아야 한다. 원래 두껍던 내 머리는 윤기를 만나 더 힘차 졌다. 나는 내 머리가 조금만 덜 힘차길 바라는 사람이다.




소프넛을 이용하여 머리를 감은 지 한 달 차.

마침 때는 여름.

기름과 땀이 충분한 이 시기에

샴푸를 떼어보려 했던 나는

격일로 샴푸와 소프넛을 번갈아 사용하기로 했다.

소프넛을 연달아 사용하니

머릿기름이 다 빠지지 않는 것 같았다.


최장기간 소프넛으로만 머리를 감던 시기에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친구가 겉보기에 멀쩡하다며 내 머리를 만져보더니

깜짝 놀랐더랬다.

파리가 앉았다가 미끄러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아실는지.

-게다가 이때는 어떻게 감아야 더 효과적인지 잘 모를 때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노푸(샴푸 없이 머리 감기)하는 사람들의 후기.

노푸 적응기간이 2주라는데,

나는 2주를 못 참고 샴푸에 손을 댔다.

아마 머리숱이 나보다 적거나

-나는 무지 머리숱이 많은 편이다.-

건조한 사람이라면

-나는 한겨울이 아니면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는다.-

좀 더 쉽게 성공했으리라.




지금은

아직 쓰던 샴푸가 남아있기도 하고,

여름이라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핑계를 방패 삼아

소프넛과 샴푸를 번갈아 사용하는데,

약간의 성과는 있다.


먼저, 없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트리트먼트와 헤어 오일을 끊을 수 있게 되었다.

소프넛만으로 충분히 머리에 윤기가 돌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어졌다.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환경 보호는 물론이다.


또, 샴푸를 사용할 때에는

로푸(샴푸를 적게 사용하는 것)를 하게 되었다.

소프넛을 써보고 노푸 후기도 많이 보면서

굳이 거품을 왕창 내서 머리를 감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샴푸를 쓰고 정성스럽게 두피를 문지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불필요한 거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리고 나와 남편의 샴푸 사용이 절반이 되었다.

나는 샴푸를 아예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격일로 샴푸를 쓰게 되었고,

남편은 아예 소프넛을 쓸 생각이 없었지만

머리가 덜 빠진다 나의 속삭임에

아침에는 소프넛, 저녁에는 샴푸를 쓰게 되었다.

우리 둘 모두 샴푸 사용이 반절이 되었다.

절반의 성공이다.


마지막으로,

몸을 소프넛 물로 씻으면 몸이 정말 촉촉하다.

소프넛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윤기가 나듯,

몸을 소프넛으로 씻으면 피부가 물을 머금은 것처럼 촉촉하다.


원래 몸은 비누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몸을 소프넛으로 씻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웬걸, 호기심에 한 번 몸도 소프넛으로 씻어보자 했던 것이

대발견이었다.

소프넛으로 샤워를 해보니

건조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 피부도

건조했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씻는 방법은 머리 감을 때처럼 대야에 소프넛 물을 붓고,

샤워기로 물을 받아 일어난 거품을 샤워타월에 적셔 몸을 닦아내면 된다.

나는 샤워타월이 없어서

수세미로 써볼까 하고 사두었던 삼베천으로 몸을 닦는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거품이 없어서 씻는 느낌이 없다는 것 정도.

찜찜한 부위는 비누로 한 번 더 씻어내면 된다.


소프넛으로 대 성공한 경험담을 올리고 싶었으나,

절반의 성공을 올리게 되어 아쉽다.

겨울 즈음.

소프넛 완벽 정착기를 올리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https://brunch.co.kr/@ksy870223/74


이미지출처

LP1610090023_서정선_고슴도치-거품, 서정선 (저작물 30 건), 공유마당,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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