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진화와 미래
안녕하세요.
지난 화에서 우리는 클라우드가 다양한 참여자들이 얽힌 거대한 ‘생태계’ 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거대한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벌어진 거대한 진화의 결과물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각 플레이어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이 생태계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는지, 그리고 각 플레이어들이 비즈니스 확장 관점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그 현실적인 흐름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클라우드 생태계의 빅뱅은 2006년, AWS(Amazon Web Services)가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모델을 세상에 내놓으며 시작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IT 인프라를 빌려 쓰는 혁명적인 아이디어 위에 Microsoft Azure와 Google Cloud가 참전하며 지금의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시대가 열렸고, 이들이 바로 생태계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며 생태계는 더 복잡하게 분화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 외에도 특정 영역에 강점을 가진 대안 CSP(Alternative CSP)들이 영향력을 키웠고, 각국의 데이터 주권 요구에 부응하는 국내 CSP들이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 진화와 확장 방향 (IaaS → AI Platform): 최근 CSP들은 단순 인프라 제공자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GPU 인프라를 선점하고, 생성형 AI 모델(AWS Bedrock, Azure OpenAI, Google Vertex AI)을 API 형태로 제공하며 AI 개발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이 이들의 핵심 생존 전략입니다. 이제 클라우드 생태계와 AI 생태계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융합되고 있습니다.
-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AWS, Microsoft Azure, Google Cloud
- 주요 대안 CSP: Oracle Cloud, Alibaba Cloud, IBM Cloud
- 국내 대표 주자: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CSP가 열어젖힌 새로운 시장 위로, 다양한 전문 플레이어들이 모여들며 생태계는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게 발전했습니다.
1. ISV (Independent Software Vendor): 클라우드 위의 건축가
CSP가 땅(인프라)을 제공하자, Salesforce를 필두로 수많은 ISV들이 그 위에 SaaS라는 건물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 진화와 확장 방향 (SaaS → AI-Native SaaS): 이제 ISV들은 자사 서비스에 AI 기능을 깊숙이 내장(AI-Native)하고 있습니다. Salesforce의 'Einstein GPT', SAP의 'Joule'처럼, AI를 통해 산업별 문제를 더 정교하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리더: Salesforce, SAP, ServiceNow, Snowflake, Datadog
- 주요 국내 ISV: 안랩(보안), 한글과컴퓨터(오피스), 솔트룩스(AI), 더존비즈온(ERP)
2. MSP & SI: 복잡한 전환과 운영의 해결사 클라우드로의 '이사'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습니다.
- 진화와 확장 방향 (운영 대행 → 전략적 파트너): 시장이 성숙하면서 단순 운영 대행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MSP와 SI는 경계를 허물고, 클라우드 전략 컨설팅부터 전환, 운영, FinOps, 보안, AI 도입 지원까지 아우르는 '클라우드 전환 전주기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국내 대표 주자: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GS네오텍 (MSP) / 삼성 SDS, LG CNS, SK C&C (SI)
3. Private Cloud Vendor: 프라이빗 환경의 지배자 모든 기업이 퍼블릭 클라우드로만 갈 수는 없었습니다. 보안과 규제 문제로 내부 데이터센터에 클라우드를 구축하려는 수요를 VMware, Nutanix, Red Hat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게 됩니다.
- 진화와 확장 방향 (On-premise → Hybrid Bridge): 이들은 더 이상 온프레미스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VMware on AWS, Red Hat OpenShift on Azure처럼,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브릿지' 역할을 자처하며 생존과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4. 컨설팅 펌: 전략의 설계자 클라우드 도입이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전략의 문제임이 명확해지면서, 컨설팅 펌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 진화와 확장 방향 (전략 → 실행 가능한 설계): 과거 '전략은 있지만 실행을 모른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이제 컨설팅 펌들은 기술적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MSP/SI와 협력하여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주요 플레이어: Accenture, Deloitte, PwC, EY, KPMG 등
클라우드 생태계는 기술과 시장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부와 규제 기관은 이 복잡한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판을 짜고 규칙을 만드는 중요한 '조정자(Coordinator)'입니다.
이들의 역할은 단순히 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클라우드 생태계의 흐름을 읽고, 기술 발전과 시장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정책과 규제를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보안 인증(ISMS 등)을 부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 윤리, 데이터 주권, 공정한 시장 경쟁 등 더 복잡하고 중요한 이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생태계의 방향키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규칙은 바로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입니다.
'데이터는 해당 국가의 법률과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이 원칙은 EU의 GDPR, 미국의 CLOUD Act 등을 통해 글로벌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소버린 클라우드(Sovereign Cloud)입니다.
이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기술을 활용하되, 데이터의 물리적 위치와 운영 주권을 자국 내에 두는 모델입니다. 프랑스의 'Bleu', 독일의 'GAIA-X'가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도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이 공공·금융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형 소버린 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클라우드 생태계는 AI와의 융합, 새로운 규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협력 관계를 설계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