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 같은 브런치.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쓴 지도 100일 되는 날이다.
바로 오늘.
구독자 102명이 된 것을 보고, '오! 나도 드디어 100명이 넘었네!'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이 글을 쓴 지 몇일이더라?'라는 생각에 카톡 프사를 보니, 100일 이란다.
1일 1 글을 작성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올라온 글은 84개뿐.
본업에 충실하느라 [나롱이는 못 말려] 연재를 주 1회로 바꾼 요인도 있을 것이고, 나롱이를 강아지별로 떠나보내기 전.. 돌봄에 시간을 쓰고 있다는 핑계로 글을 올리는 데에 소홀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에, 벌써 100일이라는 시간이 되었고, 나는 100이라는 숫자에 아직 미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이유도 없이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도 풀 수가 없던 차에 친구가 추천해 줬던 '브런치 스토리'가 생각이 났고, 여기에 내가 하는 일, 가르치는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운이 좋게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감사한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내 마음대로 글을 적어 올리기 시작했다.
내 주장이 강하고, 투박했던 나의 글은 시간이 지나며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다듬어졌다.
그때쯤, [나롱이는 못 말려] 연재를 시작했다.
사실, 나롱이는 게으른 누나 때문에 사회성이 없어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는 시크함 그 자체였다.
애교도 부릴 줄 모르고, 낯선 이는 자신에게 손도 못 대게 하는 개진상.
물론, 어디까지나 나로 인해 생긴 성격이었고, 내가 가진 선입견이었다.
나롱이가 아픈 이후, 친정에서 우리 집으로 와서 다시 나와 남은 인생을 살게 되었을 때, 나롱이와 함께 한지 15년 만에 처음 해보는 일이 참 많았는데.. 나롱이는 내 생각을 깨고, 잘하는 일이 상당히 많았다.
차도 잘 타고, 낯선 이와 강아지는 아직도 무서워 하지만 떨면서도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고, 공공장소에서 얌전했으며, 어른 그 자체였다.
내가 15년 동안 나롱이에게 해주지 않았을 뿐, 나롱이는 연륜으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친구를 만들어주기에는 너무 어려웠기에.. 글을 쓰기로 했다.
나롱이를 이 세상에 알리는 글.
사람들에게 "이런 강아지도 있습니다!" "심장병이지만, 극복해서 잘 살고 있어요!"하고 자랑하고 싶었고, 내 눈에만 콩깍지였을지 모르지만, 정말 잘생긴 내 동생 나롱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씩 나롱이의 팬이 생겼고, 나롱이가 건강해지길 함께 응원해 주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나롱이가 강아지별로 떠난 지금.
나롱이 글이 있기에, 나롱이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위로받고 있다.
얼마 전, 엄마와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나롱이는 누나 옆에서 행복하게 잘 있다가 갔어. 너무 걱정하지 마. 자꾸 슬픈 생각 하면 나롱이가 좋은 곳에 못 가.."라며 나를 위로해 줬다.
사실, 위로도 소용없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엄마한테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나롱이가 있어서 내가 글을 쓰는 작가도 되어보고, 나롱이 덕분에 얻은 게 너무 많아. 나롱이 이야기가 남겨져서 참 다행이야."라고..
엄마는 "그래~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이야. 그렇게 좋은 것만 생각해"하며 나를 토닥여줬다.
나의 일에 관한 생각을 적기 시작해서, 내가 겪었던 일, 나의 생각 등을 기록하는 소중한 아지트로 '브런치'를 꾸며 나가는 중이다.
어느새 나롱이의 이야기로 온 글이 가득 차있지만, 그 기록들이 지금은 나를 위로해 준다.
100일이 되는 오늘, 나롱이가 있었다면 함께 축하해 줬겠지?
나롱이 글에 응원을 받으면, 나롱이에게 항상 "나롱이 덕분에 누나가 응원도 받네~ 나롱이 짱이다!"하며 난리부르스를 췄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나롱이가 보고 싶다.
안나롱, 누나 작가 100일 됐어! 축하해 줘!
아참!!!
나롱이 덕분에 [브런치 메인]에도 여러번 떴었다.
역시, 안나롱은 누나 보물.
최고의 선물이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