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똑똑했지만 멸종을 맞이하고 만 공룡들
동물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가장 가깝거나, 때로는 그들을 뛰어넘는 문명을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존재는 바로 공룡들이었다. 그들은 어류나 삼엽충과 달리 마음을 다스리는 여러 자세를 터득해 오랜 시간 학문에 몰두할 수 있었으며, 특히 티렉스는 항상 안경을 쓰고 다녔고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두 팔이 짧아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공룡들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진심이었고, 이미 진일보한 기술과 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화산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환경이 악화되자, 마침내 저들끼리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이기 시작했다.
먹이를 둘러싼 쟁탈전 앞에서는 그동안 쌓아왔던 제도와 양심도 속수무책이었다. 공룡들은 불안과 불만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했고, 불안에 떨던 시민 공룡들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에 손쉽게 동원되었다. 서로 극한의 대립에 빠져든 그들은 상대를 다치게 할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1)
말도 안 될 만큼 발전된 기술을 가졌던 공룡들이었지만, 그들은 오직 서로를 해치기 위한 발전에만 몰두했다. 갈등의 골이 끝없이 깊어지던 어느 날, 마침내 공룡들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았다. 도와달라는 간절한 기도보다 “상대가 사라지길” 바라는 저주가 더 많아지자, 하늘은 침묵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소행성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공룡들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 공룡들은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대립했다. 공룡들이 서로에게 관세를 매기며 대립을 심화시켰는데, 그 결과 경제는 빠르게 악화되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돈을 찍어내다가 결국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빠지고 말았는데, 혼란이 커질수록 상대를 탓하게 만드는 선동이 난무했다. 그렇게 공룡 사회는 점점 더 분열과 불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암모나이트
공룡 시대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다투고 있을 때, 홀로 외롭게 갈등을 중재하며 지성의 목소리를 내던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문어의 친척, 똑똑한 동물 암모나이트였다. 1)
하지만 암모나이트의 목소리는 싸우는 공룡들의 고함에 묻혀 너무나도 작게 들렸고, 싸움이 격해질수록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마지막에 공룡들이 전쟁을 벌이려 할 때, 하늘이 격노하여 ‘소행성’을 던질 것이라 누차 경고한 것도 바로 암모나이트였다. 그러나 “암모나이트 따위가 뭘 알아! ”라며 그의 말은 끝내 조롱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마침내 멸종의 순간이 닥쳐왔을 때, 공룡들은 자신들을 선동한 과격한 리더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겼고, 암모나이트에게는 충분한 경고를 주지 않았다며 원망을 퍼부었다. 그러자 암모나이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리더가 너희를 선동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너희가 스스로 그 리더를 앞세운 것이다. 그 불쌍한 리더 역시, 너희의 불안한 마음이 만들어낸 상징에 불과하니까.”
공룡의 멸종을 지켜본 후대 동물들은 암모나이트를 다시 평가해 주게 된다.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살피고 다가올 멸종의 위기를 미리 알리는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고 여겼고, 자신들 중 가장 직감이 뛰어난 동물에게 그 역할을 공식적으로 맡겼다. 그리고 모든 동물들은 그 뜻을 전적으로 따르게 되었으며, 그 존재를 ‘오라클’이라 부르게 된다. 2)
1) 암모나이트는 두족류(Cephalopoda)—즉 오징어, 문어, 갑오징어 같은 애들의 친척이다. 중생대에 크게 번성하다가 백악기 말 공룡 멸종 때 같이 사라졌다.
2) 따라서 암모나이트는 동물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오라클'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