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류
유대류는 포유류와 공통의 조상을 두고 있으면서도, 중생대 무렵부터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존재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가까이 붙어 서로를 고치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유대류는 차라리 거리를 두는 편을 택했다. 맞지 않는 관계라면 애써 붙잡기보다, 멀어지는 것이 낫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주’는 곧 그들의 철학이 되었다. 그리고 떠날 때마다 자식과 살림살이를 포함해 삶의 모든 것을 함께 옮겨야 했기에, 유대류는 점차 ‘모든 것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주머니 동물’이라 부르는 유대류의 기원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듯, 유대류의 가장 큰 이주는 신생대 초기에 이루어졌다. 인간을 비롯해 늑대, 맘모스 등 다른 포유류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 보기 싫어, 그들은 머나먼 곳 호주로 조용히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정착한 유대류는 그자리에서 오직 자식 교육에 몰두했다. 자식만큼은, 아무리 마음이 안 맞아도 함부로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늑대
신생대의 늑대, 특히 ‘공포의 늑대(Dire Wolf)’로 불리던 종은 그 이름처럼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늑대는 맘모스가 인간과 더불어 신뢰를 준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였다. 맘모스는 늑대가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맘모스는 늑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너희는 겉보기엔 사납지만, 속으로는 부담스러울 만큼 충직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내가 보기에 너희와 대척점에 있는 동물이 인간들이니, 그들과 함께라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시절의 늑대들은 맘모스의 충고를 우습게 여기며 비웃었다. 그러나 세월은 맘모스의 말을 증명했다. 맘모스의 말대로 어느새 인간 곁에 머무는 늑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