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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로니아, 늑대, 그리고 유대류 (1)

by 스튜던트 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생대 빙하기의 무대에서 주인공은 단연 맘모스와 스밀로돈(검치 호랑이)이었다. 하지만 이들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비록 신생대 당시의 ‘지배종’은 아니었지만, 그 시대를 말할 때 반드시 함께 언급되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메갈로니아, 유대류, 그리고 늑대이다. 이 세 동물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발자취가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동물들 관계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갈로니아


메갈로니아는 오늘날의 코모도 도마뱀과 가까운 친척뻘인 초대형 도마뱀이었다. 겉모습은 거칠고 위압적이었지만, 의외로 성격은 조용하고 점잖았고, 늘 한자리에 앉아 사색에 잠기거나 책 읽기를 즐겼다. 다만 세상 물정에는 어두운 편이었고, 바로 그 순진함을 인간이 교묘히 이용하게 된다.


어느 날, 맘모스가 인간에게 자신과 검치 호랑이를 이간질한 사실의 진위를 확인하려 하자, 인간은 황급히 이렇게 변명했다.


“내가 그런 짓을 한 게 아니야. 메갈로니아가 나를 꾀었어. 메갈로니아는 마치 중생대 쥬라기 시절처럼 지구가 다시 더워지기를 바란다고 했지.”


이렇게 인간은, 애초에 그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파충류를 탓하며 동물 세계 최초의 모함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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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스는 메갈로니아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메갈로니아는 자신의 혀로는 인간과의 말싸움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프레임으로 의도를 왜곡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인간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1)


결국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해명을 하는 대신, 맘모스도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 먼 땅, 지금의 호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메갈로니아는 인간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난 뒤에도, 분노에 휩싸이지 않았고 복수를 꾀하지도 않았다. 메갈로니아는 다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는데,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신의 눈에 띄어 훗날 생명의 역사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된다.


1) 인간의 오래된 이야기들은 파충류가 교활한 모습의 혀로 상대를 속인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정작 상대를 비난하고 혀를 내밀어 조롱하는 모습을 할 수 있는 동물은 세상에 인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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