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로니아와 유대류 이야기
호주로 건너간 메갈로니아는 이미 그곳에 터를 잡고 있던 유대류들과 마주했다. 유대류들의 눈에는 공룡을 닮은 거친 외형이 다소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메갈로니아는 뜻밖에도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이었고, 무엇보다 유대류의 아이들이 신기하게 생긴 메갈로니아를 무척 따랐다. 게다가 유대류들 역시 인간을 피해 머나먼 땅까지 온 처지였기에, 메갈로니아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대류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메갈로니아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지만, 털 한 올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대류들은 털이 없는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항변할 틈도 없이 분노한 유대류들은 메갈로니아의 거처를 에워싸고 불을 질렀고,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불길은 끝내 잡히며 소동이 진정되었지만, 그 혼란 속에서 메갈로니아의 형제는 끝내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인간에게 한 번 속은 것도 모자라 유대류에게까지 모함을 당하고 가족을 잃은 메갈로니아는 깊은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마침내 유대류 전체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자신의 거처에서 가져온 불씨를 움켜쥔 채 유대류들이 사는 유칼립투스 숲으로 향했다.
그러나 숲에 숨어들었을 때, 메갈로니아는 나무에 매달려 천진하게 웃으며 노는 유대류의 아이들을 보았다. 잃어버렸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메갈로니아를 보자 반가움에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 순간, 복수를 위해 들었던 횃불을 내려놓게 된다.
메갈로니아는 끝내 분노를 삭이고, 유대류에 대한 복수를 포기했다. 그러나 마음속에 생긴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두 번이나 다른 종에게 누명을 쓰고 고통을 겪은 그는, 자신이 늘 당하기만 하는 존재라는 자괴감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믿었던 형제의 복수를 해주지 못한게 너무도 미안했다.
그리고 그 미움의 생각은 유대류에서 시작해 다시 인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애초에 동물들이 서로 갈등하게 된 원인, 즉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뒤늦게 치밀어 오른 것이다. 한동안 그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마음속에는 원죄를 단죄하려는 분노가 포유류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물질, 독으로 응어리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과 웃음 짓던 이들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메갈로니아는 자신의 미움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수년간 번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 분노는 내 진짜 모습이 아니야. 그래도 나는 원래 존재를 사랑했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존재가 있었다. 바로 신이었다.
신은 가장 본능적인 분노에 충실한 파충류가, 두 번이나 복수를 택할 기회를 마다하고 조용히 자취를 감춘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도 본능이 아닌 스스로의 결심을 택한 메갈로니아를, 신은 가상히 여겼고 그를 ‘용서의 사명’을 지닌 존재로 점지했다. 그리하여 메갈로니아는 훗날 인간에게 동물의 역사와 지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되는 용의 형상을 지닌 생명, 코모도 드래곤으로 환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