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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시대 2

by 스튜던트 비


직접 증거를 모으는 임무를 맡은 것은 늑대였다. 늑대는 소수의 무리를 이끌고, 단서를 찾기 위해 농가 근처에 접근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늑대는 인간 곁에서 지내는 양과 염소 그리고 돼지들을 몰래 만나며 소식을 물었는데,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인간을 좋게 말할 뿐이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를 줄 알았고, 저녁이면 불을 피워놓고 모여 맛있는 음식을 다른 동물들과 나눌 줄 아는 종이었다. 또 외로움이나 슬픔 길고 심지어는 죽음의 두려움이 찾아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다른 동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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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늑대는 그들 모두가 인간의 달콤한 꾀임에 속아넘어가고 있다고 믿었다. 늑대의 생각은 분명했다. 진정한 친구나 가족이라면 좋은 때뿐 아니라, 나쁜 때에도 곁을 지켜야 한다. 그들은 인간은 다를 것이라고 믿었다. 늑대는 그들이 기쁠 때는 함께 웃지만, 고난이 닥치면 언제든 등을 돌릴 존재라고 확신했다.


농가 바깥에서 인간의 행동을 지켜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늑대는 다른 전략을 세웠다. 무리 중 가장 충직하고 침착한 몇 마리를 골라, 인간의 농가 속으로 직접 들여보내기로 한 것이다.

늑대의 우두머리는 비밀 임무를 맡은 이들을 떠나보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검치호랑이가 그랬듯이, 인간은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자기 길을 가는 법이다. 잊지 마라. 그리고 반드시, 인간의 진짜 얼굴을 밝혀내 돌아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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