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농경시대 1

by 스튜던트 비


농경시대는 인간이 한곳에 정착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나가기 시작한 시대였다. 돌을 사용해 땅을 일구고, 사냥보다 식물을 기르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으면서 인간은 정서적으로도 수렵‧채집 시기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살펴본 억(億) 단위의 역사에 비하면 농경시대는 짧은 시기였다. 그렇기에 이 시기 동안 인간이 다른 생명과 영원히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로 이때가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지냈던, 동물의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특별한 시기였다는 점이다.


농경시대의 인간들은 자신들이 경작한 곡식의 풍요를 빌며 하늘에, 그리고 때로는 동물들에게도 그것을 바쳤다. 그러자 인간이 일구어낸 새로운 풍요로움에 이끌려 소와 양, 돼지들이 하나둘 인간 곁으로 모여들었고, 인간은 그들을 위해 거처를 마련해 주며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이런 인간들의 행동을 경계의 눈으로 지켜보는 동물들도 있었다. 바로 그 시대의 동물 세계를 이끌던 늑대 무리와 오라클 큰뿔사슴이었다.


맘모스의 기록을 통해 동물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인간에 대해 깊은 의심을 품고 있었고, 맘모스가 미래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점지한 인간이 동물들을 ‘길들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불편해했다. 다만, 당시 소와 양을 비롯해 많은 동물들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 것에 호의적이었기에, 그들이 섣불리 나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다.


대신 큰뿔사슴과 늑대는 인간의 행적을 조용히 추적하기로 한다. 그들은 인간이 위험하다는 증거를 세상에 드러내어, 모든 동물들에게 진실을 알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whayhuman.jpg


keyword
이전 14화메갈로니아와 유대류의 이야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