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는 인간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너무 영민하다 보니 오히려 실수를 하는 거야”라며 두둔했다. 하지만, 당시 같이 존재했던 다른 동물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사실 인류 초기에는 맘모스와 더불어 인간에게 도움을 준 또 다른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검치호랑이였다. 처음에 인간에게 불을 다루는 법을 알려준 동물이 맘모스였다면, 석기를 쓰는 법을 가르쳐준 존재는 검치호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검치호랑이는 인간에게 그 도구를 오직 이롭게 쓰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 사용법을 전했지만, 인간은 곧 그 약속을 저버리고, 그 도구를 같은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을 몰아내는 데 사용해 버렸다. 1)
도구로 동족을 몰아냈다는 소문을 듣고 놀란 검치호랑이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검치 호랑이는 곧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두드러지게 질투, 모의, 그리고 배신을 하는 특징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때부터 맘모스와는 달리 인간을 경계하며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다음은 검치 호랑이의 인간에 대한 평가이다.
“맘모스의 평가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 특히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눈과 마음은 분명 쉽게 미워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자라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르다. 인간의 어린 아이는 결국 우리가 아는 가장 정치적인 동물로 성장한다. 맘모스는 그들이 숫자를 잘 배운다고 귀엽게 여기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숫자를 잘 다룬다는 건 곧 자기 이익을 정확히 계산한다는 뜻이고, 결국 불리한 계산이 나오면 언제든 배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1) 네안데르탈인은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한동안 공존하며 경쟁 관계에 있었다. 두 종 모두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갈라져 나온 같은 조상 계열에 속했지만, 결국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 경쟁에서 이기며 네안데르탈인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2) 고양이들이 끝내 인간에게 완전히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것은, 그들의 먼 조상인 검치호랑이가 남긴 말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맘모스만 인간에게 철처히 속고 있었던 것일까? 그보다는 앞의 일화에서 보듯, 맘모스는 인간을 깊이 아끼면서도 그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복잡한 감정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인간에 대한 맘모스의 평가이다.
“앞으로는 포유류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고, 그 중심에 설 존재는 아마 사피엔스일 것이다. 사피엔스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간절함과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대를 이어가며 그 노력을 지켜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들의 유일한 약점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특별하다고 믿는 데 있는 것인데, 겸손과 책임을 배운다면, 인류는 ‘멸종의 사슬’을 벗어날 기회를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훗날 동물 역사가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만약 맘모스와 검치호랑이의 갈등이 끝내 격화되고, 그 사이에 인간까지 끼어들어 난장판이 되었다면, 그 사건은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다행히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맘모스와 검치호랑이 모두 이미 고령에 접어들어 있었고, 인류는 너무 젊어 정면으로 맞붙을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맘모스는 지구의 미래를 짊어질 종족이 인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지배종의 자리를 순순히 내어주며 그들을 응원을 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