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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뿔사슴 이야기(2)

by 스튜던트 비


“우리 부족이 요즘 들어 예측할 수 없는 홍수와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이제는 아이들에게까지 알 수 없는 병이 번지고 있어. 그래서… 너에게 미래를 묻기 위해 온 거야.”


생명의 오라클, 큰뿔사슴은 무릎을 꿇은 인간이 진심을 말하고 있음을 느꼈다. 사슴은 도움을 청하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인간을 미워하는 마음이 아무리 깊었지만, 인간 역시 생명의 일부였다. 생명 전체를 위한 예언을 맡은 오라클로서, 정식으로 자신에게 부탁을 해온 인간들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들이 자신의 남은 뿔로 우랄산맥 쪽으로 도망친 사슴 무리를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진심과 거짓을 함께 품은 인간이 결국에는 자신을 이용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큰뿔사슴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들더니, 있는 힘을 다해 뿔을 바위에 내리쳤다. 강한 충격과 함께 주먹만한 뿔 조각이 떨어져 굴러갔다.


무릎을 꿇은 우두머리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간들이 그 조각을 주워 들기 위해 정신없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은 뿔을 빼앗기지 않으려던 사슴은 밑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벽 아래로 아무 말 없이 몸을 던졌다.


고향으로 돌아간 인간들은 큰뿔사슴이 남긴 뿔 조각으로 ‘동물점’을 보았다. 그들은 아주 미약한 예지력을 얻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홍수와 가뭄을 피하고, 가족을 지켜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으로 함께 모여 살 더 큰 거주지를 세울 곳을 정할 수 있었다.


마을은 서로 엮여 도시가 되었고, 도시들은 힘을 합쳐 국가로 발전했다. 그렇게 몸을 정착시킨 인간들은 마침내 자신과 세계를 성찰하고 마음을 정착시킬 여유를 얻었다. 그리하여 인류는 새로운 ‘축(軸)의 시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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