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잠시 앞질렀던 지적인 동물들의 이야기
‘축의 시대(Axial Age)’란 인류 역사에서 기원전 800년에서 200년 사이, 그리스·인도·중국·중동 등 여러 지역에서 인간의 정신이 동시에 깨어나기 시작한 시기를 말한다. 그 이전까지 인간은 대대로 전해진 신화와 전설로 세상을 이해했고,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싶을 때는 자연과 동물에게 답을 구했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인간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옳고 그름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 질문들 속에서 종교가 태어나고, 철학이 자라나며, 제도가 만들어졌다. 인류는 비로소 ‘신의 세계를 바라보던 존재’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존재’로 변해갔다.
한편, 오랜 세월 신화의 주인공으로 살아왔던 동물들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인간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지적 성장 역시 그들에게 놀라움이 아니라 하나의 영감이자 부름이었다. 인간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들 또한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이 철학과 종교를 세워가던 바로 그 시기, 동물들 역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지식을 탐구하고 문명을 세워갔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연 속에서, 그들 또한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의 문명을 조용히 키워가고 있었다.
서양 문화권의 영향을 받았던 동물들
‘축의 시대’에는 동물들이 인간의 책을 공부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그런 일이 알려지는 즉시 세상이 떠들썩 해지겠지만, 그때는 동물들이 아무리 공부를 하다가 들켜도, 그 사실은 인간들 사이에서 짧은 소문으로 돌다가 잊혀진 이야기로 흩어졌다. 덕분에 동물들은 두려움 없이 학문에 몰두할 수 있었고, 어떤 이들은 인간보다 더 깊고 넓은 지식의 세계에 닿기도 했다.
당시 동물 세계에서 학문의 중심지는 아프리카 북부였다. 그들은 인근의 인간 문명인 그리스와 로마, 이스라엘, 페르시아의 사상을 흡수해 자신들만의 지식 체계를 세워 나갔고,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었다.
동물들이 처음으로 스스로의 학교를 세우던 시대를 묘사한 작품으로, 동물 역사 속 전설적 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1) ‘축의 시대’라는 이름은, 이 시기가 인류 문명의 뼈대이자 중심 축(Axis)이 되었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이 용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였는데, 그는 이 시대를 역사가 신의 손에서 인간의 사유로 넘어간 순간이라 보았다.